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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결산 : 2019년의 앨범들

간만에 뵙습니다

Mega Drive “199XAD”

사실 신스웨이브보다는 슈퍼겜보이가 먼저 떠오르는 게 정상인 이름이겠지만 신스웨이브에서는 그래도 이미 위명을 알리고 있는 프로젝트. 출세작이라고는 못하더라도 어쨌든 가장 성공적인 앨범이었던 “198XAD”의 시퀄인데, 신스웨이브의 비트가 얼마나 폭력적일 수 있는지를 시험하는 앨범처럼 들린다. 어떤 면에서는 이래서야 EBM이라는 장르가 생명력을 가질 수 있을까 싶기도 하다. 시종일관 폭발음이 난무하는 SF 활극 영화의 BGM이라면 더할나위 없는 음악일텐데, 적어도 “레디 플레이어 원”보다는 훨씬 많이 부수는 영화여야 할 것이다.

Katharos XIII “Palindrome”

디프레시브 블랙메탈에 재즈를 섞는다는 게 쉬이 떠오르는 생각은 아닐진대 결과물은 확실히 납득할 만하다. 사실 따지고 보면 본격적인 재즈라기엔 많이 단순한 편으로 보이긴 하지만, 그 ‘재즈 바이브’를 이끌어내는 게 변박보다는 테너 색소폰과 여성보컬이기 때문에 그 단순함이 문제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오히려 기이하긴 하지만 어쨌든 블랙메탈 앨범인만큼 그 정도의 단순함은 어느 정도는 미덕처럼 보이기도 한다. 단순함 속에 변화무쌍한 분위기를 천연덕스레 풀어나가는 모습은 덤이다.

Kayo Dot “Blasphemy”

앨범 제목이 제목이다보나 “Hubardo” 시절의 좀 더 ‘메탈다웠던’ 사운드를 기대하게 되는 면이 있지만, 음악은 헤비한 건 분명하나 밴드의 여타 앨범에 비해서는 확실히 ‘감성적인’ 구석이 있다. ‘Ocean Cumulonimbus’의 쟁글거리는 기타 연주가 그런 앨범의 스타일을 대변한다고 생각하는데, 두터운 신서사이저와 함께 구현하는 사이키델리아는 생각보다 꽤 명확한 이미지를 연상시킨다. 밴드의 기존 팬들이 만족하지 못할 수도 있는데, 아마도 ‘Blasphemy : A Prophecy’는 그런 팬들에 대한 약간의 배려 섞인 트랙일지도 모르겠다. 그 배려 기꺼이 받아먹은 청자라고 자처하고 있는 중이다. 배려한 거 맞겠지?

Gloryhammer “Legends from Beyond the Galactic Terrorvortex”

Rhapsody of Fire가 어쨌든 가장 좋았던 시절에 비해서는 좀 내려왔다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이런 류의 ‘에픽 메탈’ 중 가장 눈에 띄는 밴드는 Gloryhammer다. 앨가로드 연대기 때부터 Rhapsody가 굳이 너무 진지해 보이려고 한다고 생각했는데, 이들도 물론 콘셉트가 있지만 그보다는 훨씬 유머러스한 이야기인지라 듣기에 무겁지 않다. 앨가로드에서 용 잡는 대신 달에서 고블린 잡는 얘기라고 할까. 물론 이야기가 유쾌할 뿐 연주의 화려함이나 헤비함은 가볍지 않으므로 걱정할 필요는 없다. ‘Power of The Laser Dragon Fire’는… Dragonforce보다도 더 빠른 것 같다.

The Black Sorcery “Wolven Degrade”

Archgoat를 따라하는 블랙메탈 밴드야 계속해서 나오고 있지만 그 중에서 첫손에 꼽을 만한 이들을 몇 생각하면… 이들의 이름이 나왔을지는 잘 모르겠다. 데뷔작 기준으로는 그랬고, “Wolven Degrade”에 와서는 아마도 나왔을 거라고 얘기할 수 있겠다. 데뷔작에 비해서는 좀 더 블랙메탈적인데, 막상 리프에 귀기울이자니 좀 더 테크니컬해진 부분도 있고, 특히 솔로잉은 애매한 표현으로 ‘chaotic’하다고 하기에 충분할 것이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Trey Azagthoth가 언제 게스트로 솔로 한 소절 덧붙여 줬으면 좋겠다.

