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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rious Artists: Southpaw

영화처럼 다부진 힙합 한 마당

Jake Gyllenhaal이 복서로 나오는 영화 ‘Southpaw’의 사운드트랙은 Eminem과 그의 동료들이 참여해 믿음을 더한다. Eminem은 거침없는 표현과 에너지 넘치는 래핑으로 데뷔 이래 한결같이 최고의 위치를 지키고 있다. 1999년 메이저에 데뷔한 이래 그래미 어워드에서만 ‘최우수 랩 앨범’, ‘최우수 랩 퍼포먼스’ 등 무려 열다섯 개의 트로피를 가져갔으며, 2000년에 발표한 세 번째 정규 앨범 [The Marshall Mathers LP]부터 2013년에 낸 [The Marshall Mathers LP 2]까지 여섯 편의 앨범이 연속으로 빌보드 앨범 차트 1위를 기록했다. 평단과 대중의 지지를 고르게 얻는 그가 사운드트랙을 맡은 덕에 기대감은 한 번 더 올라간다.

Eminem은 초반부터 강한 스트레이트를 날린다. Gwen Stefani와 함께한 ‘Kings Never Die’는 묵직한 전기기타 연주를 입혀 어떤 상황에도 굴하지 않는 억센 챔피언의 모습을 효과적으로 형상화한다. Royce da 5’9″과의 듀오 Bad Meets Evil의 ‘All I Think About’에서는 연타하듯 사납고 날카로운 래핑을 선보인다. 6월 초에 공개된 리드 싱글 ‘Phenomenal’은 열기와 거친 호흡을 골고루 나타냄으로써 자신의 존재감과 강함을 입증하려고 싸우는 파이터의 실루엣을 상상하게 만든다. 둔중한 드럼과 흐릿하게 울리는 보컬이 메인이 되는 비트는 링에서의 싸움을 연상시킨다.

앨범의 활력은 다른 곡에서도 계속된다. Rico Love의 음성이 한쪽에서 부드러움을 담당하는’What About the Rest of Us?’는 둔탁한 드럼 사운드가 생기를 자아내며, 영화에 조연으로 출연한 50 Cent의 ‘Drama Never Ends’는 노래를 부르는 듯한 훅과 넘실거리며 확실한 자국을 남기는 베이스가 육중한 리듬감을 형성한다. Royce da 5’9″과 DJ Premier가 의기투합한 힙합 듀오 PRhyme의 ‘Mode’는 DJ Premier의 전매특허 붐 뱁 사운드가 질박한 무게감을 퍼뜨린다. 보디빌더 Rob Bailey와 프로듀서 Charlie Hustle이 2013년에 발표한 ‘Beast’의 리믹스 버전은 원본의 일렉트로닉 록 반주에 빠른 래핑이 더해져 거대한 힘을 내고 있다. Bone Thugs-n-Harmony의 멜로디와 하모니를 겸비한 플로가 돋보이는 ‘Notorious Thugs’도 율동성과 역동성을 살린다.

사운드트랙은 미국 영화음악 작곡가 James Horner의 유작이 담겨 있다는 점으로도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지난 6월 중순 자신이 몰던 경비행기가 추락해 향년 61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난 그는 ‘Braveheart’, ‘Titanic’, ‘Avatar’ 같은 대작들의 스코어를 제작하며 최고의 영화음악 감독 반열에 들었다. 30년이 넘는 긴 기간 동안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면서 영화팬, 음악팬들과 만나 왔던 그이기에 아쉬움은 더욱 크다. 동일한 모티프를 바탕에 둔 그의 작품 ‘Cry for Love’는 아주 천천히 흐르는 건반과 스트링, 드문드문 들어서는 타악기를 통해 사랑하는 아내와 딸을 지키지 못한 자책감으로 슬퍼하는 주인공의 심경을 묘사한다. 구성은 단순하지만 주인공의 처지를 명확하게 표현하는 거장의 재능이 실감된다.

사실, 쇼킹하게도 Jake Gyllenhaal이 맡은 빌리 호프 역은 원래 Eminem의 차지였다. Eminem이 섭외에 응하면서 촬영에 들어갔지만 얼마 후 음악에 집중하고 싶다는 의사를 표함에 따라 영화 제작이 보류됐다. 이로써 ‘8 Mile’ 이후 오랜만에 스크린으로 복귀하는 모습은 볼 수 없게 됐지만 지금의 상황도 전혀 나쁘지 않다. 명배우 Jake Gyllenhaal이 영상에 굳건히 서 있고, 랩의 신 Eminem이 음악을 든든히 받쳐 주는 덕분이다. 또한 뛰어난 힙합 뮤지션들의 참여로 앨범은 다부진 면모를 과시한다. 사운드트랙을 통해 링 위에서 펼치는 격정의 대전이 음악으로, 청각적 감흥이 링 위의 거친 분투로 전이된다.

3.5 Stars (3.5 / 5)

About 한동윤 (27 Articles)
음악 듣고 글 쓰는 게 고역이라고 툴툴거리지만 하루 대부분을 음악을 듣거나 글을 쓰는 데 보낸다. 로또를 사지 않으면서 로또에 당첨되고 싶다는 원대한 꿈을 꾼다. 라면을 먹을 때 무척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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