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아람: 2526
누군가는 노랫말을 위해 선율을 고치고, 누군가는 선율을 위해 노랫말을 고친다. 그만큼 음악에서 선율과 노랫말이 자연스럽게 포옹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스물다섯부터 스물여섯의 감정이 4곡에 담긴 이아림의 첫 EP는 이 쉽지 않은 일을 훌륭하게 해낸다. ‘기시미 이치로’와 ‘고가 후미타케’가 지은 심리학책 ‘미움받을 용기’에서 영감 받은 동명의 타이틀곡은 가사만 읽어도 마치 하나의 일기장을 읽듯 이야기가 부드럽게 진행된다. 물론 이 노랫말을 듣고 움직이는 음표의 이동 역시 억지스럽지 않다.
이런 자연스러움은 ‘성장통’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녀는 가사를 썼지만, 마치 엄마에게 전화 통화하는 내용을 갈무리한 듯 생생하게 흐른다. 딱히 반복되는 단어로 힘을 주는 곡이 없음에도 [2526]의 노래들은 기억에 남는 영화를 본 듯, 이야기가 머릿속에 절로 그려진다.
더불어 주제도 좋다. 그녀의 이야기들은 타인과의 관계, 성장, 엄마에 대한 고마움 등 다채롭다. 적어도 이 앨범에서 그녀는 웬만한 작사가보다도, 웬만한 래퍼보다도 더 넓은 시야의 세상을 확보한다. ‘자람 프로젝트’로 수줍게 마이크를 잡았던 그가 어느덧 이렇게 근사한 홀로서기를 해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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