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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ve Hackett: Love Song to a Vampire

한낮의 폭풍을 맞이한 느낌

[Voyage of the Acolyte]부터 주욱, 나는 그가 내는 음반의 추종자였다. 프로그레시브라는 실을 가지고 저렇게 두터운 서사를 짜내고, 그 안에 그렇게 많은 공명을 담아내는 아티스트를 흔하게 본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30일, 소리소문 없이 Steve Hackett이 신작을 발표했다. 거의 1~2년마다 음반을 내고 있는 셈이다. 가히 창작력의 화신이라 할 만하다.

문제는 다작을 하게 되면 금새 아이디어가 고갈된다는 점인데, 그렇게 되면 음반을 내는 족족 범작 이하의 음반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분, 도대체 뭘 드신 건지 묻고 싶다. 이 9분짜리 곡 하나만 들어도 이건 ‘필청 아이템’임을 직감할 수 있으니까. 곡은 그의 초창기 작품처럼 아련한 아트락으로 시작한다. 잔잔한 어쿠스틱 음향과 차분한 보컬이 Steve Hackett 특유의 분위기를 만들어내는데, 예상치 못한 반전이 생긴다. 갑자기 모든 내러티브를 끊어내기라도 하듯 프로그레시브 메탈로 몰아치는 후반부(정확히는 8분 부터)를 유심히 보라. 항상 예상을 깨는 아티스트. Steve Hackett.

그가 낸 9할 이상의 음반을 소장하고 있지만 크게 실망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오히려 먹먹해질 때가 많았지). 그런데 신작 [Wolflight]는 그의 최근작 중에서도 첫 손에 꼽힐 만한 완성도를 자랑한다. 이 음반을 정주행한 지금, 한낮의 폭풍을 맞이한 느낌이다. 한 편의 영화와도 같은 뮤직비디오도 놓치지 말기를. 조만간 풀 리뷰를 작성해야겠다.

About 이경준 (145 Articles)
현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여기저기 불려다니며 글을 썼고, 하나둘씩 망해가는 잡지(웹진)들을 볼 때마다 역시 '이런 건 하면 안된다'고 다짐했다. 그런데 무슨 생각인지 또 이렇게 판을 키웠다. 왜 그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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