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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nkard: One Foot in the Grave

형님들 요새 술 줄이셨나요


타협을 모르는 스래쉬 장인의 이미지에 가까운 Kreator나 Sodom, Destruction에 비해서 확실히 Tankard의 이미지는 유쾌한 편이었고, 이 알코홀릭 스래쉬 밴드를 위 세 밴드들과 같은 반열에 올리지 않는 이들이 많아진 데는 그런 스타일의 문제도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물론 [Chemical Invasion]이 [Pleasure to Kill]이나 [Tapping the Vein], [Release from Agony]만큼은 아니지 않나, 라는 건 사실 이해 못 할 만한 얘기도 아니다. 그렇더라도, 35년 가량 꾸준하게 맥주 얘기를 빼면 남는 것도 없을 것 같은 내용의(알다시피 이건 나쁜 얘기가 아니다) 스래쉬메탈을 고수해 온 이 밴드에 대한 평가는 적어도 내 주변에서는 그리 후한 편이 아니었다.

그런 면에서 (비교적)최근의 밴드의 변화상은 Tankard에게 가볍다는 딱지를 붙인 이들에게는 좀 더 기꺼워 보일지도 모르겠다. 훌륭한 만듦새에도 불구하고 정말 맥주 얘기를 빼면 남는 게 별로 없었던 초기작들(‘Zombie Attack’ 같은 곡도 따지고 보면 맥주 마시면서 좀비영화 보는 얘기였다)에 비한다면, 적어도 [The Beauty and the Beer]부터의 Tankard는 이전보다는 노골적으로 드라마틱한 서사를 추구했고, 동시에 스래쉬함을 놓치지 않기 위한 시도로서 초창기의 카랑카랑함을 조금 덜어내면서 그루브를 강조하는 사운드를 보여주기 시작했다(물론 뉴메탈 스타일과는 거리가 멀다는 점에서 소위 ‘모던 스래쉬’의 그루브와는 비교하기 조금 어렵다). 사실 그런 시도들은 나쁘지 않았다. 내 기억에서 Tankard는, 35년 가량 쉬지 않고 활동하면서 딱히 똥을 싼 적이 없었고, 기복이 없다는 면(특히 빛나는 순간도 찾기 어려울 정도로 기복이 없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건 확실히 재주는 재주다)에서는 다른 독일 스래쉬 장인들보다도 돋보이는 구석이 있는 밴드였다.

[One Foot in the Grave] 또한 이런 밴드의 경향을 충실히 반영하고 있는 앨범이다. ‘Pay to Pray’ 같은 곡은 최근의 밴드의 예의 그 ‘멜로딕해진’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고, 더 나아가 Accept를 명확히 의식하고 있는 ‘Arena of the True Lies’는 [R.I.B.]까지의 앨범들과 이 앨범의 스타일상의 차이점이 있다면 그게 어디쯤에 있을 것인지를 암시한다(말을 이렇게 해서 그렇지 결국은 Iron Maiden과 Accept의 차이에 흡사할 것이다). ‘Northern Crown’에서는 Tankard가 무려 ‘둠적인’ 스래쉬 리프를 만들 줄 안다는 놀라운 발견에 이른다. Andy Gutjahr은 확실히 Andy Boulgaropoulos보다 드라이브감보다는 오밀조밀한 손맛을 강조하는 리프를 만드는 데 재능이 있어 보인다. ‘Lock ’em Up’에서 [The System Has Failed] 생각이 난 사람이 나뿐일지는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결국 Tankard의 앨범을 들으면서 기대하게 되는 유쾌함은 예전 모습에서 나오는 편이다. 역사 얘기인 척 1516년 바이에른 맥주 순수령을 꺼내면서 결국은 호쾌한 맥주 얘기로 돌아가는 ‘Secret Order 1516’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이 곡이 앨범에서 유일하게 술 얘기를 하는 곡이어서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앨범의 다른 곡들도 모두 멜로딕하면서도 충분히 공격적인 리프를 간직하고 있고, Gerre의 보컬도 아직까지는 세월의 흔적을 찾아보기 어렵다. 결국 이 균형 잡힌 앨범의 최고의 약점은 충분히 예전대로의 유쾌함을 보여줄 수 있으면서도 왠지 다른 모습을 가져가고 있는 점에 대한 아쉬움에 가까울 것이다. 밴드 본인들이야 억울할 지도 모르지만, 20년 이상 Tankard를 들어 온 팬으로서 이 정도 얘기는 할 수 있겠거니 자위하고 넘어간다.

 

3.5 Stars (3.5 / 5)

 
 

About 빅쟈니확 (83 Articles)
워리어 알통 터져 죽었다는 기묘한 부고기사에 눈물지으며 메탈을 듣던 머리 큰 아이가 나이가 들어서도 메탈을 끊질 못하다가 결국은 글까지 쓰고 있다. 뭔가 흐름이 괴상한 것도 같지만 인생이 뭐 그렇지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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