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룸306: ‘관계’의 초점을 계속 넓히고 있어요

당신이 [At Doors](2016)를 기억하고 있다면, 그건 2016년에 간직해야 할 좋은 팝 앨범을 놓치지 않았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 앨범이 그해 대중적으로 거대한 성과를 이뤄냈다고 말하긴 어렵겠지만, 적어도 2016년에 가장 색깔 있는 팝 밴드의 등장을 확실하게 알린 음반임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2년이 조금 지난 지금, 밴드는 다섯에서 넷이 됐고, ‘어서오세요 / 반갑습니다 / 여기 앉아요 / 가져오셨죠’로 ‘인사’를 건네며 돌아왔다. 결코 밝진 않으면서도, 애써 침착하려는 그 때의 그 감정들이 더 넓은 표현들과 함께 동반되며. 우리가 다시 룸306의 이야기에 집중해야 할 이유다.

룸306 사진

데뷔작은 영어 가사가 중심이었는데, 이번 앨범은 모두 한글 노랫말이다.
퍼스트 에이드(이하 퍼): [At Doors]를 정말 많은 사람에게 들려드렸는데, 영어도 그냥 영어가 아닌 심상 위주로, 구체적인 주어가 없다 보니까 한결같은 피드백이 “무슨 말이냐”였어요. 해석과 전달에서 어려움이 많았죠. (작업 시에는) 곡 쓰고 가사 쓰고 하면서 효진이에게 계속 설명하기도 했어요.

홍효진(이하 홍): 그래서 저는 아예 제가 이입할 수 있는 상황을 따로 설정해서 불렀어요.

퍼: 1집이 사랑에 대한 얘긴데 ‘Love’란 단어를 한 번도 안 썼어요. 계속 돌려서 표현하는 거죠. 그러니까 자꾸 어려운 단어를 쓰게 되고, 사람들은 “무슨 소리냐”라고 하게 되고요.

만약 1집 가사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이 지금과 같지 않다면, 계속 영어를 썼을까?
퍼: 그럴 수도 있었겠죠. 확실히 한글 가사를 쓰면서 어려웠던 게, 불러봤을 때 입에 붙지 않은 게 많았어요. ‘이런 입 모양이나 이런 발음, 이런 곡명의 소리가 아닌데’라는 느낌. 발음이 완전히 달라지니까요.

한글 가사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은 문장의 어미가 다 똑같다는 거예요. 대부분 ‘다’로 끝나니까요. 다양하게 듣는 재미가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이번 앨범의 가사는 끝말이 계속 종결이 안 돼요. 그런 부분에서 좀 고민했어요.

1집에서 한글 가사가 더 좋다고 느껴진 노래가 있나?
퍼: ‘Seems Like’(2016)의 2절 부분이요. 그만큼 피드백이 많았으니까요.

앨범의 제목을 한글과 영어, 동시에 내세웠다.
퍼: 외국인들을 위해서요. 그리고 한글로만 쓰면 동음이의어와 다의어로 오해받는 상황이 있어서 적은 이유도 있어요.

[At Doors]에 이어 [겹](2018)에서도 밴드의 이야기는 ‘관계’에 집착한다. 특별히 이 부분에 집중한 이유가 있나.
퍼: ‘관계’의 초점을 계속 넓히고 있어요. 1집에서는 연인이었고, 2집에서는 사람들이 자꾸 오해해요. 연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가까운 사이일 것이라고.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을 거라고 저는 생각해요. 왜냐면 갈수록 포괄적이기 시작했어요. 1집에서 연인이라면 2집에서는 대상이 갈수록 벌어지는 거죠. 카페에서 내가 바라보는 타인까지요.

그래서 뮤직비디오 ‘밤이 Night Comes’의 내용도 이런 부분의 연장선인 것 같다.
퍼: 호빈이형(뮤직비디오 감독)이 ‘밤이’라는 노래의 해석을 정말 잘 해주셨어요.

