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cent Articles

The Toadies: Possum Kingdom

추억은 방울방울

노스탤지어는 곱씹을수록 쓴맛이므로 자중해야 하지만 가끔은 또 그런대로 얼큰하다. 때는 1994~5년 무렵이었고 고등학생이었으며, 지금은 소식이 끊긴 친구들과 함께 모의고사가 끝난 날이면 신촌까지 건너와(학교가 압구정에 있었으므로 한강을 건너야 했다) ‘백스테이지’라는 음악감상실을 찾곤 했다. 지금은 youtube도 있고, 굳이 그런 곳을 돈 내고 왜 가냐 하겠지만, 당시 용돈 받아 쓰던 학생들에게 전세계 뮤지션의 따끈따끈한 뮤직비디오를 틀어주던 그곳은 천국과도 같았다. 1관은 하드한 음악이 나왔고, 조금 작았던 2관에선 모던한 선곡이 주를 이루었다(우린 2관을 많이 갔다). 친구의 만류를 뿌리치고 신청 많이 했던 곡이다. 지금은 모 레이블을 운영하고 계신 백스테이지 사장님. 이 바닥에서 평론가와 레이블 대표로 마주칠 줄이야. 가만히 보면 삶은 참 재미있다.

이 곡의 youtube 첫 댓글은 “Oh how I miss the 90’s… Back when music was still good!”이다. 100% 동감하진 않지만 앞의 문장만큼은 동의한다. 가끔 그 순진무구했던 시기가 그리워질 때가 있으니 나이를 먹긴 먹었나 보다. 이 곡이 갑자기 떠오르게 된 것은 아주 예상치 못한 계기에서 비롯되었는데, 현재 모 음악웹진 편집장인 덩치 큰 분이 얼마 전 홍대의 모 지하벙커에서 1990년대 ‘핫뮤직’을 뒤지고 있었고, 그 옆에 있던 내가 우연히 펼쳐진 페이지에서 이들의 이름을 보게 된 것이다. 돌이켜보면, 그 우연이 이 글을 쓰게 된 방아쇠가 되었다. 음악사적으로 별로 중요하지도 않고, 히트곡도 변변찮은 이들이 뇌리를 스친 이유는 순전히 백스테이지에 대한 향수 때문이다. 근 15년만에 다시 들으니 좋구나. 김모 사장님, 여섯 시간 동안 3000원짜리 콜라 하나로 삐대서 죄송합니다. 그런데 너무 자주 그랬던 것 같아요.

About 이경준 (145 Articles)
현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여기저기 불려다니며 글을 썼고, 하나둘씩 망해가는 잡지(웹진)들을 볼 때마다 역시 '이런 건 하면 안된다'고 다짐했다. 그런데 무슨 생각인지 또 이렇게 판을 키웠다. 왜 그랬니?

댓글 남기기

This site uses Akismet to reduce spam. Learn how your comment data is process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