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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leater-Kinney: No Cities to Love

모범적인 컴백 또는 이례적인 컴백의 성공사례

설마… 하겠지만 그 Sleater-Kinney가 맞다. 1990년대 중반 ‘riot grrrl movemet’의 중심에 섰던 그 Sleater-Kinney가 활동중단을 선포한 이후 정말 간만에 새 음반 [No Cities to Love]를 들고 컴백을 선언했다. 가장 마지막 음반이 2005년작 [The Woods]였으니, ‘10년간의 공백’이 되는 셈이다. 우연의 일치인지는 모르겠으나 Babes In Toyland와 L7도 재결성을 결정했다고 하니, 조만간 과거에 보던 명 밴드들을 Sleater-Kinney의 ‘리유니온’을 기점으로 목격하게 될지도 모른다. 진부한 말이지만 역시 끝날 때까진 끝난 게 아니다.

보통 이렇게 장기간 동안 음악계를 떠나 있다가 무대로 돌아온다는 것은 상당한 용기를 필요로 한다. 혹은 뭔가 다른 사정이 있는 경우가 많다. 대개 그 사정은 음악 외적인 것과 결부되어 있다(거의 돈이겠지). 언플을 날리고, 친한 척 하고, 투어를 돌다 다시 헤어진다. 많이 보아 왔던 스토리지만 이번에도 그럴 거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게다가 Sleater-Kinney다. Eagles도 아닌 밴드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재결합을 했겠는가. 이건 음악을 위한 ‘합체’다. 누구라도 알 수 있다. 무엇보다 [No Cities to Love]를 활짝 열어젖히는 순간, 의혹과 의심은 찬사의 물음표가 되어 떨어질 테니까. 도대체 왜 이제야 나온 겁니까?

Sleater-Kinney의 적지 않은 디스코그래피를 정주행해온 팬들에게는 익숙하겠지만, 이들의 음악은 미니멀한 펑크락에 뿌리를 두고 있다. 밴드는 거기에 파워팝의 짜릿한 드라이브감과 출중한 멜로디 메이킹을 더해 동시대 활약했던 팀들과는 구별되는 사운드를 조각해낸다. 이들의 대표작 [Dig Me Out]과 분해되기 전 최후의 음반인 [The Woods]를 들어보면 이러한 특징들이 확연하게 드러나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참 좋아했다. 흥겹고, 즐겁지만, 가만히 씹어보면 예리한 가시도 박혀있는 이들의 앨범들을.

[No Cities to Love]는 그러한 작품들 뒤를 잇는 또 하나의 ‘작품’이다. 어쩌면 그 중 꼭짓점에 있게 될 가능성도 있다. 믿기 어려운 짜임새와 전성기를 능가하는 연주의 합, 생기 넘치는 팝송들이 어서 ‘올해의 음반 리스트’를 구성하라고 말하는 듯하다. 이걸 뒷받침하기 위해 일단 트랙들을 체크해보자. 요즘 공연 첫머리를 장식하는, 오프닝 곡 ‘Price Tag’부터 제대로 걸렸구나 싶다. Corin Tucker(vox&guitar)의 보컬은 세월을 비켜나긴 듯 보이고, 단짝 Carrie Brownstein(guitar&vox)과 이루는 보컬과 기타 콤비도 할 말을 잃게 한다. 뭐, 빼놓을 트랙이 없는 보석 같은 음반이다. 심플한 리프로 단숨에 분위기를 장악하는 ‘Gimme Love’, ‘Jumpers’와 함께 감히 Sleater-Kinney 최고의 곡이라고 단정하고 싶을 만큼 극악 멜로디를 가진 ‘Hey Darling’, 콘서트의 난장을 대비한 묵직한 트랙 ‘Surface Envy’, 1980년대 칼리지락을 듣는 듯 싱그러움이 뛰어다니는 ‘A New Wave’ 등 일일이 열거하기가 지친다. 그리고, 이 모든 곡 뒤에서 묵묵히 실력을 발휘하는 Janet Weiss(drums)의 ‘없는 듯하지만 꽉 찬 미친 존재감’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런 모습이라면 언제든지 환영이다(물론 그렇지 않은 케이스가 더 많기 때문에 이들의 귀환이 더 반가운 거다). ‘모범적인 컴백’ 또는 ‘이례적인 컴백의 성공사례’로 표현하면 정리가 깔끔할 듯하다. 한편으론 “컴백이라면 앞으로 이 정도는 들고 와야 된다”는 선례를 남겼다는 점에서, 복귀를 준비하는 밴드들에게 자극을 줄 수 있을 법도 하다. 차후 2015년 연말을 돌이켜볼 때 분명히 기록되고 기억될 음반이다.

(4.5 / 5)

 

About 이경준 (145 Articles)
현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여기저기 불려다니며 글을 썼고, 하나둘씩 망해가는 잡지(웹진)들을 볼 때마다 역시 '이런 건 하면 안된다'고 다짐했다. 그런데 무슨 생각인지 또 이렇게 판을 키웠다. 왜 그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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