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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itonus: Demons

노르웨이 프로그레시브 메탈의 잊혀진 이름

Arcturus를 일종의 ‘슈퍼 프로젝트’라는 식으로 얘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나라고 뭐 다른 건 아님), 따지고 보면 Arcturus에 이미 이름을 얻은 이들이 참여한 경우보다는 Arcturus를 통해 이름을 얻었던 경우가 더 많다. Emperor가 결성된 것도 1991년이었고, Ulver가 결성된 것도 1993년이었으며, Arcturus가 결성된 것은 1991년이었으니, [My Angel]에 참여했던 Marius Bold와 Hellhammer 정도를 제외한다면 Arcturus의 앨범에 참여하면서 이미 자신의 밴드로 인지도를 얻고 있던 이들은 거의 없었다.

이 (몇몇을 제외하면)초짜들에 가까웠던 뮤지션들의 집합 가운데, [Aspera Hiems Symfonia]에 참여했던 Carl August Tidemann은 가장 베테랑에 가까운 인물이었다. 동시대의 다른 블랙메탈 밴드들에 비해서 확실히 서사적인 면을 강조하는 편이었던 Arcturus로서는 Carl 정도로 뛰어난 기타리스트가 필요했었던 모양이다. Carl은 1996년 당시, 이미 [Stylistic Changes]라는 솔로작을 발매하고, 프로그레시브 메탈 밴드였던 Tritonus에서 활동하고 있었으며, Tritonus는 이미 첫 데모 [Shadowland]를 1994년에 발표했고, 노르웨이의 나름 뿌리깊은 메탈 팬진인 Scream Magazine(참고로 아직도 나오고 있음)의 지지를 받던 밴드였다.

그러고 보면 앞날을 내다보기는 참 어려울 일이다. Arcturus를 거쳐간 멤버들의 밴드들 중 가장 빛을 보지 못했던 게 Tritonus였을 거라고는 거의 생각하지 못했겠지만, Tritonus는 이후 변변한 데모도 제대로 내지 못한 채 거의 묻혀버린 밴드가 되어 버렸다. Carl 본인이야 Winds의 앨범들이나 Fleurety, Den Saakaldte 등의 밴드들의 세션으로 얼굴을 비출 수 있었지만 나머지 멤버들은 Mindtech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빛볼 날만을 하릴없이 기다릴 수밖에 없었던 모양이다(Lasse Finbraten은 Circus Maximus에서 나름 성공 맛을 보고 들어왔으니 예외로 하자). 그랬던 걸 생각하면 Tritonus는 충분히 기대 이상의 프로그레시브 메탈을 들려주고 있다. 아니, 오히려 이 ‘익숙한’ 북유럽풍 프로그레시브 메탈은 이미 Tritonus가 20년도 더 전에 뼈대를 만들고 있던 것이었다. 빛을 늦게 봤을 뿐(물론 지금도 밝은 빛을 보고 있지는 않음) 자신들은 변하지 않았던 것이다. 밴드가 2013년에야 처음으로 발표한 정규 앨범 [Prison of Light]에서.

덧붙임:
참고로, 국내에서도 Akarma 버전 발매작([Tritonus]와 [Between the Universes] 합본)을 쉽게 발견할 수 있던 독일 프로그레시브 밴드 Tritonus가 있었다. 음악만 본다면 헷갈린다면야 정신착란을 의심할 노릇이겠지만 흔치 않은 밴드명인지라 간혹 잘못된 선택을 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주의할 것.

About 빅쟈니확 (83 Articles)
워리어 알통 터져 죽었다는 기묘한 부고기사에 눈물지으며 메탈을 듣던 머리 큰 아이가 나이가 들어서도 메탈을 끊질 못하다가 결국은 글까지 쓰고 있다. 뭔가 흐름이 괴상한 것도 같지만 인생이 뭐 그렇지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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