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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edy Ortiz: Foil Deer

필히 가사와 함께 드세요

미국 메사추세츠 출신의 인디락 밴드 Speedy Ortiz는 요 몇 년 사이 나온 이 계열의 밴드 중 가장 흥미로운 팀 가운데 하나다. 캡틴 Sadie Dupuis의 여름 캠프에서 결성되었다는 일화도 그렇지만, 2장의 EP를 노트북을 통해 완성하고 릴리즈했다는 점 또한 범상한 것은 아니었다. 모두의 예측을 비웃듯, 이 프로젝트는 계속 이어졌다. 그리고 2013년 풀렝스 1집 [Major Arcana]를 공개한다. 그 결과는? ‘주목할 만한 신인’의 탄생이었다. 황무지에서 이런 신인이 툭! 피어났을 때 득달같이 달려가는(그게 약점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그 열성이 될성부른 원석을 발굴하기도 하는 웹진) ‘Pitchfork’가 스포트라이트를 비추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고, 밴드는 이런 저런 매체를 통해 소개되며 인지도를 넓힐 수 있었다.

자, 여기 밴드의 소포모어 음반 [Foil Deer]가 선을 보인다. 개인적인 선호도는 갈릴 수 있지만, 나는 1집 이상으로 재미있고 유쾌한(여기 붙인 뮤직비디오 봐라! 아놔), 그리고 오싹한 음반이 나왔다고 생각한다. 만일 당신이 예전부터 미국 인디락을 즐겨 들었다면, 여러 레퍼런스들이 슬링키(slinky)마냥 방바닥을 이곳저곳 뛰어다니는 걸 확인할 수 있다. Stephen Malkmus and the Jicks의 서정성과 Pavement의 팝적 감수성, Dinosaur Jr.의 징글쟁글한 맛. 그리고 미처 셀 수 없는 인디락의 고전들이 한기처럼 음반 전체를 감싸고도는 것이다. 휘몰아치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고요로 돌아가기도 하고, 잠시 후엔 다시 물결을 가르는 2중의 반전도 만나볼 수 있다. 아무튼 통상적이고 뻔한 전개방식을 택하는 밴드는 아니다.

여/전/히 노랫말이 코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난 보스야, 보스 같이 행동하는 게 아니고”(‘Raising the Skate’)라고 못을 박는 카리스마적 리더 Sadie의 일갈은 다분히 계산된 것이기도 하지만, 음반과 밴드의 대한 자신의 통제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좀 더 살펴볼까? “내 칼날은 만지지 마, 애송아. 평생 저주받을 테니까”(‘Dot X’), “이제, 나는 모든 거짓말쟁이의 왕이다”(‘Puffer’), “황폐해졌어, 바로 너처럼”(‘Ginger’). 이런 단편들에서 우리는 새로운 독설의 여왕을 본다. 중의적이고, 비유로 가득해 해석이 쉽지 않지만, 그의 노랫말은 음악만큼이나 시간을 투자해 읽어볼 가치가 충분하다.

올드 스쿨의 매력과 페미니즘, 상상력으로 중무장한 [Foil Deer]는 재능을 갖춘 리더를 만난 밴드가 어디까지 뻗어나갈 수 있을지를 예측해 보는 재미가 있다. (아직은 섣부르지만) 그 점에서 Chrissie Hynde가 이끌었던 The Pretenders의 행보와 비교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가사까지 들여다보는 건 피곤하다는 리스너들은 곡만 틀어놓고 누워 있어도 나쁘지 않다. 멍하니 있기만 해도 뭐가 좋은 음악인지는 가려낼 수 있을 것이니. 언급한 곡 말고도 ‘Swell Content’, ‘My Dead Girl’, ‘Dvrk Wrld’(이 곡에선 Tori Amos가 떠오르는 게 당연하다) 등 귀를 잡아당기는 싱글들이 넘실거리기 때문에, 약간 예리한 촉수만으로도 음반을 잘 감상하기엔 무리가 없다. 아, 예상을 뒤엎고 국내 음원 사이트에 등록되어 있으니 스트리밍과 다운로드를 통해서 쉽게 즐길 수 있다.

3.5 Stars (3.5 / 5)

 

About 이경준 (145 Articles)
현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여기저기 불려다니며 글을 썼고, 하나둘씩 망해가는 잡지(웹진)들을 볼 때마다 역시 '이런 건 하면 안된다'고 다짐했다. 그런데 무슨 생각인지 또 이렇게 판을 키웠다. 왜 그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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