Profetus “The Sadness of Time Passing”

덧없이 흘러가는 시간에 대한 비애감을 소리로써 풀어낸 앨범이라는 말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 음악일 것이다(사실 쓰면서도 쓸데없는 표현이라는 생각이 든다). 핀란드 퓨너럴 둠의 전형을 비장한 건반과 함께 재현하는 앨범인데, 전작들보다는 좀 더 다양한 구성과 개선된 음질로 다가오다보니 분위기를 즐기기에는 그만이다. ‘To Open the Passages in Dusk’에서 느껴지는, 간만에 만나보는 Skepticism의 분위기도 반갑다. 익숙한 스타일이지만 이만큼 제대로 한다면 그저 반가울 뿐이다.

Devin Townsend “Empath”

“Ocean Machine”, “Ghost”, “Deconstruction”, “Epicloud” 등 그간의 노작들의 색깔들을 절묘하게 모두 녹여내고 있는 앨범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간 앨범마다 색깔을 바꿔 왔던 인물인만큼 그렇게 만들어낸 이 앨범의 다채로움은 분명하다. ‘Hear Me’와 ‘Why’는 확실히 앨범 한 장에 같이 들어 있을 만한 곡들이 아니다. 이런 앨범을 말이 되게 만든 게 Devin Townsend의 능력인 셈이다. 일단 평소에는 메탈을 듣지 않다가 연말 결산 때만 전문가 특유의 허세를 담아 올해의 메탈 앨범을 꼽곤 하는 이들이 올해는 많이들 이 앨범을 고른 것 같다. 납득한다.

Waste of Space Orchestra “Syntheosis”

Oranssi Pazuzu와 Dark Buddha Rising이 함께 한 사이키-블랙메탈 프로젝트 정도로 알려져 있지만, 사이키하다기보다는 Hawkwind풍 스페이스록을 의식한 듯한 구석이 있는 슬럿지 사운드를 녹여낸 블랙메탈, 정도로 얘기하는 게 더 맞지 싶다. ‘Journey to the Center of Mass’에 이르러서는 거기에 다시 일렉트로닉스와 재즈까지 함께 녹여낸다. Dodheimsgard 같은 밴드가 가장 손속 날카롭던 시절(내 생각에는 “Satanic Art”인데)에 슬럿지를 더한다면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아방가르드 메탈이라는 알 수 없는 라벨 붙은 음악을 좋아한다면 더할나위 없을 선택일 것이다.

Skeldos “Ilges – Caretakers of Yearning”

리투아니아 인더스트리얼/앰비언트 프로젝트의 세 번째 앨범. 사실 작년에 나왔지만 한 곡 추가해서 금년에 다시 나왔으니 뭔가 좀 반칙 같기도 하지만, 작년에 앨범 나온 걸 거의 아는 사람이 없었으니 그래도 괜찮지 않나 생각해 본다. 바이올린이나 어쿠스틱 기타가 이끄는 황량하면서도 마음 어느 한 구석을 건드리는 데가 있는 분위기를 생각하면 네오포크라고 해도 큰 문제는 없을 듯한데, 덕분에 엄연히 ‘앰비언트’ 음악인데도 생각보다 많은 멜로디가 기억에 남는다. ‘Fading Garden’의 바이올린 연주만으로도 이 앨범은 결산에 끼워 줄 자격이 있다.

Departure Chandelier “Antichrist Rise to Power”

그 퀘벡의 ‘Napoleonic Black Metal’ 밴드가 데모 이후 거의 8년만에 드디어 데뷔작을 발표했다. (당연하다는 듯 앨범 통채로 나폴레옹 얘기다) 짧은 귀의 어느 동양 아저씨가 데모 하나 듣고 8년 동안 정규작을 기다린 블랙메탈 밴드라면 부연이 되려나 모르겠다. “The Black Crest of Death, The Gold Wreath of War” 데모의 앰비언트풍 신서사이저는 때로는 Osculum Infame에 가까이 느껴질 정도로 화려해졌다. 해서 데모의 건조함을 즐겼다면 조금 아쉬울지 모르겠으나 90년대 중반 멜로딕 블랙메탈 스타일로는 딱 맞는 옷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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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리어 알통 터져 죽었다는 기묘한 부고기사에 눈물지으며 메탈을 듣던 머리 큰 아이가 나이가 들어서도 메탈을 끊질 못하다가 결국은 글까지 쓰고 있다. 뭔가 흐름이 괴상한 것도 같지만 인생이 뭐 그렇지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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