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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ees of Eternity: Hour of the Nightingale

낭만적인 죽음의 향기가 날지도

이 데모 하나만을 발표했던 밴드의 데뷔작은 꽤 오랫 동안 둠-데스 팬들에게 가장 발표가 기대되는 앨범의 하나로 꼽혀 왔지만, 밴드의 활동은 익히 알려져 있듯이 지지부진하기 이를 데가 없었다. 덕분에 밴드의 가장 잘 알려진 모습은 자신들의 결과물이 아니라 Swallow the Sun의 [New Moon]에서 Aleah Stanbridge가 마이크를 잡은 ‘Lights on the Lake’일 것이다. Dan Swano나 Steve Rothery(Marillion의 바로 그 분)까지 불러온 앨범이었던지라 Aleah의 이름에 굳이 눈길을 줄 이는 많지 않았지만, 그래도 앨범의 백미는 분명 ‘Lights on the Lake’였다. Steven Wilson과 지금만큼 친해지기 전의 Opeth를 생각할 수밖에 없는 곡의 극적인 구조에 방점을 찍는 것은 분명 유려한 Aleah의 목소리였다. 아마 Juha Raivio의 신의 한 수였을 것이다. Aleah와 함께 Trees of Eternity를 시작한 것은 사실상 Swallow the Sun의 사운드를 책임지는 Juha Raivio였고, ‘Lights on the Lake’ 이후 밴드에는 Kai Hahto와 Fredrik Norrman, Mattias Norrman(Katatonia와 October Tide의 그 분들)이 새로운 얼굴로 합류했다.

그러니 이 데뷔작에서 Swallow the Sun과 Katatonia, October Tide의 그림자를 걷어낸 음악을 기대하는 건 지나친 요구일 것이다. 물론 그렇다곤 하더라도 핀란드 출신 둠 메탈 밴드들 중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묵직한 리프를 만들 줄 알았던 Swallow the Sun이나, 다른 둠 메탈의 이정표들처럼 무거운 사운드는 아니고, 그보다는 어쿠스틱 사운드를 좀 더 덧칠하고 멜로디를 강조한 스타일에 가깝다. 하긴 나이팅게일이 지저귀는 시간에서 느껴지는 이미지는 ‘퓨너럴’보다는 낭만성 짙은 회고에 가깝다. Swallow the Sun보다는 확실히 고쓰의 시선이 분명한 멜로디 – 이건 사실 Within Temptation이 [Enter]에서 잘 했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 는 그런 이미지를 의식한 결과물이라고 생각한다. 동시에 이는 밴드의 개성이기도 하다. 여성 보컬을 앞세운 둠-데스 밴드의 앨범이지만, 앨범의 많은 부분에서는 여성 보컬로 컨버전한 Type O Negative 같은 느낌이 남아 있다.

그런 개성에 비춘다면 조금은 의외지만, 앨범은 둠 메탈의 범주 내에서 간극이 명확한 다양한 사운드를 다루고 있다(벌써 이 앨범을 얘기하면서 여섯 둠 밴드 – Withing Temptation도 친다면 – 의 이름이 나왔다는 점에서도 짐작할 수 있겠지만).  아마 가장 명확한 예는 ‘A Million Tears’일 것이다. 곡의 중심에는 우울한 기쁨이 묻어나는 듯한 Aleah의 목소리가 실어내는 멜로디가 있지만, 곧 Aleah가 높은 피치로 격정을 토해내기 시작하면 두터운 파워 코드 리프가 초창기 둠-데스의 모범을 보여주며 빈 자리를 채워 나간다. Fredrik Norrman이 덧칠하는 신서사이저 연주는 사실 Katatonia보다는 [Draconian Times] 시절의 Paradise Lost 생각이 나는지라 더욱 그렇다. 아예 Nick Holmes에게 함께 마이크를 맡기는 ‘Gallows Bird’에서 이런 인상은 좀 더 노골적이다. Paradise Lost부터 조금은 팝적인 형태의 ‘고딕 메탈’까지 앨범 하나에서 분주하게 다루고 있는 셈이다. Aleah가 꽤 다양한 장르들에서 환영받을 법한 목소리를 가지고 있는 점이 도움이 됐을 것이다. 어떻게 들으면 Chelsea Wolfe가 떠오르기도 하지만, 때로는 좀 더 관조적으로 노래하는 모습의 Sharon den Adel이 생각나기도 한다.

그만큼 극적이면서도 낭만성 짙은 연주에 얹히는 걸출한 보컬의 힘이 돋보이는 앨범이지만, 얄궂게도 Aleah가 금년 4월에 소천한 뒤에야 앨범은 비로소 빛을 볼 수 있었고, 아마도 밴드가 계속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대개의 예상이다. 그러고 보면 이 앨범은 밴드의 데뷔작이라기보다는 Aleah를 기억하기 위한 밴드의 마지막 작업이라고 생각하는 게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물론 밴드가 그걸 의도하고 곡을 만들었던 건 아니겠지만, 앨범이 보여주는 분위기나 곡들의 중심을 관통하는 보컬은 보컬리스트를 기억하게 하기에는 더할 나위 없다. 유감스럽게도 이 앨범이 당초 의도했을 법한 낭만성 짙은 회고의 마무리에 Aleah 스스로가 자리해 버린 셈이다. 등신불도 아니고 참 슬픈 일이다.

4.0 Stars (4.0 / 5)
 

About 빅쟈니확 (83 Articles)
워리어 알통 터져 죽었다는 기묘한 부고기사에 눈물지으며 메탈을 듣던 머리 큰 아이가 나이가 들어서도 메탈을 끊질 못하다가 결국은 글까지 쓰고 있다. 뭔가 흐름이 괴상한 것도 같지만 인생이 뭐 그렇지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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