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브: Repeat
듣기 전부터 궁금증 없는 앨범
듣자마자 피로감이 몰려오는 건 자연스럽다. 바이브는 둘이 돼버린 [Re-Feel](2006)부터 한결같이 울고 쥐어짜는 팝을 들려주니까. 물론 듀오는 전작 [Ritardando](2014)에서 컨트리, 탱고, 재즈 등 다양한 스타일을 조금 붙여봤으나, 그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았다. 그래서 이들이 신보에서 꺼낸 건 도돌이표(Repeat)인데, ‘옛날 감성으로 돌아왔다’는 홍보 문구가 새삼스럽게 느껴질 정도다. 도대체 옛날 감성이 아니었던 적이 언제란 말인가.
[Repeat]에서 더 심각한 문제는 어설픈 도전으로 인해 팀이 우스운 모습으로까지 비친다는 것이다. 대표곡이라면 ‘열정페이 (feat. 정용화 of CNBLUE)’를 뽑을 수 있다. 사랑 얘기 말고 사회 얘기도 하고 싶었던 멤버 류재현은 막막한 사회에 괴로워하는 청년의 이야기를 써냈지만, 곡의 분위기가 ‘열정페이’라는 주제와 얼마나 잘 들어맞는지는 의문이다. 직장 생활의 고통을 표현한 가사는 여전히 신파에 그친 발성과 편곡을 만나면서 매우 이질적인 감정을 전달한다. “밤을 새도 끝이 없는 야근들 / 당장 내일 사는 게 더 문제야”란 노랫말이 이렇게 와 닿지 않을 수 있다.
엑소(EXO)의 ‘첸’을 영입하여 완료한 ‘썸타 (Acoustic Ver.) (feat. 첸 of EXO)’도 마찬가지다. 남녀가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생긴 애틋한 감정을 그리고자 했던 가사는 양쪽이 가져야 할 애간장보다 남자 쪽의 간절함과 애절함만 그리고 말았다. “네 맘을 줄 듯 말 듯”이란 가사는 그냥 그 마음을 달라고 표현하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
이토록 기존에 갖고 있던 기술을 활용하여 이거저거 시도한 류재현의 도전은 프로답지 못한 판단으로 우스꽝스럽게 끝나버렸다. 그나마 신보에서 고군분투 한 건 ‘한잔해요’와 ‘Major & Minor (왜 내 사랑은 Major로 시작해서 Minor로 끝나죠)’를 작곡한 윤민수다. 바이브의 사랑 얘기를 최대한 멋스럽게 재활용 해내며 지켜냈으니까.
바이브는 원래 이런 팀이 아니다. 데뷔작 [Afterglow](2002)의 ‘Flying Away’만 들어 봐도, 팝부터 힙합까지 어린 시절 류재현이 표현하고자 한 음악의 범위가 얼마나 다양했는지를 알 수 있다. 물론 그는 이번 앨범에도 간결한 피아노 리프로 산뜻한 분위기를 전달한 ‘별다방 (feat. 김숙)’을 선보였지만, 이조차도 어설픈 재미를 선사하며 제대로 된 마침표를 찍지 못했다. 이쯤 되면 요즘 사회에서 쓰는 ‘역변(반대로 변함)’이란 단어를 사용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 10년도 넘은 팀의 앨범에서 경험을 느끼지도, 뮤지션으로서의 새로움도 얻질 못했으니까.

상당부분 동의합니다!!, 과연 어디로 돌아간다는 것인지 의문이 들었던 앨범이에요. 바이브만의 색깔이 무너져버린 앨범이라 아쉬움이 많은 앨범으로 기록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