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lfsheim: Find You’re Here
Depeche Mode 부럽지 않았다, 2003년에는
Wolfsheim은 이름만 봐서는 무슨 블랙메탈 밴드인가 싶지만 이 밴드는 1987년부터 2004년까지 활동했던 독일의 신스 팝 듀오였다(지금은 둘이 대판 싸우고 해체했다). Wolfsheim이라는 이름도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에 나오는 Meyer Wolfsheim에서 따 온 이름이다(늑대 – 또는 펜리르 – 와는 아무 상관없는 이름인 셈이다). DE/VISION과 함께 독일 신스팝에 관심이 있는 이라면 꽤 익숙할 Strange Ways 레이블을 먹여살린 쌍두마차라고 한다면… Kari Bremnes 같은 뮤지션들이 좀 섭섭해 할 수도 있겠지만 크게 과장은 아닐 것이다. 이들의 2003년작 [Casting Shadows]는 2003년에 신스팝으로 독일 앨범 차트에서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앨범은 플래티넘을 기록했다). 신스팝으로 앨범 차트 상위권을 차지하는 게 Depeche Mode 같은 밴드들만의 전유물은 아닌 셈이다. 하긴, 이렇게 말하기에는 독일 신스팝은 대중적으로도 계속해서 나쁘잖은 성과를 거둬 온 만큼, 그리 신기할 일도 아니다. 국내에서만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다.
‘Find You’re Here’는 밴드가 싱글로만 발표했던 곡인데, [Casting Shadows]에서 가장 인상적인 곡들 중 하나였던 ‘Find You’re Gone’을 편곡하여 만든 새로운 곡이다. 뉴웨이브의 색채가 좀 더 명확했던 ‘Find You’re Gone’보다는 일견 더 미니멀하다고 할 수 있을진대, 멜로디가 풍부한 편이기 때문에 그렇다고 건조한 스타일과는 거리가 멀다. Depeche Mode는 2001년에 [Exciter]를 내고 많은 이들을 실망시킨 바 있는데, 적어도 2003년에는 Wolfsheim이 Depeche Mode보다도 더욱 세련된 사운드를 구사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뭔가 고독한 쿨가이를 연상케 하는 가사도 곡과 잘 어울리는 편이다. 사실 밴드의 가장 잘 알려진 싱글은 ‘The Sparrows and the Nightgales’이겠지만, 벌써 나온 지 20년이 훌쩍 넘은 곡인지라 아무래도 상대적으로 근래의 곡이 지금에 와서는 듣기 편할 것이다(Beborn Beton 덕분에 간만에 생각나기도 했다). 분위기 훌륭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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