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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 & JAS: 우린 아직도 과도기에 있으며 여전히 정상을 탐색하고 있다

 

여러 수식어를 달진 않겠다. 그간 그들이 밟아온 여정을 살짝만이라도 들여다봤더라면, 이들이 얼마나 소리소문없이 고군분투해왔는지 알 수 있었을 테니까. 이제 제법 잘 녹아든 것처럼 보이는 JAS와 함께, 그들은 묵묵히 그들의 길을 가고 있다. 혹, 잠시 이들의 행보를 놓쳤던 분들이라면 이 인터뷰가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새 싱글 [We Can’t Dance But!]을 공개한 W & JAS를 만났다. 장소는 상수동의 어느 작은 카페였고, 인터뷰엔 배영준(기타), 한재원(키보드), 김상훈(베이스/기타/드럼), JAS(보컬)가 참여했다.

 

20138월 미니앨범 [New Kid in Town], 올해 3[But We Have To Go]이 공개되었다. 그리고 얼마 전 싱글 [We Can’t Dance But!]이 나왔다. 외관상으로 팀은 바쁘게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어떻게 지냈는지 말해주겠나?

배: 밴드가 플럭서스에 10년가량 있었다. 알다시피, 플럭서스라는 레이블은 뮤지션을 편하게 해주는 회사다. 그런데 그 테두리 안에만 머물러 있다 보니 우리가 만들어내는 작품들이 어느 순간 비슷비슷해지는 것 같기도 했고, 장기적으로 음악을 하기 위해서는 (한 70~80세까지?) 뭔가 자극을 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좋겠다 싶기도 했다. 그래서 용기를 내서 현재 회사인 Office 8과 계약을 하게 된 거다. 우리가 회사에게 했던 조건은 밴드가 작업할 수 있는 공간을 주고, 그 안에서 우리 앨범을 우리가 직접 믹스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주는 거였다. 잘 풀려서 계약을 했고, 그 후 시간이 적지 않게 흘렀지만, 우리가 워낙 바쁘게 지냈기 때문에 체감 상으로는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난 것처럼 느껴지진 않는다. 이 싱글 [We Can’t Dance But!]은 상훈 군이 총대를 메고 믹싱을 책임진 작품인데, 아무래도 더 공을 들였고 때문에 육체적/정신적인 피로지수는 [New Kid in Town] 때보다 높았던 것 같다. 바느질하는 기분으로 한/땀/한/땀 작업하다 보니 그것만으로도 시간이 훅훅 가더라.

 

세 남자의 마을에 JAS가 이사 온 지도 언 3년이 되었다. 이제 중간점검을 할 수 있는 시기 아닌가? 어떤가? 마을이 그만큼 더 익숙해졌는가?

J: 밴드로서 합을 맞추고 그에 최적화된 톤을 찾고, 오빠들이 원하고 내가 원하는 사운드를 절충하는데 꽤 시간이 걸렸다. 그래서 그런지 3년이 긴 시간이었다고 보지는 않는다. 뮤지컬 일도 병행하고 있는데, 시간이 타이트하긴 했지만 틈틈이 짬이 날 때마다 작업을 해서 만들었다. 완전하진 않지만 이제는 일정 부분 익숙해진 것 같다.

 

그러면 영준 씨가 볼 때 JAS와의 합은 어떤가?

배: 우리가 볼 때 우리 음악에서 가장 중요한 건 보컬의 음색이다. JAS가 우리랑 하기 전부터 훌륭한 보컬리스트였기 때문에 같이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던 것이지만, 우리가 그녀에게서 얻는 게 더 많다. JAS는 뭐라고 말해야 할까, “부지런하다”라는 말보다 더 강력한 표현이 있다면 좋겠는데. 그렇지, ‘성실’의 아이콘처럼 일을 해내는 친구다. 에너지도 넘치고. 우리 세 남자를 합친 것보다 더. 뮤지컬 하면서 음반 활동과 우리 공연을 같이 한다는 게 내가 볼 때는 어려울 것 같은데 말이지. 뮤지컬 하는 와중인데도 이렇게 싱글을 냈고 뮤지컬 공연과는 별개로 또 우리 콘서트를 진행해야 한다. 대단하다. 저 친구한테 부끄럽지 않으려면 우리가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다고 본다. 그렇게 돼서 서로에게 좀 상승작용을 몰고 와야 할텐데 우리가 힘이 달리니 원(웃음). 극단적으로 말하면, 사람을 피곤하게 한다(웃음). 낮 12시에 모여서 합주하는 밴드 봤나? 그런데 우리는 한다.

