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 Ticker

로파이베이비: 함께 얘기한 건, 할머니가 될 때까지 함께 활동하는 거요.

로파이베이비(Lofibaby)는 성실하다. 데뷔 앨범을 소설과 함께 내더니, 잠시 두 장의 싱글을 발표하고선 다시 미술관 콘셉트로 두 번째 정규 앨범을 완성했다. 이 디스코그래피는 불과 만 3년 사이에 벌어진 일. 한 해에, 한 가수에게서 겨우 몇 장의 싱글만을 접하는 요즘 시대에 놀라울 정도의 부지런함이다.

물론 결과도 훌륭하다. 첫 번째 앨범이 씬의 이목을 이끈 건 물론이고, 이번 앨범 [미술관](2020)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도대체 무엇이 이들을 꾸준하게 만드는지 궁금할 정도였는데, 직접 만나본 듀오의 모습에서 그 해답이 있었다. 이제 조금 지칠만한 시점임에도 ‘피로’보다 ‘열정’이 더 앞선 모습. 그래서 이 팀에 대해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건 이거다. 로파이베이비는 ‘현재’와 더불어 ‘미래’도 계속 궁금해지는 팀이라는 것.

두 번째 정규 앨범의 콘셉트는 ‘미술’이다.
ZO(이하 Z): 저희가 작업하던 것 자체가 음악 말고 다른 예술 매개체를 혼합하는 시도를 많이 했어요. 1집은 소설과 같이했고, 2집은 고민을 하다 미술이란 소재 자체가 이름도 예쁘고, 특징도 정확하다 보니 ‘이걸로 뭔가 비유해서 앨범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라는 얘기가 나오면서 만들게 됐어요.

[미술관]과 연관된 더 큰 계획이 있을까.
Z: 코로나 때문에 쇼케이스를 아직 못했어요. 그래서 한 10월쯤에 공연 예정인데, 그때 첫 라이브 공연하면서 2집 콘셉트에 대한 아트워크 등을 전시해보려고요. 공간을 미술관에서 할지, 공연장에서 할지는 아직 결정 못 했어요.

2집에 짜인 3개의 도슨트 순서가 궁금하다.
Z: 초반부는 멋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센 음악과 다채로운 음악을 넣었고, 뒤 트랙들은 작업하다 보니 감정선이 짙어서 후반부에 배열했어요. 뭔가 중간에 들어가기에는 흐름이 축 처지는 느낌이 들 것 같아서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렇게 순서가 짜인 거 같아요.

SAY(이하 S): 세 번째 도슨트는 트랙들을 정리해 주는 의미가 있어요. ‘나중에 다시 만나자’라는 가사가 있는데, 우리 미술관에 오셨던 분들이 다시 찾아와줬으면 하는 마음에 넣었어요. 경쾌하게 ‘안녕’이란 느낌을 주고 싶었죠.

마지막 트랙 ‘콜라주’에서 ‘언젠가 여길 나섰을 때, 네가 웃어줬으면 해’라는 의미가 궁금하다.
S: [미술관] 자체가 각자의 다양한 사랑의 형태를 담은 앨범이에요. 이런저런 사랑을 겪은 사람들이 있을 텐데, 그런 사랑들을 다 겪어서 지금의 당신이 되었고, 지금의 당신 그 자체가 매우 아름답고 많이 성장한 거니까. 아픈 기억이 있더라도 그 자체가 지금의 당신을 만들었으니 웃었으면 좋겠다는 의미예요.

콘셉트 회의 시 미술관 말고 다른 후보도 있었을까?
S: 몇몇 후보들이 나왔어요. 그중엔 웹툰도 있었고, 영화도 있었어요. 이번에도 소설과 함께할까 하는 생각도 있었고요. 그래도 그것보다 미술 작품과 함께 하는 게 더 어울릴 것 같았어요.

Z: 너무 많은 소재를 한꺼번에 다 하려하다 보니 오히려 전달이 분산될 거 같아 ‘일차적으로 미술 기법을 쓰자’라는 얘기가 나왔거든요. 무조건 다른 후보가 있는 것보다 미술 기법이 1순위였고, 그걸 표현할 수단이 미술관이란 콘셉트나 영화나 웹툰 등이 있었는데, 이걸 다하기엔 너무 분산되니 미술에만 딱 포커스만 잡기로 했죠. 그래서 미술 작품 만드는 것과 미술관. 이 두 가지만 집중한 것 같아요.

매번 앨범마다 콘셉트가 확실하다.
S: 제가 콘셉트 확실하게 짜는 걸 좋아해요.

Z: 저도요. 재밌어요.

이번 앨범은 9분짜리 뮤직비디오다.
S: 아무래도 한 곡 한 곡 조명을 비추고 싶었어요. 그리고 미술 작품들이 하나씩 있다 보니 동영상에 모두 담고 싶었고요. 가장 큰 이유는 정규를 냈을 때 사람들이 모든 수록곡을 듣진 않는다고 생각하거든요. 한 아티스트의 음악을 좋아하시는 분이나, 음악 하는 사람들은 앨범 자체에 대해 의미를 부여해서 듣는 편이지만, 대부분 타이틀만 골라 듣는 편이니까요.

