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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evolutionary Army of the Infant Jejus: The Gift of Tears

이만큼 간과된 앨범도 별로 없다

루이스 브뉘엘의 “욕망의 모호한 대상(That Obscure Objects of Desire)”에 나오는 가상의 테러리스트 집단에서 이름을 따 왔다는 The Revolutionary Army of the Infant Jejus는 지금 들어도 독특하기 그지 없는 음악을 연주했고, 이 밴드가 80년대에 리버풀 언더그라운드에서 모습을 드러냈음을 생각해 보면 이들이 많은 이들에게 알려지지 못했던 건 약간은 의외이기도 하다. 브리티쉬 포크가 중동풍의 사운드와 연결되고, 동시에 인더스트리얼의 사운드와 노이즈가 등장하며, 간혹은 (약간은 흘러간 시절의)뉴욕 아방가르드를 연상시킬 정도의 괴팍함을 보여주다가도 어느 순간에는 디스코 비트가 등장한다. 장르의 구분이 무의미할 정도의 음악을 연주했던 셈이다. 이러한 특성 덕분인지 이 밴드는 많은 시간이 지난 지금 네오포크에 큰 영향을 주었던 뮤지션 중에 언급되고 있다만, 그럼에도 그럼 어느 후대의 밴드가 이들에게 구체적으로 영향을 받은 것인지를 묻는다면 대답하기가 쉽지 않다.

더욱이 이들이 보여주는 콘셉트도 독특하다. 기독교 문화 이전의 ‘유럽적인’ 면모에 천착하는 경향을 보여주었던 다른 많은 네오포크 밴드들과는 달리 이들은 로마 카톨릭과 그리스 정교회의 상징들과 테마들에 근간을 두고 있다. 덕분에 앨범에서 밴드가 보여주고 있는 서사는 친숙한 감이 있으면서도, 동시에 ‘잃어버린 과거’를 찾아가는 듯한 인상을 동시에 준다. John Bunyan의 ‘천로역정(Pilgrim Progress)’의 좀 더 오컬트한 버전을 보는 듯한 느낌인데, 천로역정이 좀 더 외로운 여행길이었다면 이들의 음악은 그보다는 좀 덜 고독한 여행길을 그리는 듯 의외로 다양한 편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들의 음악이 네오포크, 그 중에서도 소위 ‘아포칼립틱 포크’와 맞닿는 지점도 거기에 있다.

사실, 이 밴드는 네오포크나 어두운 분위기의 노이즈/인더스트리얼 등을 즐기는 이들이 요구하는 덕목들을 거의 대부분 갖추고 있다. Douglas P. 등을 연상케 하는 남성 보컬과 그 대척점에 있는 여성 보컬은 사실 노래를 한다기보다는 대부분은 나레이션이나 멜로디 없이 가사를 읊조리는 방식을 취하는지라(노래를 전혀 안 한다는 의미가 아님) 가사 자체로서 서사를 전달한다기보다는 그 자체로 분위기의 일면을 구성한다. 당연히 퍼커션 등이 끌어 나가는 리듬 파트에 보컬이 맞춰 줄 이유가 없는지라 곡은 상대적으로 좀 더 다양한 구성을 취해 간다. 그러면서도 밴드는 ‘Tales from Europe’의 플루트 연주나, ‘The Singing Ringing Tree’ 등에서 탁월한 멜로디감각을 보여 준다. 이런 방식은 물론 다른 밴드들에게서 접해보지 못했던 것이 아니다. 많은 네오포크/인더스트리얼 밴드들이 명확한 멜로디라인이나 구조를 만들어 두고 이를 뒤틀어 버리면서 두터운 사운드를 만들어 나가는 방식을 취한다. 다만, 장르의 잘 알려진 프론티어들만큼이나 이들이 이른 시기에 잘 해내고 있었다는 건 여전히 인상적인 면이다.

그래서 이들의 음악을 굳이 ‘네오포크’라는 범주로 분류하더라도 이상하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다만 동시에 이들을 네오포크는 ‘절대 아니’라고 말한다 하더라도 쉽사리 일축할 것도 아니니, 어떤 컨벤션만으로 이들을 얘기하는 건 부족한 면이 있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개인적으로는 이들의 음악이 유럽적이라는 설명을 붙이고 나온 다른 어떤 음악에 비해서도 좀 더 명확한 ‘경험’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음악으로 조성하는 분위기를 체험의 수준에 가깝도록 끌어올린다고 할 수 있을까? 적절한 표현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음악이 그려내는 여행길이 기억에 남는다는 것은 분명하다. 따지고 보면 리뷰 자체가 부적절한 음악일지 모르겠다. 결국은 그 리뷰가 인상비평으로 회귀할 테니까. 이 글도 물론 그렇다.

덧붙임:
이 앨범은 금년 5월 25일에 Feral Sounds Recordings에서 LP 한정으로 재발매되었다.

4 Stars (4 / 5)

 

About 빅쟈니확 (83 Articles)
워리어 알통 터져 죽었다는 기묘한 부고기사에 눈물지으며 메탈을 듣던 머리 큰 아이가 나이가 들어서도 메탈을 끊질 못하다가 결국은 글까지 쓰고 있다. 뭔가 흐름이 괴상한 것도 같지만 인생이 뭐 그렇지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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