J: 오빠들 기상시간이 당겨졌다.

 

W는 그간 알게 모르게 여러 장르의 음악을 해 왔다. [But We Have to Go]동창생같은 곡은 섬세한 발라드다. 이 곡에서 자스의 보컬은 W가 해왔던 음악에 다양성 하나를 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준다. 뮤지컬이나 빠른 곡을 같이 해야 하는데 어렵진 않나?

J: 나는 또렷한 톤을 내세우는 보컬은 아니지만, 곡에서 변화를 줄 수 있는 보컬이다. 뮤지컬과 이 작업을 같이 하다 보니 보컬 공부도 된 것 같고. 더 넓은 범주의 음악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을 얻었지 힘든 건 없었다. 아, 그에 얽힌 일화는 하나 있다. 한 6개월 동안 뮤지컬 스케줄 잡지 않고 밴드에만 전념하다 간만에 뮤지컬을 들어갔는데 선생님이 “노래가 좀 바뀐 것 같다”고 말씀하시더라고. 나는 몰랐는데, 뮤지컬 쪽은 ‘컨벤션’이 명확하고 엄격해서 그걸 감지하셨던 거더라고. 그 말씀을 듣고 내가 두 장르를 다 할 거면 둘을 넘나드는 훈련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던 거지. 고집이 강하지도 않아서 누가 조언을 해 주면 그걸 곧장 흡수하는 편이어서, 배운다는 마음가짐으로 하고 있다.

 

w&jas 3

 

이번 싱글에 대해 말해 보자. 스타일이 계속 바뀐다. 저번엔 어쿠스틱한 필을 발산하더니, 첫 곡은 아예 작정하고 댄스로 갔다. 관심사가 다채로운 건 알고 있었지만, 스펙트럼이 넓고도 넓다.

배: 우리는 공동작업을 하기 때문에 뭉쳐서 보면 아저씨 세 사람이 모여서 음악을 하는 거지만 분리해서 보면 한 사람의 일생이 거기에 다 담겨 있는 거다. 각자 테이스트가 다르기 때문에, 그런 것들이 그때그때의 우리 작업으로 드러난다고 할 수 있는 것이지. 이번 싱글 낼 때도 “저번엔 발라드 했으니까 이번엔 흥겨운 거 하자?”, 이렇게 한 게 아니다. 좋은 곡을 찾다 보니 그런 음악을 하게 된 거지. 사실 나는 음악을 하는 것보다 듣는 걸 더 즐기는 사람이다. 그동안 들어왔던 많은 것들이 여기에 집적되어있다고 보면 되는 것이고.

 

그런데 또 제목은 우린 춤추지 못한다는 뜻의 [We Can’t Dance But!]이다. 일부러 유머를 첨가한 건가? 잠깐 Genesis 후반기 작품에서 따온 줄 알았다.

배: 아 그건 아니다. 프로그레시브를 파지는 않는다(웃음). 회사에 들어왔을 당시, 밴드는 JAS의 목소리로 승부를 봐야 하니까 그녀의 목소리에 집중할 수 있는 음악을 하자고 이야기해둔 상태였다. 그 시기는 “이제 밴드는 슬로우하고 심플한 그런 음악을 하겠다”는 원대한 포부가 있던 때이기도 했다. 대신 그렇게만 하면 지루할 수 있으니, 사이드 프로젝트로 댄스음악 프로젝트를 하나 해보자고 결의했고, 그걸 위해 정해놓은 이름이 ‘We Can’t Dance But!’이다. 그랬는데, 어느 순간에 그렇게 분리해서 하면 뭐하겠나 싶더라. 시간이 없기도 했고. 그래서 이렇게 싱글 타이틀로 내게 된 것이다.

 

첫 곡 너의 손은 어디에 있어야 하는가1990년대 댄스가요 편곡을 듣는 듯해 참신했다. 촌스럽기도 한 것이 말이지. 향수를 느끼고 싶어서 의도적으로 그렇게 간 건가 궁금하다.

