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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일리스마일: 가까운 사람들에게 좀 더 친절한 음악을 하고 싶었어요

늘 인터뷰를 하기 전에 하는 일 중 하나는 해당 뮤지션이 낸 음악을 많이 듣는 것이다. 물론 활동 경력에 따라 들어야 하는 앨범의 수는 천차만별인데, 일반적으로 인터뷰 시점에 내놓은 신보를 가장 많이 들으면서 현재 뮤지션이 추구하는 방향을 읽어 보려 노력한다.

그러다 보니 인터뷰가 끝나게 되면 한동안은 그 앨범을 안 듣게 된다. 솔직히 질리게 들은 만큼 해방되고 싶은 감정이 더 드니까. 스마일리스마일(SmileySmile) 역시 인터뷰 전에 데뷔 EP인 [42000ft](2019)를 많이 들었다. 그래서 인터뷰가 종료되면, 자연스럽게 한동안 이 앨범은 ‘봉인’될 것이라는 마음이 어느 한편에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인터뷰가 끝나고 집으로 가는 길에 이들의 음악을 다시 듣게 됐다. 겨우 다섯 곡이지만, 오랫동안 호흡을 맞춘 두 동창의 ‘정리된 음악’을 이야기로 직접 접하니 호기심이 더 생겼고, 앨범에 대해 느끼는 감정이 다양하게 다가온 것이다.

아래에도 충분히 나오겠지만, [42000ft]는 분명한 목적을 가진 앨범이고, 뚜렷한 계획으로 추진해나간 EP다. 그렇기에 서정적인 분위기가 감지되는 곡의 흐름에서도 작가의 의도는 선명하고, 적극적이다. 얌전한 줄만 알았던 [42000ft]에 이런 목적이 담겨있다니, 색다르지 않은가. 인터뷰를 통해 어떠한 이야기가 숨어있는지 살핀다면, 듣는 재미는 더욱 배가 될 것이다.

밴드 ‘파블로프(Pavlov)’ 이후 둘이 다시 뭉친 결정적 계기가 궁금하다.
류준(이하 류): 전부터 준철이가 조금씩 얘기했던 것 같아요. 지금 하는 것 말고 다른 프로젝트를 하면 나랑 같이할 생각이 있냐. 결정적 계기는, 기명신 사장님(전 러브락 대표)이 돌아가신 것과 ‘파블로프’ 활동을 안 하게 된 것. 저에게는 그 두 가지가 가장 큰 것 같아요. 그때쯤 준철이가 ‘진짜로 나랑 해볼 생각이 있냐’고 되묻는 빈도가 잦아지기 시작했고요(웃음).

박준철(이하 박): 고등학교 때 류준 집 근처 학원에 다녔는데, 학원 안 가고 류준 집에 자주 놀러 갔어요. 플레이스테이션하고 기타랑 베이스치고, 그런 시간이 길긴 했어요. ‘파블로프’ 할 때도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곡이 꽤 되고. 그래서 좋은 곡을 더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많아지면서 밴드 활동으론 노래를 만들기가 더 어렵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사람 수와 취향을 맞추기가 어려우니까요. 둘이 듣는 취향도 비슷해지고 있으니, 좀 더 원하는 방향으로 갔으면 했어요.

작업 시작은 정확히 언제부터인가.
박: 2017년 가을쯤부터요. 계속 밴드만 하다 보니 둘이서 노래 만드는 게 익숙하지 않고, 그때는 ‘보컬을 누가 하지?’ 이런 생각도 들어서 서로 불러보고 그랬는데, 듣다 보니 제가 부르는 건 좀 아닌 것 같더라고요(웃음).

‘스마일리스마일’의 음악은 ‘파블로프’와 완전히 다르다.
류: 여러 가지가 있는 것 같아요. 준철이는 예전부터 전자음악에 관심이 많았는데, 제 경우에는 곡을 쓸 때 밴드 중심으로 구성을 잡는 게 있었어요. 혼자 세션을 다 불러서 녹음하고, 빌드 업할 자신도 없었고요. 그래서 전자음악 사운드로 만족했거든요. 더불어 지금 둘이서만 곡을 쓴다고 할 때 ‘어떤 식으로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나온 것 같아요.

박: 사실 저는 ‘파블로프’를 할 때도 계속 록 음악보다는 서정적인 음악을 즐겨 들었거든요. 다른 사람이 뭐 듣는다고 하면 신기하네 싶을 정도로.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취향 때문인지, 시끄러운 사운드가 피곤해지더라고요. 점점 피곤해져서 연주하는 것도 무리고. 그런 것도 좀 있었어요. 록 밴드라는 건 공연에 대한 에너지를 가지고 유지하는 스타일의 팀인데, 공연도 지쳤고, 공연보다는 좋은 노래가 더 관심 가더라고요.

