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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진희: 우리의 사랑은 여름이었지

여름에도 쉴 수 있는 곳.

밴드의 멤버가 솔로 앨범을 냈다면, 그 음악은 ‘독립을 해야 할 이유’를 들려줘야 할 것이다. 단순히 ‘나 혼자 하고 싶어서’라고 말하기엔 현재도 함께하는 밴드의 존재가 퇴색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부분에서 하비누아주(Ravie Nuage)의 리더 전진희 두 번째 솔로작은 그 이유를 충분히 안내해준다. 팀의 음악과 연결성을 굳이 따져본다면 그저 ‘팝’이라는 테두리만 발견할 수 있을 정도. 건반과 목소리, 딱 이 두 개를 중심으로 펼쳐낸 [우리의 사랑은 여름이었지]는 많은 악기를 동반하지 않은 채 차분하고 침착하게 그녀가 가진 생각과 이야기를 풀어냈다.

동시에 이 작품은 솔로 뮤지션을 넘어 피아니스트 전진희의 역량도 살필 수 있다. 담담하게 뱉는 목소리가 분위기를 견인하는 한 축을 맡지만, 건반 소리에 좀 더 집중하다 보면 뉴에이지를 듣는 착각이 들 만큼 따뜻한 연주를 선사한다. 혼자서 작업하게 되면 본인의 장점이 더 부각되기 마련인데, 전진희란 뮤지션의 매력이 어떠한 부분인지 확실하게 캐치할 수 있는 편곡이 담겨있다.

다만 10개의 트랙 모두 침착한 호흡과 정서를 만들어낸 탓에 전반적으로 평이한 모습을 그려낸다. ‘놓아주자 with 이아립’와 ‘우리의 슬픔이 마주칠 때 with 강아솔’를 통해 후반에 무게 중심을 둔 의도는 전달되나, 얌전한 태도를 가진 곡들의 관계 속에서 이런 방향을 포착하는 것은 어려운 게 사실이다. 조용한 장소에서 온전히 살피지 않는 이상 [우리의 사랑은 여름이었지]의 의도는 쉽게 지나칠 수 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한 트랙에 집중하기보단, 전체에 집중하기를 권하는 앨범이다. 그만큼 음악은 일상을 회상하며 ‘쉼터’를 제공하고 있으니까. 더불어 일반 사이즈에서 3분의 2로 잘라낸 부클릿, 인상적인 표지는 쏟아지는 싱글 속에서 오랜만에 ‘음반의 소유’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해준다.

3 out of 5 stars (3 / 5)

About 이종민 (68 Articles)
음악 글쓰는 건 평생 한다는 생각으로 천천히 배우며 쓰고 있다. 50년 배우면 50년 써먹을 수 있으니까. 내가 한 말이 아니라 강레오 쉐프가 한 말 인용했다. 현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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