배: 이건 김상훈 군이 틀을 잡아서 온 곡인데, 초반의 1980~90년대 풍의 뉴잭스윙 같은 신스 소리도 상훈이 덕분에 넣게 된 거다. 상훈이가 가져온 뼈대가 인상적이어서 모든 사운드의 초점이 그 사운드에 맞춰졌던 것 같다. 그러다 보니까 이런 곡이 완성된 거고, 딱히 어떤 레퍼런스가 있어서 “우리는 저것처럼 가야 돼” 그렇게 하진 않았다. 다만 신경 썼던 건 목소리가 어떻게 들려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었다. 보컬에 여러 번 오버더빙을 입혔는데, 코러스와 메인 보컬 사이의 밸런스를 조정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정리하자면 도입부의 신스와 JAS의 목소리를 두 축으로 편곡이 진행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원래 상훈이가 가져온 모티프에서 크게 달라지진 않았다.

한: 이 곡은 가이드 기타를 그냥 썼다. 가이드 기타 그 자체로 느낌이 있었기 때문이다.

김: 질문했던 그대로 향수를 느끼고 싶었다. 그래서 이렇게 했다. 걱정이라면 이걸 도입부에 넣었을 때 “형들한테 혼나진 않겠지? 많이 간 건 아니겠지?”, 그런 거(웃음)? 그랬는데 다행히 예뻐해 주시더라.

배: 그런데 상훈이는 이 곡을 싣자고 하진 않았다.

김: 굳이 이 곡을 넣어야 한다고 보지 않아서.

배: 내가 “이거 해야 한다”고 우긴 쪽이었다.

김: 편곡보다 노래 녹음하는 데 공을 많이 들인 곡이다.

한: 그게 두 가지 버전이 있었다.

배: ‘너의 손은 어디에 있어야 하는가’가 있었고, 지난 싱글에 있는 ‘나는 밤이다’와 나름 라임을 맞춘다고 ‘나는 공이다’라는 제목으로 쓴 게 있었다. 그 두 개 중 거수를 했다. 승자가 된 타이틀이 이거다. 친구들이 ‘나는 공이다’라는 제목은 살짝 철학적이라고 여긴 모양이다.

한: ‘나는 공이다’가 어려워도 단어가 주는 맛깔 나는 표현이 있었는데, JAS가 노래를 해 보더니 현재 버전이 노랫말이 잘 붙는다고 해서 그렇게 간 거다.

배: 어… JAS는 ‘나는 공이다’에 표를 준 것으로 알고 있는데?

J: 나는 ‘나는 공이다’ 파였다. 가사가 완전 W표를 달고 나왔으니까.

배: 하지만 이제 묻혔지(웃음).

한: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감각적인 가사가 다시 빛을 발했다. 코나 때부터 진행형이긴 하지만 여전히 트렌드를 앞서간다. 이런 가사를 쓸 수 있는 원동력이 뭔지.

배: W & JAS 하면서 준비한 곡 중 발표하지 못한 곡이 많다. 나는 그 곡의 가사들이 더 재미있다고 본다. ‘19금의 세계’라든가, ‘팬텀 오브 더 펑크(funk)’ 등등. 그런데 여기 있는 가사들이 그만큼 나아가지는 못했다. 어쨌든 W의 가사는 현 유행가의 가사와는 달라야 한다고 본다. 문장의 형식이라든지 혹은 문법이라든지, 잘 보면 ‘어떤 포맷’이 있다. 현재 차트를 석권하는 노래의 노랫말은 대개 ‘생활밀착형’이다. 10대 아이들이 그대로 따라할 법한 가사 말이다. 그런 것도 좋지만 우리는 그렇게 쓰고 싶지는 않았다. 세대에 맞춘다는 게 틀린 건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만의 가사를 쓰고 싶었다. 그게 설사 강박이 되더라도 말이다. 그 때문에 이런 노랫말이 나오지 않나 싶다. 큰 메시지를 넣으려고 한 것도 아니지만, 예전부터 남녀 이야기는 잘 안했기 때문에 이번엔 그런 거 한번 해도 어떨지 싶기도 했다.

한: W 때나 W & Whale 때는 주체가 특정한 한 사람으로 정해진 경우는 없었다. 그런데 W & JAS로 넘어오면서 가사의 주체는 모두 JAS다. 의식과 지성도 있고, 철학도 있고, 조금 센 여성. 그녀가 주체가 되어 털어놓는 이야기다. 그걸 또 JAS가 자신 있게 노래해 주니까 그림이 나오는 것 같다.

