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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 여러 장르를 만들어도, 다시 돌아왔을 때 가장 기분이 좋은 건 하우스에요.

신인의 등장은 그 자체만으로도 신선하다. 음악을 통해 느끼게 되는 새로운 목소리와 새로운 시선. 그것만으로도 듣는 이에게 또 다른 감동을 전달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음악을 만들어내는 완성도까지 갖췄다면 어떻게 될까. 단순히 음악을 즐기는 대상을 넘어 주목해야 할 존재로 거듭나게 될 것이다. 일반적으로 루키에게 기대해야 할 것 이상의 역량을 가졌으니까.

‘MHL’과 ‘효정’. 작곡을 주로 하는 한 회사에서 둘이 의기투합하여 탄생한 ‘취미(CHIMMI)’가 바로 그런 팀이다. 둘은 이미 외부 뮤지션들에게 곡을 제공하고 있을 만큼 곡 쓰는 재능을 지녔고, 작년 6월부터 지금까지 노래를 발표할 만큼 부지런하다. 신인은 매일 등장하지만, 그 어떤 신인보다 음악적 기반을 충분히 갖춘 팀인 것이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데뷔 1년이 채 안 돼 벌써 한 장의 정규 앨범과 한 장의 맥시 싱글을 발표한 이 듀오를 그들의 작업실에서 직접 만나 봤다.

데뷔 앨범 [CINEMA](2018) 이후, 4개월 만에 다시 맥시 싱글을 냈다.
MHL(이하 M): 원래 EP로 4~5곡 내기로 했는데요. 멀리 봐서 맥시 싱글로 몇 번 낸 후, 이걸 모아 후반에 풀 앨범을 내는 것으로 바꿨어요. 굳이 맥시 싱글인 이유는 보통 제가 녹음과 믹싱을 다 하는데, 한 달에 한 곡씩 작업하는 게 너무 힘들더라고요. 한 곡에 집중하니 다른 일을 하기도 어렵고요.

싱글 [Rendezvous](2019)에선 ‘어색해’에 현악기가 동원됐다.
M: 처음에는 시퀀스 프로그램을 통해 (소리를) 찍는 게 좋다고 생각했는데, 계속 만들면서 비교해보니 프로그램과 악기 연주의 사운드 차이가 너무 나는 거예요. 그래서 [CINEMA]부터 가급적 찍는 건 줄이고 있어요. 제가 마음에 안 들어서요.

[CINEMA]보다 이번 싱글이 마케팅 측면에서는 더 공격적이라는 느낌이다.
김현진 A&R: 회사가 레이블을 시작한 지 오래 안 됐어요. 그래서 저희의 노하우나 인프라가 과거보다 더 넓어졌고, 해볼 수 있는 게 좀 더 많아졌다고 보면 될 것 같아요. 더불어 정규 디스코그래피가 생겼기 때문에 보여줄 수 있는 게 더 많아지기도 했고요.

해외 팬들의 반응이 상당하다.
M: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에서 해외 팬들이 오는 걸 보고 저도 놀라웠어요. 제 생각엔, 장르적으로 해외에서도 익숙한 장르니, ‘아시아에도 이런 장르를 하는 친구가 있구나’ 해서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효정(이하 효): 다양한 나라의 피드백이 있어서 저희도 신기했어요.

검색 시, 팀 이름(취미)과 개인 활동 이름(MHL, 효정)에서 겹쳐지는 대상이 많다. 아쉽지 않은가?
M: 저는 한국 검색 사이트를 별로 안 써요(웃음). 구글로 검색하면 곧바로 나오거든요. 당연히 네이버에선 ‘Hobby’가 많이 나오지만요. 그래서 크게 아쉬운 느낌은 안 들어요.

효: 아쉬운 건 없어요. 다만 한 가지 걸리는 건, 악플 달릴 때 ‘너희 팀 명처럼 ‘취미’로 해라’라는 게 있을 땐 많은 생각이 들긴 해요.

