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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me Honorable Mentions: 2016

사실 이런 ‘쩌리’들을 모아서 다른 개인 리스트를 만들어서야 우리가 굳이 연말결산 리스트를 만든 이유가 있었나 싶지만, 어쩌다 보니 내가 골랐던 금년의 앨범들이 최종 결과에서는 아스라이 사라져 버렸던 결과가 이 글의 발단이겠다. 하긴 그걸 다 올린다면야 이 중생들은 지금 무엇을 하는 것인가, 하는 반응을 얻을 수도 있었겠으니 우리의 결산은 자연스러운 정리이긴 했다. 그렇지만, 사실 금년에는 이명에 미처 쓰지 못했던 좋은 앨범이 참 많이 나왔다(솔직히 매년 그렇기는 하다). 그러니 해는 지났지만, 더 묻혀버리기 전에 그래도 한 번은 얘기하고 싶었던 앨범들을 조금 모았다. 고로, 이 리스트는 웹진의 취향이나 시각과는 상관이 없다. 그저 흥미롭게.
 

Pertubator [The Uncanny Valley]

theuncannyvalley사실 Pertubator가 블레이드 러너의 도시(이름부터 네오 도쿄라니)를 좀 더 막장으로 만든 듯한 배경에서 피 튀기며 활동하는 바운티 헌터들의 씬 시티 풍 이야기를 다루지 않은 적은 없는데, 이 앨범에서만큼 나름의 이야기를 주절주절 늘어놓았던 예는 또 없었다. 하긴 그러니 2CD로 만들었겠거니 생각이 든다. 이런 80년대풍 하드 SF의 재현을 의도하는 신스웨이브 앨범들 중에서는 아마 앞으로도 기억될 것이다. 막상 이렇게 얘기하니 얼마나 기억할까 하는 생각도 스치지만.

Ostara [Napoleonic Blues]

ostara2016앨범 제목이 저렇다고 Ostara가 무슨 보나파르티즘에 찌든 네오포크 앨범을 낸 것은 아니다. 오히려, Richard Leviathan은 Strength Through Joy나 Scorpion Wind 등의 다른 관련 프로젝트들에 비해 확실히 팝적인 훅을 배치하면서도 장르에서 흔한 ‘범유럽적’ 표상이나 이미지와는 조금은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여 왔고, [Napoleonic Blues]는 현재까지는 밴드의 그런 ‘경향’의 정점에 있다. 덕분에 다른 네오포크 밴드들보다는 좀 더 잿빛 회고를 드러내는 스타일이라고 생각하는데, 결국은 그게 이들의 개성일른지도.

Astronoid [Air]

astronoid2016‘드림 스래쉬’ 밴드를 자처하는 이들인데 사실 스래쉬의 느낌은 거의 찾아볼 수 없으니(그나마 ‘Resin’ 정도?) 낚시 생각이 없지 않은데, 스래쉬 말고 요새 ‘힙’하다고 여겨지는 메탈 스타일 대부분을 빠짐없이 담아내고 있는지라(오히려 소위 ‘트루 메탈’의 방식들은 의도적이지 싶을 정도로 배제된 느낌이다) 많은 이들에게 다가가기 쉬울 것이다. 사실 이런 얘기는 이미 Deafheaven이 한 발짝 먼저 들었던 평가이기도 한데, 아마 이들을 Deafheaven보다 좋아할 이도 많을 것이다.

Urfaust [Empty Space Meditation]

urfaust2016다크 앰비언트나 퓨너럴 둠 등이 혼재하고 있는 스타일의 블랙메탈…정도로 말하는 이들이 많은 것 같은데, 솔직히 Goatwarex 출신의 블랙메탈 밴드들 중에서 어느 정도의 앰비언트 기운을 머금지 않은 이들이 있는지 모르겠고(물론 이들만큼 본격적인 경우는 별로 없긴 하다만), ‘분위기’를 중시하는 블랙메탈 밴드들 중에서 둠적인 색채를 배제할 수 있는 경우가 있는지도 잘 모르겠다. 그러니 저런 세평은 사실 별 의미없는 얘기일 것이다. 이만큼 ‘스페이스’한 느낌의 키보드를 십분 살려서 독특한 분위기를 이끌어낸 블랙메탈 앨범이 금년에 거의 없었다는 점만 얘기해 본다. 물론 사견이다.