배: “역시 술이 문제”라는 문구만 봐도 받침이 ‘ㄱ/ㄹ’, 이렇게 들어가기 때문에 아주 잘 부르는 사람이 아니면 이런 가사를 주기가 어렵다. “JAS가 녹음 때 잘 소화해 주겠지”라는 믿음이 있으니까 이렇게 쓸 수 있었던 거다.

 

영준 씨 말로부터 하나의 원칙이 보이는 것 같다. 개인의 경험은 제한적이라는 원칙.

배: 나는 한 사람이 경험할 수 있는 세계가 넓지 않다고 본다. ‘나’만 해도 내가 경험한 걸 토대로 음악을 하지만, 자존감은 높지 않은 편이다. 그래서 해외/국내의 잘하는 뮤지션들을 보면 “왜 나는 저렇게 못하지”라는 열패감을 항상 갖는다. 모종의 피해의식이 있는 거지. 그걸 극복하고 싶기 때문에 나는 음악을 하고 있다. 그런 것들이 알게 모르게 이렇게 나오는 거지. 남들과 다르고 싶고, 일면이라도 나아 보이고 싶은 마음. 그 부분에 대해서는 별로 양보하고 싶은 마음이 없어서 치열하게 고민한다.

 

저번 나는 밤이다도 그렇고, 이런 랩 피처링이 상투적이라고 판단하지는 않았나?

배: 음… 그런데 어떤 면에선 그게 필요했다. 우리 제작사는 가족 같은 관계로 짜여 있다. 우리 매니저가 그렇게 생각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웃음). 그래서 부담이 있다. 만약 이 음반이 잘 안되면, 모두가 꼬인다는 것에 대한 부담 말이다. 때문에 다소 상투적이고 클리셰 같아도 이 사람들을 망하진 않게 해야 된다는 의식이 늘 있다. 또 첫 작품이기 때문에 기왕이면 제작사에서 원하는 방향으로 맞춰 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다 맞춘 것도 아니다. ‘너의 손은 어디에 있어야 하는가’라는 곡만 해도 대표님은 무지 반대한 제목이다. 검색하기도 어렵고/발음하기도 수월하지 않고/게다가 쓸데없이 길지 않나. 그 부분에 대해서는 타협하지 않은 것이지(웃음). 아무튼 본론으로 돌아가자면 그땐 좀 ‘안전한 곡’을 만들고 싶었다. 무엇보다 피처링을 맡아준 송래퍼가 정말 잘 해줬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MC 스나이퍼에게 진심을 담아 감사를 표한다. 그 때문인지 어디 가서 부끄러운 곡은 아니라고 위안할 수 있다.

한: 듣는 분들은 상투적이라고 볼 수 있는데, 우리 안에서는 그게 신선한 시도였다. 래퍼랑 협연을 해 본 적이 없었거든. 그래서 처음에는 그 완성본이 어떤 형태일지 상상을 못했는데, 결과물을 들어 보고는 모두 “우와! 래퍼가 하면 다르구나” 그랬다.

김: 그걸 듣고 왜 사람들이 힙합 공연장에서 열광하는지 알겠더라.

배: 플럭서스에 있을 때 클래지가 “형, 나는 요새 랩하는 친구들과 작업을 많이 하는데 새롭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그 말 들었을 때는 “그게 새로울 것까지 있나?” 싶었는데, 막상 래퍼와 해 보니 그 느낌이 뭔지 감이 오더라.

김: 오히려 음악적으로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멜로디에 얽매이지 않고.

배: 그런데 계속 그런 걸 할지는 미지수다.

 

송래퍼란 이름이 낯설다. MC 스나이퍼의 연으로 연결된 건가?

배: 맞다. MC 스나이퍼에게 ‘미소년 스타일의 랩을 구사하는 친구’를 요청했다(웃음). 그랬는데, 마침 그런 사람이 있다며 추천해 준 인물이다.

 

다음 곡 연애 괴물 대백과로 넘어가면 또 분위기를 누그러뜨린다. 만화가 강도하 씨의 책에서 영감을 얻어 쓴 것으로 알고 있는데. 설명을 좀 들어도 될까?