뮤직비디오를 만든 정진 감독의 해석에 대해 어떤 느낌을 받는가.
Z: 정진 감독과 저희는 친구거든요. 그래서 모든 기획가 관련된 회의를 할 때 자주 만나서 얘기를 해요. 영상을 떠나 이번 콘셉트나 곡 작업 과정, 가진 생각 등이요. 그러다 보니 감독님이 잘 캐치해 주시죠.

이번 작에서 사운드에 주안점을 둔 부분은?
Z: 의도적으로 힘을 많이 뺐어요. 전작을 들었을 때 맵고 자극적인 사운드가 되게 좋았는데, 아무래도 보컬이 중심인 음악이다 보니까 반주가 너무 세서 보컬에 집중 못 한다는 의견이 있었고, 카페나 매장에서 틀어놓기에는 너무 자극적이라는 평이 있어서요.

S: 마스터링 단계에서 편안한 사운드로 많이 간 거 같아요. 그런데 지금 생각했을 땐 너무 뺐다는 생각도 들어요. 다음엔 1집과 2집의 중간 정도의 사운드를 추구하지 않을까 싶어요. 이번에 낼 때는 사운드에 대해 고민하고 깨닫게 된 게 많아서, 어쩔 수 없이 아쉬운 부분도 따른 것 같아요.

편곡 시 플러그인 사용보다 샘플 활용을 즐기는 것 같다.
Z: 일단 플러그인이 비싸기 때문이고요.(웃음) 가지고 있는 플러그인이 많지 않기도 해요. 예전에는 IDM 같은 음악을 주로 했는데, 그때는 내장 신스만 써도 날것의 느낌이 나서 많이 썼지만, 예쁜 알앤비나 자연스러운 사운드를 만들 때는 내장 악기로 한계가 있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가상 악기보다 샘플을 많이 쓰는 것 같고요. 제가 연주를 뛰어나게 잘하는 편이 아니라서, 샘플 편집해서 뭔가 만들어내는 게 더 재밌어요.

스플라이스(splice.com)를 애용하는가.
Z: 굉장히 많이 써요.

해당 서비스의 역할에 대해 고민해본 적 있는가.
Z: 여러 생각을 했는데, 첫 번째로 완전히 소리에 대해 이해 못 해도 음악을 만들기 시작한 사람들에게 좋은 접근성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요. 조합만 해도 음악이 나올 수 있으니까요. 두 번째로는 그런 것들을 내 사운드로 바꿀 줄 아는 사람들이 적당한 재료 창고로 쓸 수 있는 곳이라 생각해요. 단점은 편하게 사운드를 찾게 되는 것 같아요. 내가 만든 사운드라기보단, 이미 잘 만들어져서 꺼내어 쓰기만 하면 되니까요. 저는 오히려 스플라이스를 쓰면서 귀가 무뎌진 게 있거든요. 전에는 사운드를 만들려고 시간을 썼는데, 스플라이스는 검색만 하면 다 나오니까, 귀가 좀 무뎌졌어요.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다.
Z: 모든 사람이 스플라이스로 접근을 하다 보니까, 소리 자체에 대해 어떻게 하면 좋게 만드는지, 악기로 쓰면 어떻게 차이가 나는지. 뭘 어떻게 더 걸어야 좋은 소리가 나오는지에 대해 공부를 안 하게 되는 케이스도 있어요. 그런 점이 저는 음악 하는 사람으로서는 우려가 돼요.

이번 앨범에 피처링은 없다.
S: 특별한 이유가 있던 건 아니에요. 작업하다 보니 ‘피처링이 여기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안 들었던 것 같아요. 예전에는 생각이 드는 곡들이 있었고, 진행을 한 편인데, 이번에는 딱히 피처링 생각이 안 났어요.

무대 위에 둘이라서 불편한 점이 있을까. 공연 시 ZO가 굉장히 바빠 보인다.
Z: 둘이 악기를 들고 다니는 게 제일 불편하고, 아무래도 오디오 인터페이스로 다 나가는 구조라서 실제 라이브 사운드 같은 느낌은 안 들거든요. 현장감이 적어서 좀 아쉽죠.

요즘 시대에 역행한다고 표현할 만큼, 앨범에 집중한다.
Z: 콘셉트 때문에 그런 것 같아요. 저희는 콘셉트가 생각나서 앨범을 만들게 되거든요.

짧은 이야기의 콘셉트가 있을 수도 있다.
S: 원래 이번 앨범은 EP로 내려 했어요. 그런데 항상, 소재와 이야기하고 싶은 것들이 많아지고, 아이디어가 계속 나오니까 사이즈가 커지게 됐어요.