Virus [Memento Collider]

mementocolliderVed Buens Ende를 생각할 수밖에 없는 스타일이지만 블랙메탈의 기운은 상대적으로 전작들에 비해 옅은 편이다. Czral의 기타가 Voivod 생각이 나는 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었지만(아예 본작에서는 Dan Mongrain을 실제로 참여시키고 있다), 아마 밴드는 전작들에 비해 확실히 프로그레시브한 앨범을 만들려 한 것 같다. 80년대 뉴웨이브 풍의 비트도 있지만 골간에는 분명한 프로그레시브 락이 있다(솔직히 Kopecky 같은 밴드들 생각도 난다). King Crimson의 블랙메탈풍 계승자가 있다면 아마 이들과 비슷한 모습일 것이다. 이거 나로서는 엄청 칭찬인데 다들 알아보셨으려나.

King Dude [Sex]

kingdude2016이 데스메탈 뮤지션의 네오포크/얼트-컨트리 프로젝트는 자신의 장르에도 불구하고 미국 출신 답게 흔히 나오는 ‘범유럽적’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그보다는 고딕 색깔(이 무슨 색일지는 사실 모르겠다)을 입힌 렌즈로 비춰낸 어두운 미국의 모습에 관심이 더 많아 보인다. Peter Steele과 Nick Cave가 같은 밴드에서 음악을 했다면 이랬을까 싶기도 하다. 그러면서도 ‘Holy Christos’나 ‘Sex Dungeon USA’ 같은 곡에서 드러나는 뜬금 포스트펑크와 조금은 거친 듯한 유머도 흥미롭다. 유럽의 우울한 시인들이나 군대는 가 보지 않은 애국전사들이 만들 수 있는 음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긴 그러니까 Pitchfork에서도 나름 좋게 봐 주는 거겠지.

Cantique Lépreux [Cendres Célestes]

CantiqueLépreux이름만 봐도 퀘벡 블랙메탈 밴드임이 엿보인다. 사실 ‘퀘벡 스타일’ 블랙메탈을 제대로 연주하는 보기 드문 밴드라고만 해도 충분하겠으나 그렇게만 쓰면 너무 성의가 없어 보인다. 노르웨이를 분명히 의식한 트레몰로 리프에 리버브를 영리하게 이용해 만들어낸 분위기가 Horna의 가장 잘 나가던 시절을 생각나게 하고(말하고 보니 Horna는 노르웨이 밴드는 아니다만), 때로는 Satyricon 같은 소수만이 이를 수 있었던 위계 어린 분위기의 단초를 맛볼 수 있다. ‘La Meute’는 그래도 퀘벡 블랙메탈이 대체 뭐냐고 묻는 이에게 모범답안으로도 괜찮을 것이다. 아, 그래도 암만 생각해도 역시 두 번째 문장만으로 충분했다. 나머지는 그냥 사족.

Genocide Organ [Obituary of the Americas]

genocideorgan20161년 결산 정리글에 파워 일렉트로닉스를 올리다니 내가 뭐하는 짓인가 하는 생각이 먼저 든다만 Genocide Organ의 6년만의 신작이었으니 착하신 분들은 그러려니 해 주시리라 기대한다. 남미의 화약 냄새가 물씬 풍기는 풍경들을 노이즈와 일렉트로닉스로 표현하는 모습은 사실 그리 낯설지 않지만, 이들만큼이나 이런 풍경들을 극단적인 모습으로 그려내는 경우는 내 기억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그러면서도 앨범은 나름 메시지를 명징하게 담아 넣은 편인데(‘비교적’ 명확하게 들리는 보컬 때문일 것이다), 이런 게 이들의 정치적 색채일지니 하고 먹물 냄새를 살짝 묻힌다.

Anderson/Stolt [Invention of Knowledge]

Anderson-Stolt-Invention-of-Knowledge-500x500그러고 보니 여기 나온 앨범들 중 짧게라도 사이트에 언급했던 앨범은 작년에 Astronoid의 [Air]와 본작 뿐이다(왜 그랬을까). Jon Anderson과 Roine Stolt가 함께 한 앨범이지만 생각보다 그렇게 심포닉하지만은 않다. 오히려 재즈나 프렌치 포크, 그 외 꽤나 지방색 강하게 느껴지는 사운드 등 예상보다 다양한 모습들을 Renaisssance풍의 손길로 엮어내는데, 그러다가 Roine Stolt의 기타 때문인지 결국은 Flower Kings의 사이드 프로젝트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렇게 얘기해서 싫어하는 이들도 있겠다 싶긴 한데, 그래도 Yes의 근작을 생각하면 선생님 한 장만 더 내주세요 하는 겸허한 자세가 된다. 그러니까 선생님 한 장만 더 내주세요.

About 빅쟈니확 (83 Articles)
워리어 알통 터져 죽었다는 기묘한 부고기사에 눈물지으며 메탈을 듣던 머리 큰 아이가 나이가 들어서도 메탈을 끊질 못하다가 결국은 글까지 쓰고 있다. 뭔가 흐름이 괴상한 것도 같지만 인생이 뭐 그렇지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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