배: EP 때 우리 작품에 등장했던 김중혁 작가님이야 뵌 적이 있지만, 강도하 작가님은 한 번도 얼굴을 본 적이 없다. SNS상에서 인사 오고 간 게 전부였으니까. 그분이 작업할 때 코나 노래를 틀어놓고 하신다고 해서, 내가 반가운 마음에 “감사하다”고 인사한 것을 계기로 인연이 되게 된 거다. 얄팍할 수 있는 인연인데도 잊지 않고, 책을 보내 주시더라고. 그걸 받아 보고는 인연이라는 게 참 고맙다는 걸 마음 구석에 새기게 되었는데, 이 곡은 그 책에 대한 모종의 감상문이다. 사적인 인간관계를 곡에 이용한 걸 수도 있지만, 호의에 대한 보답이라고 이해해 주면 고맙겠다.

 

언제나 가사가 통통 튀지만, 특히 이 곡은 인용구가 흥미롭다. 코나 시절의 곡 제목, ‘우리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더 아름답다도 들어가 있고, 영화 [생활의 발견]의 저 유명한 대사 사람이 되기는 어렵지만 괴물이 돼서는 안 된다고?”도 삽입되어 있다.

J: 이 가사는 오래 전에 쓰인 거다.

배: 가사를 쓰는 입장으로서 무인도에서 절대 천재가 나올 수 없다고 보는 주의다. 그래서 섬광 같은 문장이나 대사가 있으면 메모를 해 놓는데, 이 곡의 가사는 그 메모들이 빛을 발한 것이라 보면 된다. 가령 홍상수 감독님의 그 대사는 보는 순간 강렬하고 아찔해서 따로 적어둔 것이다. ‘순도 100%의 창작’이라고 말하기엔 어폐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내가 ‘완벽한 메모자’ 정도는 된다는 걸 보여주는 곡은 되는 것 같다.

 

이번엔 JAS 씨에게 물어보고 싶다. 밴드의 곡이 정작 입으로 불렀을 때 절대 쉬운 것 같지는 않다. 통상적인 가요와는 발음이든 스토리텔링이든 궤를 달리한다고 보는데, 어떻게 숙지하는지 궁금하다. 그리고 이런 가사가 몸에 잘 맞는가?

J: 영준 오빠 가사의 팬이다. 러브홀릭스 할 때는 W를 잘 알진 못했는데, 그때도 절친 호란 언니가 영준 오빠 가사를 엄청 했었다. 노랫말 너무 멋지다고. 자연스럽게 나도 W & Whale의 노래를 듣게 되었고, 그에 꽂힌 나머지 W때 음악까지 거슬러 올라가게 되었다. 개인적인 소견을 말하자면, 이런 유의 가사가 좋다. 그 이유는 일상적인 시선으로 사물을 보지 않고, 약간은 다른 시각으로 그에 접근해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런데 실제로 밴드의 일원이 되어 보니 더 신나는 건 내가 오빠의 가사를 통해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거다. 알다시피, 노랫말이 단순하면 1차원적인 연기밖에는 나올 수가 없다. 슬픈 걸 단도직입으로 ‘슬프다’고 말하면 좀 그렇지 않나. 나도 보컬을 오래했지만 이렇게 한번 꼬아 놓은 가사가 내 몸에 잘 맞는다. 내 보컬에 대중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아마 우리 밴드는 W & Whale로 강하게 각인되어 있을 거다. 물론 Whale 님의 목소리가 유니크해서 확실히 밴드랑 붙였을 때 시너지가 나오는 게 있다. 하지만 나는 톤 보컬이 아니고, 그걸 연기로 풀어보려고 한다는 데서 다르다. 노래마다 캐릭터를 부여한다고 보면 되는 거지. 사람들이 그걸 알아주진 못하는 것 같지만, 꾸준하게 더 하다 보면 언젠간 인정해주지 않을까? 정진하고 있다.

배: 뮤지컬을 하면서 JAS가 확연하게 나아진 건 스테이지 매너다. 빠른 곡을 부를 때 무대 위에서 퍼포먼스를 한다는 건 난감한 거다. 사람들은 곡을 따라 춤추면 되는 거라고 하지만 그게 아니다. 보컬리스트들 중 상당수도 손을 어디다 두는 건지, 어떤 동선을 따라가야 되는지 잘 모른다. 그에 비해 JAS는 몸을 사용할 줄 안다. 뒤에서 연주하면서 바라보면 흐뭇하다(웃음).