‘더 Further’(2018)는 그간 룸306의 비트라고 보기엔 어려울 만큼 빠르다.
퍼: 앨범에 이것저것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에요. 1집에서도 개성이 있긴 했지만, 그렇게 폭넓진 않았잖아요. 캐릭터를 잡는 데 도움이 됐겠지만 아쉬웠던 부분이죠. ‘더 Further’의 영향은 일본 밴드 ‘toe’에게 있어요. 그 밴드의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스킬인데, 엄청나게 기술적으로 아름답다는 거예요. 특히 드러머가 예술이죠. 그걸 우리의 사운드 조각으로 쓰면 어떨까 해서 시작했는데, 잘 된 것 같아요.

앞으로도 룸306의 음악에서 이런 빠른 음악을 계속 만날 수 있을까.
퍼: 아니요. 사실 무드가 안 맞는 거죠. 170 BPM 드럼 앤 베이스가 우리 음악에 안 맞는 이유는 다른 사람이 이미 해봤기 때문이에요. 너무 클럽 음악이 돼서요. 그게 팝 음악의 지향점과는 다르다고 생각해요.룸306_겹

커버 정말 예쁘다. 호빈이 계속 작업했는데.
홍: (만족도가) 너무 높죠. 과정이 길어서 그렇지. 호빈 오빠가 너무 바빠서 오래 걸리긴 해요. 그런데 나온 거 보면 정말 기다림이 잊힐 정도로 마음에 들어요.

퍼: 앨범 의도를 탁 전달하면, 그만큼 제대로 흡수하는 사람이 없어요.

멤버끼리 커버에 대한 비중을 크게 갖고 있나.
홍: 너무 중요하죠.

퍼: 다른 데서 의견이 잘 안 나와도, 이거 정할 때는 의견이 봇물 터지듯이 나와요.

이번 앨범도 믹스와 마스터링을 모두 퍼스트 에이드가 했다.
퍼: 다른 데서 안 해 본 건 아닌데, 익숙하지 않다는 게 저한테는 더 장애물인 것 같아요. 진짜 1,000만 원짜리 스피커가 있고, 애널라이저가 엄청 좋은 게 있고. 그런 상태에서 제 노트북에 연결해서 작업해봤어요. 좋긴 한데, 자꾸 캐릭터가 없어져요. 이런 배음이 사실 그런 환경에서 들으면 되게 안 좋게 들리거든요. 그래서 다 빼보니까, 너무 밋밋해지는 거예요. 평범한 팝 음반이 되는 거죠. 그래서 예전에는 욕심이 있었는데, 요즘에는 그냥 익숙한 환경에서 굳이 좋은 장비 아니더라도 작업하는 게 계속 캐릭터를 살리는 방법이 될 것 같아요.

밴드의 앨범 작업 방식은 어떤가.
홍: 1집 같은 경우에는 원룸촌 가서 고가의 장비를 가진 친구 방에 가서 마이크 하나 꽂고 작업하고 했어요. 그런데 이렇게 하니까 정말 마음에 들더라고요. 느낌이 너무 좋고. 사실 스튜디오에서 하면 갇혀 있는데, 오히려 집에서 하면 편해서 보컬의 질과 톤이 달라지니까 저는 그런 게 더 좋은 것 같아요.

퍼: 작업이 빨라져요. 바로 톤을 바꿔 보기도 하고. 지금 무슨 생각 하는지 바로 물어보고. 커뮤니케이션이 빨라지죠.

새 멤버 유덕연은 [겹] 녹음 이후에 합류하게 됐다.
유덕연(이하 유): 처음에는 너무 막막했어요. 이 리듬을 내가 공연에서 드럼으로 칠 수 있을까. 그런데 시도해보고, 퍼스트 에이드와 얘기도 해보니까 충분히 할 수 있더라고요. 생각보다 간단한 문제들이 많았어요.

홍: 덕연과 지수, 저는 실용음악과를 나와서 (공연 시)이 상황에서는 이렇게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었는데, 퍼스트 에이드가 많이 깨줘요. 그렇게 깨진 게 녹음 부분도 있고요.

