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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 앨범은 무엇일까

우리는 물품을 사면서 판매 단위를 확인하곤 한다. 생수가 500mL인지 1L인지, 쌀은 3kg인지 20kg인지, 삼겹살은 150g인지 200g인지 등등. 내가 필요로 하는 양인지, 품질이나 가격이 타제품과 얼마나 차이 나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이렇게 ml, L, kg, g처럼 물품의 용량, 중량, 수량을 수치로 나타낼 때 기초가 되는 일정한 기준을 단위라고 하고, 물품을 판매하는 일정한 단위를 판매 단위라고 한다.

소비자가 음악을 살 때도 판매 단위는 적용된다. 테이프, CD, LP, 디지털 음원 등 음악을 담아내는 매체의 종류는 다양하나, 마치 물건을 살 때처럼 판매 단위가 정해져 있다. 통상 담겨진 노래의 개수를 기준으로 삼는데, 1~3곡은 싱글(Single), 4~6곡은 EP(Extend Play), 8곡 이상은 앨범(Album)이라 정의한다. 이 정례를 벗어나는 경우도 있다. 현대 들어서 EP의 경우 트랙이 더 많아도 총 재생 시간이 28분 이내라면 EP로 간주하며, 앨범 역시 과거에는 35분 이상일 경우 규정의 대상이었으나, 현재는 8곡 이상일 경우 인정하고 있다.

물론 이 규정에도 예외가 있다. 뮤지션 스스로 위 내용과 상관없이 EP 또는 정규 앨범으로 해 본인의 디스코그래피를 정리하는 경우다. 최근 씨잼(C JAMM)의 [킁](2019)은 수록곡이 11곡이고 러닝타임이 32분 13초이지만 EP로 등록됐다. 보아(BoA) 역시 [BoA The 7th Album ‘Only One’](2012)에서 신곡이 7곡 밖에 없어 작은 논란이 있었으나, 본인이 직접 인터뷰를 통해 정규 앨범임을 재확인시켜주며 불식시켰다. 여기까지는 별문제가 없다. 한국에서는 EP를 미니 앨범(Mini Album)이란 이름으로 부르기도 하지만, 다른 용어와 겹치지 않기 대문에 전혀 혼란이 생기지 않는다. 문제는 2010년 이후 ‘싱글 앨범’이라는, 새로운 판매 단위가 생겼을 때부터다.

싱글 앨범. 영어로 표기하면 ‘Single Album’이다. 앞서 설명한 싱글과 앨범의 단어가 합쳐져 탄생한 신조어인데, 음료수 한 병을 사는 경우와 비교해보면 그 의미를 쉽게 알 수 있다. 단적으로 싱글 앨범은 음료수의 판매 단위가 250mL, 1L로 함께 표기된 것과 같은 상황이다. 음료수 한 병에 판매 단위를 2가지나 표기하여 구매자를 헷갈리게 하는 경우를 보았는가. 그만큼 싱글 앨범은 이해하기 어려운 용어다.

그렇다면 싱글 앨범은 정말 규정에 없는 용어일까. 엄밀히 따지면 꼭 그렇지도 않다. 미니 앨범처럼 싱글 앨범 역시 한국에서만 쓰는 특이한 판매 단위로 보면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싱글 규모로 신곡을 발표하되, 피지컬(CD, LP 등)로 발매하면 싱글 앨범이라고 본다. 위키피디아에 등록된 사연은 이렇다. ‘오프라인 판매 집계를 하는 가온 차트는 싱글 앨범과 앨범이 같은 카테고리 내에서 함께 경쟁한다. 그 외 스트리밍/디지털로 발매된 싱글은 가온 디지털 차트 내 ‘싱글 차트’로 간주한다.’ 결론적으로 오프라인 판매 집계를 위해 우리가 알던 기존 싱글은 앨범과 통폐합했고, 그로 인해 싱글 앨범이란 용어가 나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문화체육관광부가 주도한 가온차트는 왜 이런 규정을 만들었을까. 음원 사이트가 활발해졌다고 보기 어려운 2010년 전까지 국내에서 싱글의 등장은 어색했다. 당시 한국은 앨범이 음악 시장에서 보편적 포맷으로 대접받았으니까. 그러다 보니 ‘공인 차트’를 새로 꾸릴 때 오프라인에서 ‘싱글’과 ‘앨범’을 나누어 집계한다는 것 자체가 운영 및 관리 측면에서 낯설고 번거로웠을 것이다. 그래서 가온 차트는 오프라인 판매 집계에서 ‘앨범 차트’, 딱 하나의 구간만을 만들게 됐다.(지금은 리테일 앨범 차트도 신설했으나, 이 역시 앨범 차트다.) ‘빌보드(Billboard)’와 ‘오리콘(Oricon)’ 같은 공인 차트를 만들겠다는 정부의 욕심은 기존에 없던 단위를 탄생시켜 부추긴 셈이다.