 

굵직한 음반(풀렝스)을 기대하는 사람에겐 안타깝게도 싱글미니음반드라마 주제곡만 나오고 있다. 풀렝스는 도대체 언제쯤 만나볼 수 있게 되는 건가?

배: 풀렝스를 만든다는 건 EP나 싱글을 하는 것과는 다른 거다. 곡 작업을 여럿 해 두고, 그 중에서 ‘히트를 한다/안 한다’의 차원이 아니라 ‘현 우리 입장에서 가장 진보적’이라 할 만한 트랙이 적어도 2곡은 있어야 한다. 거기다 살을 붙여서 음반의 색깔을 정해야 하거든. 그런데 작업시간은 몇 배로 잡아먹을 이 풀렝스에 대한 안타까운 이야기 하나 하자면 그게 주목받을 수 있는 기간은 1~2주 내외다. 그러니 이런 상황에서 풀렝스에 올인하는 게 조심스럽다. 이런 실정에서 풀렝스를 내놓는 뮤지션들 보면 존경스럽기도 하지만.

 

다른 분들은 어떤가?

한: 나는 풀렝스를 내고자 하는 욕망이 강하다. 싱글이나 EP를 하는 걸 좋아하지도 않았었고 말이지. 하지만 시장은 변해가고 있고, 나도 그에 따라 맞춰가야 하는 건 있다. 허나, 그 일은 꼭 하고 싶다. 제대로 된 책 한권을 내는 것처럼 말이다. 그걸 발매하게 될 시기는 내 욕망과는 별 상관이 없겠지만.

배: 잠깐 끼어들자면 그런 건 있다. 핵심적인 영감이 2~3년마다 떠오를 때가 있는데, 그걸 곡으로 드러내 보일 수 있도록 긴장은 늦추지 말고 있어야겠지. 더 많이 메모하고, 더 많이 양질의 음악을 듣고, 더 자주 프레이즈를 작업해 두고. 우리는 늘 그렇게 해왔기에, 낸다면 그게 어려울 것 같지는 않으나 문제는…

한: 타이밍이다.

배: 타이밍도 봐야 하고. 그게 잘 안 되었을 경우에… 우리는(웃음).

한: 나는 영준 형과 견해가 다른 게, 안 되는 건 우리 의지와는 관계없는 거니까. 그건 아무도 모르는 거고, 그래서 실은 에너지가 있을 때 저질러 보고 싶고, 의지가 불탈 때 해보고 싶다.

 

w&jas 2

 

코나/W/W & Whale 그리고 W & JAS에 이르기까지, 시대를 선도하는 음악과 가사로 인기를 얻었다. 이제 데뷔 20년이 넘었다. 눈으로 보이듯 시장은 야속하리만치 달라졌다. W한국대중음악상을 받은 그 이후에도 말이다. 훗날에도 W의 가사/그리고 음악이 메리트가 있을까? 있다면 어떤 점에서 그러할까?

배: 나는 예술이 독자적으로 가치를 발휘할 수 있다고 믿지 않는다. 이를테면, 예술에 정치적인 것/사회적인 것이 작용하는 케이스가 많지 않은가. 그런 것도 있고, 단기간에 우리의 칩을 다 걸고 싶지는 않다. 우리가 하는 건 ‘lifework’이기 때문이다. 훗날, JAS가 결혼을 하게 되면 운신의 폭이 좁아지긴 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와 밴드를 안 할 것 같진 않은 거다(웃음). 내 딴엔 우리가 늙어죽을 때까지 할 것 같다(웃음). 그게 어색하지가 않다. 이제 슈퍼스타가 될 수 있다는 욕심은 없으니, 이 사람들과 같이 지속적으로 좋은 퀄리티의 음악들을 생산하고 싶은 거지. 그걸 알아봐 주는 분들이 어디든 있을 것이고, 그게 우리의 메리트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거 아니고서는 방법이 없지 않나. 정공법으로 가는 거지. 솔직히 JAS도 우리 밴드 하는 것보다 뮤지컬에 전념하는 게 더 유명세를 탈 수 있는 길일 것이다. 수익적인 면도 마찬가지고. 그런데도 이 친구는 자발적으로 우리 밴드를 한다. 우리가 더 대중적인 팀이 되진 못하겠지만, 누군가 “W & JAS 음악 좋아한다”고 했을 때 그 사람의 음악 듣는 식견이 남들과는 다르고 높게 봐 주는 게 있지 않을까. 내겐 그만하면 족하다.

