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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king: No Child Left Behind

이분들 살아계셨습니다, 그것도 건강하게

지금은 해외음악을 취급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는 J레코드는 그래도 한때 국내의 메탈 팬들에게는 절대 간과할 수 없는 회사였다. 아무래도, 기타 인스트루멘탈이나 스래쉬메탈 팬들에게 더 그랬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J레코드가 Roadrunner 소속의 밴드들의 앨범을 라이센스한 덕에 Annihilator, Sepultura, Artillery 등의 밴드들은, 뭐 하나 구하기 쉬운 밴드가 없었던 시절에도 국내에 알려질 수 있었을 것이다. 난 지금도 Sepultura의 [Morbid Visions]가 [Bestial Devastation] 데모와 합본으로 라이센스됐던 것이 참 신기하다. 음악만 들어서는 이 앨범이 라이센스될 정도라면 Sacorfago의 [I.N.R.I.] 같은 것도 라이센스될 수 있었을 것이다. 물론 Sepultura의 그 앨범들이 라이센스된 것은 결국은 [Beneath the Remains] 때문이었겠지만.

그런 면에서, Metal Blade의 스래쉬 앨범들은 레이블이 80년대 메탈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었을지언정 Roadrunner의 발매작들만큼 접하기 쉬웠던 건 아니었지 싶다. 그나마 잘 보이던 Fates Warning 등은 스래쉬메탈은 아니었고, Slayer는 잘 알려져 있듯이 [Hell Awaits]를 마지막으로 레이블을 떠났다. Sacrifice 등은 음악은 뛰어났지만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게다가 CD는 나오지도 않았다). 난 Viking은 덕분에 (적어도 국내에서는)꽤 손해를 보았던 밴드라고 생각한다. 1990년에 해체했었던만큼 80년대에 짧고 굵은 활동을 펼친 밴드였고, [Do or Die]는 그 시절에 발매된 여느 스래쉬 앨범에 절대 뒤처지지 않는 앨범이었지만, 개인적으로 ‘1988년의 내가 꼽은 명작들’ 식의 글에서 [Do or Die]를 본 적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사실 Viking이 Metal Blade에서 낸 앨범은 [Do or Die] 뿐이니 이런 얘기가 지나친 과장일 수는 있겠지만 어쨌든, Viking이 실력만큼 주목받지 못했던 밴드였던 건 맞다고 생각한다.

크리스찬으로 거듭나면서 스래쉬메탈을 그만두었던 Ron Eriksen이 밴드를 재결성하고 26년만에 다시 내놓은 이 앨범은 역시 밴드의 주목받지 못했던 기량을 잘 보여준다. 눈에 띄는 라인업의 변경이라면 Dark Angel의 Mike Gonzalez와 Gene Hoglan이 리듬 파트를 담당한다는 것인데, 원래 [Do or Die]가 [Darkness Descends]와도 비견되던 앨범이었음을 생각하면 의미심장하게 보이는 라인업의 변경이지만(Gene Hoglan은 앨범 녹음에만 게스트로 참여하긴 했지만), 사실 이 앨범이 [Darkness Descends]만큼 빠른 스피드를 보여주는 앨범은 아니다(그러기도 쉽지 않다). 앨범은 그보다는 리프의 헤비함과 적절한 그루브/멜로디에 좀 더 신경쓰는 듯하다. 앨범을 시작하는 ‘9:02 on Flight 182’부터가 대표적인 예라고 생각한다. 일견 S.O.D. 같은 밴드가 생각나는 펑크적인 면이 있지만, 밴드는 스피드보다는 상대적으로 멜로딕한 리프의 배열 사이에 그루브함을 의도하고 있다. Justin Zych의 기타가 밴드에 이러한 측면을 가져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예전의 Viking과는 약간은 차이가 있다.

그렇다고 이 앨범이 근래의 소위 모던 스래쉬의 모습을 일견 보여준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밴드의 음악은 한창 활동하던 시절의 베이에이리어 스래쉬에 가깝고, 분명 Dark Angel의 모습도 있으며, Slayer의 80년대를 연상케 하는 모습도 모두 가지고 있다. ‘Wretched Old Mildred’의 클래식 스래쉬를 연상케 하는 멜로디와, [Reign in Blood]까지 연상케 하는 질주감은 이 밴드가 Viking의 재결성에 환호를 보내는 이들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Helen Behind the Door’의 흡사 Jeff Waters를 연상케 하는 오밀조밀한 리프도 흥미롭다. 밴드는 그런 면에서 [Do or Die], [Man of Straw] 시절의 스래쉬를 재현하면서도 어느 정도 여유 있는 모습을 보여주려 했다고 생각한다. 예전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주목받지 못해서 레이블도 구하지 못하고 자주제작으로 발매하는 신보이지만 녹음 상태 등도 훌륭하다. 확실히 많은 준비를 한 복귀작이다.

덕분에 이 앨범을 [Do or Die]보다 낫다고는 솔직히 말 못하겠지만, 개인적으로는 [Man of Straw]보다는 더 괜찮았다고 생각한다. Ron이 신에 귀의하면서 뭔가 음악이 비틀거리는 – 덕분에 밴드의 해체까지 이르는 – 감이 없지는 않았던 앨범이 [Man of Straw]였다면(그래서 앨범 제목이 빨대맨인 건지도), 이 앨범은 [Do or Die]의 무자비함에 비견하긴 어렵더라도, Viking이 여태까지 낸 앨범들 중에는 가장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안전한 선택이었고, 덕분에 밴드는 최고는 아니지만 최선의 결과에는 충분히 이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좀 더 많은 이들이 이들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3.5 Stars (3.5 / 5)
 

About 빅쟈니확 (83 Articles)
워리어 알통 터져 죽었다는 기묘한 부고기사에 눈물지으며 메탈을 듣던 머리 큰 아이가 나이가 들어서도 메탈을 끊질 못하다가 결국은 글까지 쓰고 있다. 뭔가 흐름이 괴상한 것도 같지만 인생이 뭐 그렇지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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