그런 생각이 많이 든 게 ‘혁오’ 때문이었거든요. ‘위잉위잉’(2014)이란 노래가 되게 좋다고 생각했는데, 20대 초반 친구들이 그 노래를 엄청나게 좋아하는 거 보고, ‘아 이 사람들한테는 이 노래가 인생 노래가 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그 사람들이 30대가 되고 40대가 돼도 ‘위잉위잉’ 이란 노래를 생각할 거 아녜요. 그만큼 노래가 가진 힘이 크다고 보거든요. 결국 라이브를 해서 사람들에게 에너지를 주는 것보다는 좀 더 감정적으로 다가가는 음악을 들려주고 싶었어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기보단, 하고 싶은 일에 가까운 거죠.

박준철이 써서 그럴까. 가사는 정말 서정적이다.
박: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가사 쓰는 걸 꾸준히 하고 있었어요. 거의 2010년? 이때부터 혼자서 에버노트에다가 가사를 계속 썼어요. 시 읽는 걸 좋아하는데, 시를 계속 읽다 보니 저도 순간순간 기억에 남는 걸 기록하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그런 기억들을 기록하다 보니까 그게 ‘파블로프’ 가사에도 쓰이기도 했고, 절로 가사의 중요성을 많이 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 그리고 워낙, 밴드 때부터 한국어 가사를 대중음악에 쓴다는 거에 대해 계속 고민을 했거든요. 아무래도 팝 음악이라는 게 영어로 하면 더 쉬운데, 한글 가사는 아무래도 딱딱한 부분이 있으니까요. ‘산울림’이나 ‘신중현’ 음악을 들으면서 ‘이런 식으로 한글 가사를 풀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계속하고 있었어요.

한글 가사는 보통 어미가 ‘다’로 끝난다.
박: ‘산울림’ 들어보면 ‘요’로 끝나는 가사가 많거든요. 그게 부드럽고, 중성적인 느낌이 나는 것 같더라고요. 사실 신중현 선생님이 쓴 노래들도 여성 가수들 노래를 더 좋아해요. 아무래도 남자 가수들은 직접적이고 딱딱한 부분이 그 시대에는 있어서요. 그런 부분을 생각을 많이 한 것 같아요. ‘너무 남성적이고 한 사람의 이야기처럼 보이지 말아야지’라는 생각이요.

가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박: 되게 중요한 것 같아요. 저희가 음악을 만들면서 청자에게 들려주고 싶은 내용이 조금씩 있잖아요. 듣는 이가 알아서 판단하라고 할 순 있는데, 저는 우리가 생각하고 표현하고 싶은 부분에 사람들이 관심 가져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거든요. 가사가 그런 가이드 역할을 하는 것 같아요. 음악은 추상적이라 음악 소리만 듣고 내용을 파악하긴 어렵잖아요. 그래서 곡에서 오해하는 부분도 많이 생기고. 그런 부분도 재밌는 부분이긴 한데, 그래도 가사가 ‘이쪽으로 좀 따라오세요’ 하면서 청자들한테 창작자가 원하는 세계로 길을 터주는 역할, 길잡이 역할인 것 같아서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러다 보니 이번 EP에 쓴 가사가 점점 마음에 안 들더라고요(웃음).

다섯 곡은 모두 ‘너’를 얘기하고 있다.
박: 그 대상은 여러 가지로 생각했어요. 크게 보면 꿈, 소망, 희망까지인 것 같아요. 다 통용되는 얘기인 것 같고. 밴드를 친구들끼리 10년 하면서 굴곡이 많았고, 한 번의 좌절을 겪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부분에서 EP 전체 가사를 생각할 때는 사람들이 1번에서 5번까지 다 듣고, 좌절과 슬픔이 해소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곡 작업 방식은 어떻게 이루어졌는가.
류: 곡마다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가사만 가지고 와서 진행한 경우도 있고, 기본적인 멜로디만으로 시작한 경우도 있어요.

박: 제가 멜로디를 가지고 오면, 류준이 코드를 새로 짜고, 선율 수정을 하는 식으로 진행됐죠. 몇몇 곡 같은 경우는 가사를 보여줬는데 이거 가사 정말 좋다며 그 자리에서 만들어진 곡도 있어요. ‘다른 바다’가 그랬어요.

작업에서 가장 중요하게 잡은 부분은?
류: ‘파블로프’ 하면서 제일 아쉬웠던 점은 누구한테 들려줄 때 늘 전제가 붙었거든요. ‘넌 안 좋아할 수 있다.’ ‘네 취향은 아닐 수 있다’. 멘트할 때나 소개할 때요. 그런데 제가 하는 음악을 그런 식으로 소개하기 싫었어요. 록 음악만 주야장천 들은 것도 아니고, 가요도 되게 많이 듣고 자랐고, 예전에 좋아한 음악을 들어보라고 하면 시끄러운 음악은 별로 없으니까요. 그래서 누구한테 ‘안 좋아할 수도 있다’라는, 그런 얘기를 안 하고 싶었고, ‘그런 음악이 좋은 음악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박: 가까운 사람들에게 좀 더 친절한 음악을 하고 싶었어요.