J: 우리 음악이 예전보다 애매하게 대중적으로 갔다고 본 것 아닌가? 그 질문에 답을 하자면 회사를 옮긴 게 무엇보다 크다. 현재 소속사는 우리 음악이 더 대중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방향을 지시해주는 역할을 해주고 있거든. 우리도 안다. 어떤 식으로 움직이더라도 우리만의 색채를 잃지 않으려고 대중성과 우리 정체성 사이의 경계를 끊임없이 탐색해야 한다는 걸. 그걸 놓치지 않을 것이다.

배: 우린 아직도 과도기에 있는 밴드다.

J: 이런저런 소용돌이를 통과하는 중이다. 이걸 지나가면, 또 어떤 음악이 나올지는 모르는 거다. 그건 긍정적일 것이고, 그게 내가 이 밴드를 하는 이유이다. 그게 W가 생존할 수 있었던 이유이고, 미래에도 가치를 가질 수 있는 이유이다.

배: 우리는 정점을 찍은 적이 없는 밴드다. Metallica는 이미 피크를 가본 밴드이지 않나. 그런데 우리는 한번도 정상을 밟아보지 못했고, 역으로 말하면 그렇기에 그 고지를 향해서 나아갈 수 있는 거다.

 

알겠다. 가슴에 남는 이야기다.

배: 예전에 김윤하 평론가가 W 2집에 대해 쓴 리뷰를 봤는데, “이 가사를 쓴 분(나)은 대한민국 정상적인 남자의 삶을 걸어온 것 같지 않다”는 뉘앙스의 글이었다. 어찌나 제대로 봤는지. 나는 정말 그런 사람이거든(웃음). 어쩔 수 없이 겪게 되는 대한민국 남자의 인생을 나는 상당 구간 무정차 통과했으니 찔렸던 거지. 군대도 면제받았고. 회사도 다니지 않았고. 음악 하나 하는 걸로 버텨온 건데. 앞으로도 열정 식지 않게 잘 하는 게 중요하겠지.

 

영준 씨 개인적으로는 락음악 마니아인 걸로 알고 있는데, JAS 씨 보컬도 은근히 락의 기질이 있다. 노래를 들으면 알 수 있다. EP 마지막 곡 ‘The Best for You’도 그랬고 말이다. 여건이 허락한다면 락적인 곡도 탄생할 수 있는 거겠지?

배: 멤버들 취향이 갈리긴 하지만, 나는 기본적으로 Led Zeppelin 같은 4-piece 밴드를 좋아한다. 블루지한 락 음악. 나중에라도 그런 음악을 하게 되면, 꼭 JAS랑 같이 할 것이다.

한: 나는 형을 말리고 있다. 잘하는 거 다 아는데. 그건 좀.

 

여전히 덕질은 이어지고 있나? 아이디어의 원류이니 당연히 그렇겠지만. 혹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 있다면.

배: ‘테라포마스’이후로 만화책을 잘 보지 못했다. 후루야 미노루의 책은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는데, 그는 여전히 정독해야 하는 작품을 내는 작가임에 틀림없다. 어떤 사람들은 그를 진작 망가진 사람이라고 폄하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작품들은 어지간한 신인들의 화제작보다 낫다. 때로는 거장의 평작이 뉴페이스의 떠들썩한 작품보다 나은 법이다. 고로, 한권도 간과해서는 안 될 작가다. 아, 우리 중 가장 취미를 종잡을 수 없는 건 상훈 군인데, 요즘엔 컴퓨터를 뜯어고치고 있다. 불과 1주일 전만 해도, 그의 취미는 CG였다.

About 이경준 (145 Articles)
현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여기저기 불려다니며 글을 썼고, 하나둘씩 망해가는 잡지(웹진)들을 볼 때마다 역시 '이런 건 하면 안된다'고 다짐했다. 그런데 무슨 생각인지 또 이렇게 판을 키웠다. 왜 그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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