[CINEMA]가 풀 앨범임에도, CD는 홍보용으로만 나왔다.
M, 효: 피지컬도 좋지만, 요즘엔 다 인터넷으로 듣고, 다운로드할 수 있잖아요. 지금은 우리가 크지도 않으니, CD 제작에 대한 돈을 일단 다른 곳에 더 투자하고, 다음에 더 유명해지면 그때 제대로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지난 앨범의 타이틀곡 ‘Cinema’가 톰 미쉬(Tom Misch)의 ‘Movie’(2018)와 비슷하다는 논란이 있다.
M: ‘Cinema’의 시작은 할머니가 돌아가셔서 호주 장례식장에 갔을 때부터였는데, 그때 추도해주시는 분이 하신 얘기가 있어요. 할머니가 사셨던 1950~60년대는 허니문을 영화관으로 간다고 하더라고요. 그 얘기가 너무 귀엽고 아름답다고 생각해서 만들어진 게 ‘Cinema’에요. 그래서 멜로디가 잘 써졌는데, 막상 이 곡을 수록하려니 지금 취미가 표현하는 스타일과는 안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Cinema’는 블루스 기반의 노래니까요. 그러나 어릴 적부터 블루스를 좋아했고, 하고 싶었거든요. 마침 이번 정규 앨범이 사전 싱글 때부터 유명 영화의 파트를 콘셉트로 잡았고, 마지막 엔딩을 컨트롤하는 차원에서 ‘Cinema’로 들려주는 건 좋다고 봤어요.

그래서 수록했고, 발매할 때 들어보니 좀 비슷한 면이 있다고 느끼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그땐 그렇게 크게 생각하진 않았어요. 만들 땐 순수한 의도로 만들었고, 내용도 다르니까요.

누리꾼들의 의견을 보고 난 후에야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겠구나’ 했어요. 그리고 그때부터 혼자 고민을 많이 하기 시작하면서 톰 미쉬를 좋아하고, 그의 음악을 들으며 불편했을 수 있는 사람들에게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었어요. 덕분에 그런 부분에서 작업의 중요성을 좀 더 갖게 됐고요.

현재 톰 미쉬에게 저희 곡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메일을 보낸 상태에요. 아직 답변은 못 받았어요.

작업에서 주로 MHL이 비트를, 효정이 탑 라이너를 맡는 거로 안다.
효: 보통 전체적인 그림은 MHL이 잡아놓고, 제가 멜로디와 가사를 써요. 가끔 ‘어색해’ 같은 발라드 느낌의 경우 제가 멜로디를 써서 MHL에게 주면 알아서 만들어줘요. 보통 80% 정도 비트를 먼저 만들면, 제가 그 위에 멜로디를 얹어요.

편곡에서 각자 요구하는 사항이 많은가.
M: 보컬 녹음이요. 효정이가 메인 보컬이니까 최대한 많이 수정하려 해요. 그런데 요즘은 서로 많이 일하다 보니, 제가 원하는 걸 잘 알고 알아서 잘하더라고요(웃음).

효: 하다 보니 ‘이런 거겠지’ 하면서 불러요. 그 외에 수정 요청을 따로 하진 않아도, 나중에 결과물을 들으면 많이 바뀌어 있어요. 본인도 마음이 덜 차는지, 알아서 계속 바꾸더라고요. 더불어 같이 하다 보니까 음악 듣는 취향도 비슷해져서, 멜로디 만들 때도 예전보다 속도가 많이 나는 것 같아요.

작업 과정에서 총괄 프로듀서이자 소속사 대표인 ‘에코브릿지(Eco Bridge)’의 조언이 있었을까?
효: 먼저 요청해서 도움을 받을 땐 있지만, 곡 만드는 과정에서 개입해주시는 건 없어요. 저희가 다 만들어서 들려 드리는 편이죠. 오히려 이런 방식 덕분에 저희의 색깔이 더 나왔다고 봐요.

M: 다 들으신 후 공식 믹스할 땐 음향 기술 부분에서 조언을 많이 해주세요.

좋은 멜로디를 쓰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하는가.
효: 저는 정말 별생각을 안 해요. 그냥 흥얼거리는 대로 쓰는 편이에요. 가사가 먼저 나와야 멜로디를 쓰거든요. 가사 딱 한 줄 써놓고 멜로디를 붙여서 괜찮다 싶으면 계속 가사를 쓰고, 멜로디를 붙여요.

가사에 중심을 두기 위해 멜로디를 손보는가?
효: 가사를 먼저 쓰긴 하지만, 멜로디를 거의 두고 가사를 수정하는 편이에요. 한 번 불러서 멜로디가 꽂히면 잘 안 바뀌더라고요. 가급적 후렴 부분만 통으로 많이 수정해서 붙여보는 편이에요.

현재 노랫말 주제가 ‘연인’에 집중됐다.
효: 주제를 일부러 한정적으로 잡는 건 아니에요. 내면의 얘기도 하고 싶었지만, 저도 몰랐는데 스트레스가 많은가 봐요. 그래서 자꾸 우울한 얘기만 나오더라고요. 그걸 피해서 쓰다 보면 항상 사랑 노래, 이별 노래가 나오는 것 같아요. 내면의 고민을 담은 가사를 MHL에게 많이 보내기도 했지만, 이게 아직 노래로 만들어진 적은 없어요.