1집과는 다르게, 라이브 버전 수록을 제외했다.
홍: 너무 좋죠. (웃음) 사실 1집 때 저는 계속 ‘굳이?’라는 생각을 계속했었어요. 2CD로 굳이 내야 하냐는 거죠. 그래서 계속 의견을 냈죠

퍼: 이건 효진이한테 제가 깨진 거예요. 여러 가지 편곡을 다 해봤는데, 결론은 최소한으로 라이브를 할 수 있는 부분만 남겨놓고, 나머지는 우리의 원곡 사운드와 무드를 계속 가져가는 게 낫다는 게 지금의 결론이에요. 그런데 1집에서 라이브는 일렉트로닉을 빼야 한다는 강박감이 있었어요.

홍: 당시 멤버들은 반대로 퍼스트 에이드에게 원곡을 살리자고 얘기했는데, 입장이 견고했죠.

퍼: 왜냐면, 제가 염증을 느낀 게 있었어요. 일렉트로닉 밴드의 정석적인 모습들. 그러니까 핵심은 저 사람들이 무엇을 하는지 관객들은 모른다. 뭐가 변하였는지도 모르고요. 그게 너무 싫었던 거예요. 1집 때는 라이브에서 일렉을 빼고 다 연주하는 형태로 가야 한다고 했는데 그게 안 되더라고요. 지금은 어느 정도 타협을 본 것 같아요.

현재 퍼스트 에이드 중심의 음악 제작인데, 멤버들의 참여를 더 다양하게 할 의향이 있는가.
퍼: 네. 3집 때 저는 가사만 쓸까 생각도 하고.

홍: 저러다 다해요.(웃음)

퍼: 해보곤 싶어요. 멤버가 4명인데 너무 녹음 파트와 라이브 파트로 분리된 느낌이 있어요. 멤버 모두 곡을 다 쓰는 친구들이라서, 가사만 써놓고 코드를 짜달라고 하고, 같이 들으면서 리듬도 짜보고. 생각하고 있어요.

기존 퍼스트 에이드와 홍효진 외에 새 멤버 채지수와 유덕연이 합류했다.
홍: 제가 지수의 솔로를 너무 좋아해요. 밤에 녹음한 걸 듣고 잘 정도로요. 더불어 무엇보다 욕심 있는 게 좋아요. 그리고 의견도 서로 솔직하게 얘기해요. 덕연이 같은 경우에는 처음 섭외했을 때부터 정말 좋았어요. 스킬을 넘어 덕연이도 욕심이 있어요. 이것저것 해보려고 해요. 해석하는 것도요.

그런 것도 있어요. 다들 다른 팀과 일이 있다 보니까, 서로 룸306으로 진짜 죽고 살기로 해보자 이런 게 없어요. 그래서 서로에게 스트레스도 없고, 각자 할 거 하면서 이해해주고. 그런 게 있죠.

반대로 유덕연과 채지수가 룸306에 합류한 계기가 궁금하다.
유: 밀릭(millic)형을 예전부터 알고 있어서, 형이 밴드와 같이 작업한 ‘Belief (millic remix)’를 들어봤었어요. 그때까지 룸306인지 몰랐죠. 그러다 어느 날 지인에게 드럼 자리를 제안받았는데, 그 밴드가 그때 ‘Belief (millic remix)’을 같이 했던 룸306이더라고요. 노래를 다 들었는데 너무 좋았고, 특히 목소리가 정말 매력 있다고 생각해요. 색깔이 뚜렷한 것 같아요.

사실 지금 밴드의 음악이 제가 좋아하는 장르는 아니었어요. 그런데 이것저것 해보고 싶었어요.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 그게 이어지고 있어요.

채지수: 재즈 피아노과를 다녀서 딱 재즈 음악만 했는데, 재즈 아닌 다른 음악을 한다는 게 경계심도 있고, 궁금하기도 했어요. 제가 가진 것들을 재즈에서만이 아닌, 다양한 장르에서도 풀 수 있는 것을 느꼈고, 이걸 멤버들이 다들 연주로 나갈 수 있게 기다려주고 설명해주곤 해요.