작업 기간이 긴데, 다섯 곡만 실었다.
박: 처음에는 EP를 먼저 내는 게 났겠다 싶었어요. 정규를 바로 도전하기에는 저희가 새로 시작하는 팀인데 리스크가 크니까(웃음). EP도 요즘 성토로 보기엔 무리라고 봤어요. 그런데 첫 번째를 내는 건 완결성 있게끔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작업하면서 트랙별로 순서를 모두 정하고 작업했어요. 우리의 상황을 봐서 완결성 있는 하나의 스토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다섯 곡이 제일 적당하다고 생각했죠.

라이브는 어떤가.
박: 라이브 세션은 계속 변화를 할 것 같아요. 4명이 하기도 하고, 2명이 하기도 하고. 예를 들어 큰 무대에 초청받는다면 더 많은 세션을 부르고. 그럴 수 있는 가능성은 충분한 것 같아요.

적극적인 마케팅과 인상적인 뮤직비디오가 동반됐다.
박: 마케팅은 저희가 정말 못해요. 일단 그래서 외주로 레이블에 요청하여 도움을 많이 주셨고요. 사실 파블로프 할 때도 신경을 많이 썼는데, 저희가 유튜브 초기 세대예요. 그때부터 유튜브를 통해 뮤직비디오를 자주 보다 보니 뮤직비디오가 좋고 나쁘고에 따라 뮤지션에 대한 이미지가 달라질 정도였어요. 그리고 둘 다 미술을 전공했다 보니까 이왕이면 뮤직비디오는 늘 잘 나와야 한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우리가 보여주고 싶은 시각 정보를 최대한 보여주겠다는 마음을 항상 가져서, 뮤직비디오는 항상 고민을 많이 해요.

유튜브 채널 ‘신촌 전자’라는 채널을 직접 운영 중이다.
류: ‘신촌 전자’의 공간은 현재 제가 사는 집이에요. 스튜디오처럼 해놓고 들어가서 살았는데, 그러다 보니 그렇게 살기가 좀 아까웠어요. 그때 준철이랑 이 공간에서 ‘스마일리스마일’ 작업을 한창하고, 작업이 안 되는 날은 유튜브를 많이 봤는데, 요즘 장비들 좋고 공간도 썩 괜찮으니 ‘카메라만 있으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박: 외국 라디오 방송국의 유튜브 채널을 보면서 ‘우리도 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계속 갖고 있었어요. 첫 시작은 밴드 ‘악어들’이 K루키즈 지원하면서 영상이 필요한 거예요. 그래서 딱히 어디서 찍어야 할지도 모르고 해서 류준한테 얘기하여 시작하게 됐어요.

‘파블로프’ 때부터 지금까지 활동 시간이 적지 않은데, 반면에 음원의 양은 좀 아쉽다.
류: 쓰는 쪽으로 다들 성실하지 않았던 게 있어요.(웃음) 그리고 넷이 같이 만든다는 것에 집착했던 것 같아요.

박: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완벽주의를 추구하면서 게을렀기 때문이라고.(웃음) 그래서 그런 부분을 고쳐야 한다고 생각 중이에요. 음악을 많이 만들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우리가 스마일리스마일을 계속 만날 수 있을까.
박: 네. 최대한 빨리 음원을 발표하고자 하는 게 목표입니다.

마지막 질문이다. 살면서 가장 영향받은 뮤지션과 앨범을 알려달라.
박: 신중현 선생님이요. 최신 음악을 빠르게 흡수하고, 늘 새로운 음악에 대해 받아들이고, 그것을 한국식으로 어떻게 풀지에 대해 고민하면서 활동하셨던 게 본받고 싶은 지점이에요. 앨범을 꼽자면 크라잉넛의 [하수연가(下水戀歌)](2001)에요.

류: 에릭 클립튼(Eric Clapton)의 [461 Ocean Blvd](1974)이요. 어릴 적부터 가장 많이 들었고, 알게 모르게 가장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그의 입장에서 가장 솔직하고 편안한 방식을 취했는데, 가장 대중적이고, 인기가 많았고, 대표할 수 있는 앨범이라는 게 좋아요.

About 이종민 (68 Articles)
음악 글쓰는 건 평생 한다는 생각으로 천천히 배우며 쓰고 있다. 50년 배우면 50년 써먹을 수 있으니까. 내가 한 말이 아니라 강레오 쉐프가 한 말 인용했다. 현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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