Z: 이번 정규도 생각한 소재가 몇 개가 더 있었어요. 오히려 뺀 거죠.

S: 다음에는 싱글이나 EP로 할 계획이에요.

<제16회 한국대중음악상>에 후보였다. 이후 반응이 어땠나. 활동에 도움이 됐을까.
S: 굉장히 도움이 됐어요. 뭔가 어디에 실리거나, 소개할 때 유용하게 썼어요.

Z: 활동 자체의 동기부여가 충분히 된 것 같아요. ‘우리가 하는 게 괜찮은 건가 보다.’ 하는 생각이요.

벌써 팀 결성이 만 3년을 넘었다. 적지 않은 기간을 겪으면서 느낀 게 있을까.
S: 매우 많은 걸 느꼈어요. 저란 사람 자체가 많이 변했거든요. 솔직히 말하면 저는 원래 긍정적인 사람이었는데(웃음), 시작해보니까 굉장히 현실적인 문제에 많이 부딪히게 되고, ‘내 인생에 극적인 전개가 쉽게 일어나지 않는구나.’ 하는 걸 느껴요. 그리고 제작비 관련된 어려움도 많이 겪었고요. 긍정적인 면은 음악적인 부분에서 성장한 것 같고, 저 자신도 많이 성장한 것 같아요.

Z: 저희가 뭔가 만들 때 엄청나게 힘들어하면서 만들거든요. 괴롭긴 한데, 다 만들고 나서 얘기해보고, 이뤄낸 것들을 얘기해보면, 이때가 우리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으로 기억할 거 같다고 얘기해요.

팀의 브랜드 전략이 확실하지만, 대중의 반응이 뜨겁다고 보긴 어렵다. 이 부분에 대해 어떤 고민 중인가.
S: 이 부분에 대해 생각이 굉장히 바뀌었고, 얘기를 많이 했는데, 되게 애매하다고 생각해요. 엄청 예술적인 것도 아닌데 그렇다고 엄청 대중적인 것도 아니었던 것 같고.

Z: 우리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고 했는데, 한쪽으로만 치중해서 봤을 땐 뭔가 설자리가 없는 것 같아요.

S: 1, 2집에선 저희가 예술적으로 표현하고 싶은 욕구를 많이 채웠다고 생각해요. 앞으로는 좀 더 대중적인 것에 초점을 두지 않을까 싶어요. 현재로서는요.

이번 앨범은 카세트테이프로 발매 예정이다.
Z: 개인적으로 좋아해요. 패키지가 예쁘다고 생각해서요. 그리고 저희가 앨범 북과 같이 제작하는 편이다 보니 CD보다 책과 테이프로 패키지를 만드는 게 예뻐 보이더라고요. 그리고 전시 도슨트가 있다 보니 CD 보다 왠지 테이프가 도슨트 감성에 더 어울리는 느낌이었어요.

뮤지션으로서의 목표가 궁금하다.
Z: 함께 얘기한 건, 할머니가 될 때까지 함께 활동하는 거요. 사실 팀이 그렇게까지 가는 걸 잘 못 봐서요.

S: 장대한 꿈이긴 한데, 이렇게 평생 둘이 같이해서 역사에 남는 거요.

가장 좋아하는 앨범 한 장씩을 말해달라.
Z: 제임스 블레이크(James Blake)의 [James Blake](2011)요. 스물한 살 때쯤, 음악적으로 색깔이 생길 때 주로 들었던 음악이에요. 그전까진 사실 예고 출신이라 입시 음악에 맞춰져 있었어요. 스무 살 이후 대학을 갔는데 제가 무슨 음악을 해야 할지 모르는 거예요. 그런 고민을 할 때 듣게 됐는데, 이 사람이 표현한 신스 질감과 목소리, 표현한 모든 것들을 들으면서 ‘아 음악 할 때 이런 식으로 해도 되는구나’ 하게 됐어요. 그전에는 대중적인 것과 실험적인 것의 교집합을 찾지 못했어요. 그런데 [James Blake]는 그런 부분에서 ‘아 이런 식으로 풀어내면 되겠구나’ 하는 느낌이었어요. 그리고 그 이후로 ‘어떤 음악을 들어야 하지?’ 할 때마다 계속 이 음악으로 돌아가는 것 같아요.

S: 에리카 바두(Erykah Badu)의 [New Amerykah Part Two: Return Of The Ankh](2009)요. 저는 진짜 좋은 앨범은 언제 발매가 됐던 지금 들어도 좋고, 몇 년 지나 다시 들어도 좋아야 된다고 생각하는데, 저한테 이 앨범이 그래요. 더불어 보컬적으로도 감성에 영향을 많이 받았고요.

About 이종민 (73 Articles)
음악 글쓰는 건 평생 한다는 생각으로 천천히 배우며 쓰고 있다. 50년 배우면 50년 써먹을 수 있으니까. 내가 한 말이 아니라 강레오 쉐프가 한 말 인용했다. 현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Contact: Website

Leave a comment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