이렇게 복잡한 상황을 배경으로 한국에서만 싱글 앨범이란 용어가 쓰이고 있는데, 이후 의외의 현상이 발생했다. 피지컬로 나오지 않은 싱글인데도 너도나도 음원 사이트에 ‘싱글 앨범’으로 등록하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 당장 음원 사이트에서 ‘single album’이라고 검색해보자. 메이저, 인디를 가리지 않고 적잖은 싱글 앨범이 검색된다. 그런데 이 싱글 앨범을 피지컬로 만나볼 순 없다. 즉, 피지컬로 한정했던 용어의 의미마저 퇴색되며 더 이상 ‘싱글’과 ‘싱글 앨범’의 구분이 모호해진 것이다.

무너진 단위는 더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게 된다. 이제 한국 음악계에서는 별다른 구분 없이 앨범종류를 등록하는 경우가 속출했다. 이제 우리는 2곡만 올렸음에도 EP로 등록된 싱글을, 피지컬 없이 디지털 음원으로 1곡만 등록했어도 ‘싱글 앨범’으로 내세우는 음원들을 자주 접하게 됐다. 더 이상 단위나 용어의 경계가 없어진 상황이다.

누군가 이렇게 반문할 수 있다. “어차피 대부분 음원 사이트를 통해 음악을 듣는 시대인만큼 몇 곡이 어떻게 담겼는지 금세 확인이 가능하다. 그런데 굳이 그런 거에 집착할 필요가 있느냐”라고. 그러나 싱글과 앨범이란 음악 판매 단위가 왜 생겼는지에 대해 상기해볼 필요가 있다. 이는 물건을 살 때 여러 가지를 고려하는 이유는 물론이고 더 큰 의미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기술의 발전으로 LP(Long Play)가 등장한 이후, 뮤지션은 음악 제작에서 더욱 확고한 방향성을 갖기 시작했다. 본인의 세계를 ‘짧게’ 혹은 ‘길게’ 정리하고 싶은 욕구는 표현하고자 하는 의지에 따라 앨범과 싱글을 공존하게 한 것이다. 이것은 단순히 길이의 문제가 아니다. 작품의 접근 규모와 표현의 범위를 다르게 나타내기 위해 만들어진 구분이다. 그렇기에 아무리 앨범에 대한 정의가 과거와는 조금씩 달라지는 상황이라도, 앨범은 앨범만이 가진 범위와 무게를 표현하기 위해 쓰이고 있다. 지금처럼 구분이 없어지고, 단위에 대한 용어가 모호해진다면, 우리는 한 뮤지션에 대한 ‘세계’와 ‘역사’를 올바르게 정리할 수 있을까.

음악계에서 음악의 판매 단위, 용어, 정의 등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정리해야 하는 이는 대중이 아니다. 음악 정보를 관리하는 소속사와 유통사, 그리고 그걸 확인하는 뮤지션이 몫이다. 대중에게 명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싶다면 음악 관계자들은 음악의 스타일과 규모 등을 정확하게 정리하고 안내해야 한다. 그것은 의무이기도 하다. 뮤지션 역시 마찬가지다. 앨범 정보 등록에 직접 참여하지 않았더라도, 본인 음악의 정보가 제대로 안내되지 않았다면 책임감을 느끼고 제대로 확인해야 한다.

정부가 음악 판매 차트에 개입하면서 발생한 제반 문제는 지난 10년간 꾸준히 변질해왔다. 이제는 무엇이 싱글이고 앨범인지 헷갈릴 정도로 잘못 등록된 음원들이 많아진 시대다. 하지만 아직 늦진 않았다고 본다. 분명한 이해와 확실한 구분이 전파된다면, 지금과 같은 혼란은 분명 줄어들고, 잡힐 수 있을 것이다. 음악계에 어지럽게 놓인 사안들 사이에서, 이 문제는 지금 바로 정리되어야 할 대상 중 하나다.

About 이종민 (72 Articles)
음악 글쓰는 건 평생 한다는 생각으로 천천히 배우며 쓰고 있다. 50년 배우면 50년 써먹을 수 있으니까. 내가 한 말이 아니라 강레오 쉐프가 한 말 인용했다. 현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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