현재 룸306에 대한 장르 소개의 구분이 애매하다. 장르 구분이야 무의미할 수 있겠지만, 그래도 대중에게 밴드가 어느 방향으로 나가고 있는지 안내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퍼: 차라리 K-Pop에 넣어졌으면 좋겠어요. 일렉트로닉에 들어가서 웃긴 사건이 있었는데요. 멜론 일렉트로닉 차트를 헬스장에서 돌렸는데, 거기서 ‘총총’(2016)이 나오는 거예요. 사람들이 운동하다가 깜짝 놀라고, 그래서 1절도 못 끝나고 바로 넘겼다는 얘기가 있어요.

(음악 스타일상) 되게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외로움이 있죠. 카테고리가 너무 오래됐어요.

씬에 있다고 생각하는가.
퍼: 약간 떠돌이 같다는 생각은 하고 있어요. 저희가 소셜 한 활동을 하지 않아요. 저는 알아요. 씬에 속해 있는 사람들이 어떤 관계를 맺고 어떻게 서포트 해주고, 술 한 잔을 먹기라도 하고, 동네에서 마주치면 반갑게 인사하고 친구처럼 지내는 거 다 아는데, 못하겠어요. 애초에 마포가 저희와 관련이 없어요. 멤버들 모두 안양, 은평구, 강원도니까요. 전혀 마포와 접점이 없죠.

3집 콘셉트는 잡혔는가.
퍼: 일상적인 불행으로 잡았어요. ‘사람들이 오늘 제일 힘들었던 것’. 그걸 계속 수집해서 가사로 쓸 생각이에요. 일단 재료 하나는 정한 셈이에요.

멤버 간의 솔로 활동 등은?
유: 에디션(EDITION)이란 활동명으로 솔로 활동을 하고 있어요. 밴드 음악과는 다르게 PR R&B 느낌입니다.

홍: 이번에 일본 아티스트와 작업한 곡이 있는데, 제가 참여를 많이 한 상태라 소속사와 얘기해서 싱글을 낼 예정이에요.

퍼: 더 이상한 걸 하고 싶어요. 최근에 하기 시작한 게 전화기 들고 다니면서 녹음을 해요. 그걸 가지고 전혀 외부의 샘플이나 신시사이저를 안 쓰고 이것만 쓰는. 그리고 다 빼는 거예요. 사람들이 음악으로 생각하는 본질을 계속 찾아 다 빼는 거죠.

올해 밴드가 원하는 활동 방향이 있을까.
홍: 페스티벌이요. 큰 페스티벌 무대에 올라서고 싶어요.

마지막 질문이다. 정말 좋아하는 앨범 한 장씩을 말해달라.
홍: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 [Thriller](19882). 앨범에 수록된 노래 다 좋아요. 제일 많이 들은 앨범이 단연, 이 앨범이고 아직도 즐겨 듣고요. 딱 하나만 고른다면 이것 같아요. 평생 가장 많이 들은, 앞으로도 들을 것 같은 노래들이니까.

유: 신승훈의 [Great Wave](2013). 가사가 한곡 한곡 모두 들리더라고요. 발라드가 안 들리는 경우도 많은데, 가사가 곡마다 귀에 박혔어요.

퍼: 라디오헤드(Radiohead)의 [OK Computer](1997). 예전에도 전자음악을 안 들을 뻔했는데, 사실 다 따로 들었어요. 리듬 게임을 많이 했으니까, 코나미에서 나온 게임 앨범들을 많이 들었거든요. 여러 갈래로 가다가, [OK Computer]를 듣는데 거기엔 다 있더라고요. 디스토션과 드럼은 왜 이렇지. 코드는 왜 이래. 가사는 알아들을 수 없네. MTV에서 나온 뮤직비디오도 충격이었고요. 거의 1년을 똑같은 노래를 들었어요. 그래서 들을 때마다 되게 궁금해하고, 연구하고, 더 새로운 걸 찾아보려고 하고. 이 앨범은 끝이 아니에요. 중간이에요. 이제는 해부가 끝나고 너덜너덜해진 상태지만, 얘 덕분에 다른 데로 많이 갈 수가 있었던 거죠.

 

About 이종민 (65 Articles)
음악 글쓰는 건 평생 한다는 생각으로 천천히 배우며 쓰고 있다. 50년 배우면 50년 써먹을 수 있으니까. 내가 한 말이 아니라 강레오 쉐프가 한 말 인용했다. 현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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