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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O: A Conspiracy of Stars

여전히 절절한 하드락 블루스

베테랑 락 밴드 음반리뷰를 자주 쓰게 되는 것 같다. 요즘 그분들이 앨범을 많이 내기도 했고, 나 역시 손에 집히는 대로 고르다 보니 그렇게 됐다. 이번엔 UFO다. [A Conspiracy of Stars]는 독일 출신의 락 밴드 UFO가 발표하는 통산 21집이다(참 많이도 냈다). 아마 Michael Schenker의 밴드로 기억하실 분이 상당한 줄로 안다. 한국에서 UFO를 좋아했던 사람들은 세 부류 중 하나다. 먼저 ‘Try Me’, ‘Belladonna’, ‘Lipstick Traces’, ‘Born to Lose’를 열거하는 발라드광. ‘Doctor Doctor’, ‘Lights Out’ 등 하드한 트랙 애청자. 그리고 그 어느 쪽도 선택할 수 없는 사람. 공교롭게도 모두 Michael Schenker 시기의 곡들이다. 그러나 UFO는 Schenker가 탈퇴한 이후 더 스토리가 길다. 진짜 계보를 그려야 할 정도로 복잡한 멤버교체(심지어 Schenker는 밴드를 나간 후에도 무려 네 차례나 팀을 들락거렸다)에도 불구하고 밴드는 그 모진 생명을 이어갔고, 2005년 이후(2011년 탈퇴한 Pete Way(bass) 제외)로는 Phil Mogg(vox), Andy Parker(drums), Paul Raymond(keyboards&rhythm guitar), Vinnie Moore(guitar)의 라인업이 고정되면서 안정감을 찾았다. 그리고 놀랍게도 괜찮은 음반들을 지속적으로 찍어내고 있다.

다행히도 모니터링 결과, 전작 [Seven Deadly]에 이어 [A Conspiracy of Stars]에서도 클래스는 이어진다. 그 절반은 응당 ‘10년’이라는 숙성기간이 빚어낸 결과다. 캡틴 Mogg의 보컬은 전성기에 비한다면야 힘이 죽었지만, 그래도 질러대는 보컬이 아닌 탓에 제법 관리가 잘 된 편이다. 오히려 일면에서는 더 깊어졌다는 생각이다. 특히 가장 헤비니스적인 앨범의 1~2번 트랙 ‘Killing Kind’와 ‘Run Boy Run’에서의 관록은 그가 여전히 헤비니스 씬의 당당한 주축으로 자리할 수 있음을 증거하는 지점이다.

또, 무엇보다 ‘밴드’의 기타리스트가 된 Vinnie Moore가 있다. Shrapnel에서 미친 듯한 속주를 들려주던 그가 이제는 블루스와 하드락을 하는 중년이 되었다. [The Visitor], [Seven Deadly]에서도 그랬지만, Vinnie는 더 이상 스피드에 집착하지 않는다. 물론 속주기타를 연주했을 때도 Vinnie는 경쟁자들과는 뭔가 달랐다. 그러나 솔로 비르투오조 시절, 그의 기타가 이런 형태로 변신할 수 있다고 예측한 사람은 많지 않았을 것이다. 재미있는 일이다. Vinnie가 원톱이 아닌 미드필더를 자임하면서 밴드는 본인들이 뽑아내고 싶은 걸쭉한 락 사운드를 마음 놓고 펼쳐낼 수 있게 된 것이니. ‘Ballad of the Left Hand Gun’에서 뽑아내는 질펀한 리프를 들어보라. 이게 현재의 UFO, 현재의 Vinnie다(예전의 Vinnie를 만나고 싶다면 그의 솔로 음반을 기다리자).

언급했던 트랙 말고도 곡 하나하나의 매력이 숨쉰다는 점 또한 신보의 퀄리티를 보장하는 요소이다. 그 중 베스트는 ‘Sugar Cane’이라 할 수 있다. 슬로 템포로 진행하다 갑자기 블루스락으로 전환되는 독특한 구성을 취하고 있는 곡은 적재적소에 배치된 코러스, 핵심을 찌르는 솔로의 조합이 예쁘다. 아메리칸 하드락의 어떤 전형을 제시해주는 듯한 ‘Precious Cargo’에서의 멤버들이 보여주는 호흡도 그렇지만, 과거 클래식락 사운드를 기막히게 재현해내고 있는 ‘Messiah of Love’의 젠체함도 전혀 기분 나쁘게 들리지 않는다. 이렇게 해낼 수 있는 것도 실력이기 때문이다. 템포를 떨어뜨리며 마무리하는 고풍스런 록 ‘Rollin Rollin’도 마찬가지 이유로 ‘리스펙’이다. 정말 완성도가 고르다. [A Conspiracy of Stars]는 해외웹진 ‘Planetmosh’의 지적처럼 ‘딱히 떨어지는 곡이 없는 음반’인 것이다.

어느 순간부터 평단에서 “연주를 잘한다”는 말이 희화화되고 있지만, 기본 중 기본에 해당하는 그것이 왜 재미없고 식상한 일인지, 그리고 왜 조롱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지 음악글을 쓰고 있는 나는 진심으로 모르겠다. 멋진 연주를 들었을 때의 쾌감과 짜릿함. 그게 고루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있을까. UFO의 신작은 락팬이 바라는 바를 정확히 찔러대는 음반이다. 표현하고 싶은 의도와 정확히 부합하지는 않지만 편의상 이것을 ‘Steamhammer 더하기 Albatross(blues rock band)’ 정도의 느낌이라 칭해 두자. 특히 하드락과 블루스, 헤비메탈의 결합이라는 말만 듣고도 부르르 진동하는 사람이라면 필청을 권한다. 이 라인업으로 최소 다섯 장은 더 나왔으면 좋겠다.

3.5 Stars (3.5 / 5)

 

About 이경준 (145 Articles)
현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여기저기 불려다니며 글을 썼고, 하나둘씩 망해가는 잡지(웹진)들을 볼 때마다 역시 '이런 건 하면 안된다'고 다짐했다. 그런데 무슨 생각인지 또 이렇게 판을 키웠다. 왜 그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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