둘이 곡 작업을 하다 팀이 결성된 것으로 안다.
M: 하우스에 심취되어 있었고, 여자 보컬을 선호하는 상태였는데, 회사에서 효정이의 목소리를 들었어요. 그때 같이 ‘Touch’를 처음으로 녹음하게 됐죠.

효: 그전에는 MHL의 노래 가이드를 했는데, MHL이 그 곡을 듣고 괜찮을 거 같다고 해서 ‘Touch’를 만들게 됐죠. 저도 그때 계속 발라드를 하다가 오빠 덕분에 하우스를 처음 듣고 부르게 된 거거든요. 그전에 EDM, 하우스 같은 장르는 아예 안 들었어요. 그러다가 해보니 정말 재밌더라고요. 그래서 2017년 초반부터 같이 하게 됐어요.

효정은 솔로 나서던 상황이었다.
효: 발라드 가수를 해야겠다는 꿈은 있었지만, 노래에 자신은 없었어요. 여자 발라드 가수가 너무 많으니까요. 그래서 ‘나와 봐야 노래방에서 몇 번 불리고 말겠지’ 하는 생각이었는데, ‘취미’로 나오면 뭔가 색깔도 있고 괜찮을 거 같아서, 오히려 팀으로 하는 게 더 좋았어요.

발라드에서 하우스로 보컬 스타일을 전향했다.
효: 처음엔 1집에 어느 곡을 고를 수 없을 정도로 굉장히 어려웠어요. 대체로 멜로디를 쓰다 보니 제 플로우가 있어 괜찮았지만, ‘Cinema’의 경우 MHL이 쓴 곡이라서 그 느낌을 따라가고 싶은데, 한 번도 불러본 적이 않았던 느낌이라서 어렵더라고요. 지금도 계속 배워가는 중이라고 생각해요.

MHL이 하우스에 집중하게 된 이유는?
M: 예전부터 클래식을 했지만, 좋아한 음악은 리듬 있는 음악들이었어요. 하우스나 록 쪽은 제가 생각한 테마나 그루브가 있으면 늘 맞는다고 느꼈죠. 그래서 제가 힙합을 잘 못 하겠더라고요. 물론 하고 싶은 음악은 많아요. 그런데 늘 하다가 다시 돌아와서 제 기분을 좋고, 편하게 만드는 건 하우스에요.

정규 앨범 내기 직전과 후의 감정이 어땠는가.
효: 매달 싱글이 나오다 보니, 그땐 ‘아 또 일이 있구나’ 했는데 정규 1집이 나오니 ‘아 끝났다!’라는 생각이었어요.
M: 저도요. 냈을 땐 ‘와 냈다!’하는 후련함이 먼저였고, ‘태어나서 앨범을 냈네’라는 생각이 드니 회사와 효정이에게 정말 고마웠어요.

음악 활동에 영향을 끼친 뮤지션, 음반은 무엇일까.
M: ‘서태지’와 서태지의 전 앨범이요. 해외에서 많이 들었던 음악이 ‘린킨 파크(Linkin Park)’와 ‘콘(Korn)’이었는데, 한국에도 ‘이런 음악이 있구나’ 했어요. 중학교, 고등학교 때 많이 들었어요.

효: ‘린(Lyn)’이고, ‘…사랑했잖아…’가 수록된 [Can U See The Bright](2004)이요. 그때 처음 발라드를 시작했거든요. 그 노래를 들으면서 가수의 꿈을 키웠어요.

음악 활동을 취미처럼 즐겁게 하고 싶기에 ‘취미’라는 이름을 붙인 거로 안다. 현재도 그 마음은 유효할까.
효: 즐겁게 하고 싶은데 잘 안되죠. 재밌긴 하지만, 어떻게 하면 좀 더 좋게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취미의 색깔을 낼 수 있을까. 그런 고민이 생기다 보니 마냥 즐길 순 없게 된 것 같아요. ‘취미처럼 즐기면서 하자’가 거의 목표 같아요.

M: 힘들지만 재밌어요. 안 힘들면 살맛 안 안 나고, 힘들어야 좋은 게 나오니까요. 자연스럽게 나오면 너무 재미없을 것 같아요.

About 이종민 (68 Articles)
음악 글쓰는 건 평생 한다는 생각으로 천천히 배우며 쓰고 있다. 50년 배우면 50년 써먹을 수 있으니까. 내가 한 말이 아니라 강레오 쉐프가 한 말 인용했다. 현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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