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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lomit & RebbeSoul: The Seal of Solomon

그들 나름의 온고지신의 방식


Orphaned Land가 지금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건 생각해 보면 아무래도 Deathspell Omega의 ‘히트’와도 궤를 같이하지 싶다. 이스라엘 출신다운 지역색을 떠나서 이후의 복잡한 양상의 맹아를 많이 보여주고 있기는 했지만, Orphaned Land의 [El Norra Alila]는 어쨌든 둠적인 접근과 포크 바이브를 솜씨 좋게 버무린 데스메탈에 가까웠다. 그랬던 Orphaned Land는 [Mabool – The Story of the Three Sons of Seven]부터 프로그레시브한 구성을 빌어 서사를 강화하기 시작했다. 아마 밴드가 여성 보컬을 좀 더 효과적으로 이용하기 시작한 건 이 때부터였을 것이다. [El Norra Alila]까지의 여성보컬은 어디까지나 둠-데스의 문법 내에서만 제한적인 역할만을 수행할 수 있었지만, [Mabool…]부터는 특유의 주술적이면서도 이국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중심에 있었고, 현재까지 밴드의 정점으로 기억되는 [The Never Ending Way of OR warriOR]에서는 Kobi Farhi와 대등하게 앨범의 서사를 지배한다.

그 [Mabool…]부터의 여성보컬이었던 Shlomit Levi는 스스로의 목소리의 힘을 확인했음인지 [The Never Ending Way of ORwarriOR] 이후 밴드를 떠나 LA 출신의 유대인 뮤지션 Bruce Burger(RebbeSoul)의 손을 빌어 ‘New Wave of Jewish World Music’이라는 나름의 슬로건 하에 솔로 활동을 시작하게 된다. 물론 이런 슬로건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음악은 사실 ‘정통적인’ 유대인 음악과는 거리가 있다는 것이 중평이다(유대 음악을 잘 모르는지라 그 이상은 말하기 곤란하다). Shlomit는 이스라엘인이기는 했지만 예멘의 피가 흐르는 인물이었고, Bruce Burger는 고향을 잊지 않고 있을지언정 고향보다는 영국과 미국의 음악에 훨씬 익숙하고 길들여진 편이었으니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르겠다.

뭐, 그렇지만 어쨌든 ‘유대 음악을 잘 모르는’ 내가 전통을 얼마나 잘 지켜오고 있는지를 생각해서 얘기하는 건 부적절할 것이므로 그 부분을 부러 옆으로 밀어두자면, 이 앨범은 락과 일렉트로닉스, 그 외의 ‘모던’한 방법론을 이용하여 그들의 지역색, 내지는 포크 바이브를 재현하기로 하는 시도에 가까워 보인다. 전통 예멘 민요 넘버라는 ‘Avinu’나 ‘Ya Achdar Chudari’조차 멜로디라인을 제외하면 사실 곡의 구성은 약간은 에스닉한 ‘팝’에 가깝게 들린다. ‘Ya Achdar Chudari’ 등에서의 발랄라이카 연주는 확실히 드러나고 있는 이 앨범의 지역색을 일부러라도 지우려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이다(솔직히 러시아 포크 송에 더 가깝게 들리는 면도 있다). ‘유대 음악의 문외한’인 내가 감히 이 앨범에 대하여 이야기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요컨대, 이들이 보여주는 ‘새로운 유대 음악’은, 확실히 많은 부분에서 어느 정도는 고향의 느낌을 탈색하고 팝의 외피를 입힌 음악에 가깝다.

그러니 이들의 음악이 스스로의 거창한 슬로건에 맞아떨어진다고 생각할 이들이 얼마나 될지는 모를 일이다, 만, 슬로건을 떼어놓고 본다면 이들은 적어도 확실히 개성적이면서도 자연스럽게 들리는 음악을 만드는 데는 성공하고 있다. RebbeSoul의 블루지한 기타 연주와 때로는 Lisa Gerrard를 떠올리게 할 정도로 명확한 존재감의 Shlomit의 보컬은 (그리 크지는 않지만)때로는 어긋나 보이는 지역색과 영미 팝의 간극을 효과적으로 메운다. 이 동네가 아니면 나오기 어려울 스타일의 러브 송 ‘Two Suns’ 같은 곡이 대표적일 것이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어쿠스틱 기타와 Shlomit의 보컬만으로 승부하는 트래디셔널인 ‘Adbah Bil’agual’이 가장 모던한 스타일에 가까울 ‘Galbi’ 같은 곡과 이질감 없이 어울리고 있다는 점이다. 아마 시공간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공유되는 뭔가가 있을 것이고, ‘전통’은 차치하고라도 이들이 그 공유되는 지점을 짚어내고 있음은 분명하다. 멋진 앨범이다.

4.0 Stars (4.0 / 5)
 

About 빅쟈니확 (83 Articles)
워리어 알통 터져 죽었다는 기묘한 부고기사에 눈물지으며 메탈을 듣던 머리 큰 아이가 나이가 들어서도 메탈을 끊질 못하다가 결국은 글까지 쓰고 있다. 뭔가 흐름이 괴상한 것도 같지만 인생이 뭐 그렇지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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