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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lvesang: Ulvesang

[Kveldssanger]를 기억하는 이들에게


가장 ‘컬트’적인 메탈 서브장르의 하나라는 이미지를 아무래도 완전히 지워낼 수 없어서인지 다각적인 실험이 이루어지고 있음에도 블랙메탈이 장르의 외연 속에 포섭시킨 기타 장르의 모습들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럼에도 무난하게 그 외연을 넘어설 수 있었던 외부의 요소들로서 첫 손에 꼽을 수 있는 것은 인더스트리얼과 포크일 것이다(이것뿐이라는 얘기는 아니다). 장르의 초창기부터 예견되었던 일일지도 모른다. Red Harvest가 [Occultica] 데모를 발표한 건 1989년이었고, 밴드의 멤버들은 이후 Sirius, Enslaved, Dunkel:heit 등에서 활동하면서 무시할 수 없는 발자국들을 남겼다. Ulver는 [Bergtatt]의 포크 바이브 강한 블랙메탈로 모자랐는지 [Kveldssanger]에서는 메탈마저 걷어내고 본격 포크 앨범을 내놓았다(그런 면에서 [Nattens Madrigal]이 그렇게 건조한 블랙메탈이었던 건 분명히 Century Media를 엿먹이는 일이었다).

전혀 비슷해 보이지 않는 두 장르이지만, 달리 생각하면 양자는 현대 문명에 대한 피로감을 표현하는 데는 둘 다 적절한 편이었다. 인더스트리얼은 언제부턴가 기술에 대한 찬미(또는 기술과 파괴에 대한 심미화)를 넘어서 파괴되어 가는 인간 군상들을 표현하기 시작했고, 북유럽 포크가 주로 다루던 이야기들의 주 무대가 되었던 숲이 인간사의 중심에 있던 때는 문명의 번성을 비껴난 시기였다. 문명이 자연을 파괴하기 이전이거나, 농경술마저 제대로 남아 있기 어려울 정도로 문명이 파괴된 이후였을 것이다. 아무래도 노스탈지아를 자극하기에는 둘 중에서는 포크가 좀 더 나아 보인다. 흔하지는 않지만 메탈 밴드 출신의 포크 프로젝트들이 나오기 시작했고, 많은 경우는 소위 ‘다크 포크’나 네오포크에 발을 담그고 있었다.

Ulvesang 또한 후자에 속한다. 약간의 상상력을 동원하면 밴드 이름에서부터 늑대가 언덕에서 울부짖는 모습과, 앞서 언급한 Ulver의 이름을 연상할 수 있다. 음악은 좀 더 많은 이름들을 연상시킨다. Empyrium, Tenhi, Agalloch, Nebelung 외에도 많은 이들이 있겠지만, 자유연상은 일단 각자의 몫으로 남겨두자. 중요한 것은 Ulvesang이 앞서 이야기한 포크의 방식을 보기 드물 정도로 유려하게 재현하고 있다는 것이다. 약간은 전형적으로 보이는 멜로디이지만, 조금씩 모습을 달리하는 기타 연주를 병치시킴으로써 공간감을 확보하고, 밴드의 개성을 표현한다. 신중하게 배치된 보컬(물론 노래라기보다는 연주의 일부에 가깝다) 또한 철저하게 그런 분위기에 종속된다. ‘Litherpoan’이나 ‘A Town of Ash’, ‘Arms in Pledge to Ellis’ 등은 그럼에도 이들이 통상적인 북유럽식 ‘다크 포크’를 넘어서는 지점을 보여준다. 포크보다는 메탈 밴드의 그것에 가까운 구성과 빨라지는 템포, 앨범이 조성하고 있는 분위기를 의도적으로 뒤트는 콰이어와 보컬은 잠깐 잊었던 ‘pagan’함을 앨범에서 발견하게 한다. 사실 ‘pagan’이란 용어는 언제부턴가 명징한 의미 없이 이런 류의 음악을 설명하는 데 이용되어 왔지만, 처음부터 그랬던 건 또 아니었다. 그런 면에서는 이 앨범은 90년대 초반의 북유럽 ‘다크 포크’의 매력을 가장 잘 재현하고 있는 21세기의 예라고 할 수 있다(이들이 캐나다 출신인 건 그런 면에서는, 조금 이색적이다).

밴드는 아직 레이블을 찾고 있는 중이고, 앨범은 덕분에 아직까지는 디지털로만 발매되어 있다. 능력이 있다면 내가 레이블을 만들어 계약하고 싶지만 일단 영문계약서 작성부터 엄청난 장벽에 직면할 게 예상되니 일단 그 부분은 다른 이들의 과제로 남겨둔다. bandcamp에서 3달러에 다운로드받을 수 있다는 점만 조심스럽게 알려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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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빅쟈니확 (83 Articles)
워리어 알통 터져 죽었다는 기묘한 부고기사에 눈물지으며 메탈을 듣던 머리 큰 아이가 나이가 들어서도 메탈을 끊질 못하다가 결국은 글까지 쓰고 있다. 뭔가 흐름이 괴상한 것도 같지만 인생이 뭐 그렇지 생각하고 있다.

1 Comment on Ulvesang: Ulvesang

  1. 한번에 끝까지 다 들었네요 정말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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