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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키네코: 다양한 감정을 담담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트리키네코의 두 번째 정규 앨범 [수면 아래]가 나왔다. 열 번쯤 들었는데 그때마다 다른 느낌을 전달하는 작품이다. 개인적으로 이런 작품을 좋아한다. 매번 다른 느낌을 주는 음반 말이다. 여러 이미지들이 스친다. 직접 음반을 들어 보는 게 좋겠다. 인터뷰는 이수역의 모 카페에서 진행되었다.

반갑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
4년만이다. 직장도 다녔고, 음악 작업도 했다. 집중해서 녹음한 건 최근 1년 동안이다.

‘물’이 콘셉트인 건가?
의도적으로 콘셉트로 삼은 건 아니다. 앨범이라면 통일성이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 정도만 있었다. 가장 먼저 쓴 곡이 ‘흘러가요’였고, 그 다음엔 제목 없는 곡이 나왔는데 그게 ‘Water’였다. 이 앨범에는 수록되지 않았지만 ‘표류’라는 곡도 있었다. 어쩌다 보니 계속 ‘물’과 관련된 곡이 나오게 되더라. 마지막으로 만들어진 곡이 ‘수면 아래’였다. 그때 앨범 제목도 ‘수면 아래’로 결정하게 됐다. 우연의 결과다.

투명의 정현서가 프로듀서를 담당했다. 그를 염두에 두었던 건가?
1집 보컬 도움을 받았다. 개인적으로 친한 사이다.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다 ‘Scar’ 편곡을 맡겼는데, 결과물이 마음에 들었다. 그때 2집은 그와 같이 가야겠다고 결심했다.

본인이 프로듀싱 할 때와 다른 사람이 할 때의 장단점이 있을 것 같다.
1집을 내고 공연을 했는데, 사람들이 다 내 음악이 어둡다고 하더라. 글쎄, 내가 보기엔 그렇게 어둡지 않았는데. 아, 그런 생각은 들었다. 음악에 비트가 있으면 잘 몰라도 즐겁게 들을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내가 비트를 잘 만드는 건 아니었기 때문에, 감각 있는 사람에게 부탁하고 싶었다. 단순한 편곡 영역이 아니라 같이 프로듀서를 맡아 주면 더 훌륭한 작품이 나올 것 같았다. 첫 EP 발매 후부터 내내 품어 왔던 생각이다. 그래서 1집은 니나이언에게, 2집은 언니(정현서)에게 맡겼던 거다.

주문 내용이 있었는지?
뻔한 음악 말고 특별한 비트가 들어갔으면 한다고 부탁했다. 곡을 지배하는 리듬을 만들어줬으면 한다고.

만족하나?
당연히 그렇다.

2011년 EP부터 트리키네코의 음악을 죽 들어왔다. 그동안의 앨범 커버 아트를 보면 어떤 일관성이 있는 것 같다. 그게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간의 커버 아트에 대해 설명해줄 수 있는지.
EP는 디자이너인 친언니 작품이다. 당시 관심 있게 보던 해파리 사진을 언니에게 주었다. 언니가 그 이미지를 추상적으로 나타내 준 거다. 1집은 커버 아트를 고민하면서 여러 사진을 보고 있던 찰나,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일본 디자이너가 마이코 다케(Maiko Dake)의 전시회를 이미지와 함께 SNS에 올렸다. 이거다 싶어서 이메일로 관련 내용을 보냈고 그림 3점을 계약해 사용할 수 있었다.

이번에는 유화 느낌 나는(그림 말고) 이미지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언니에게 앨범 구상과 곡 제목을 말해주고 곡도 들려주고 그랬는데, 물 아래 가라앉은 꽃 그림으로 가면 어떻겠냐고 그러더라. 알았다고 하고 맡겼다.

그런데 꽤 오랜 시간 시안이 나오질 않았다. 그러다 마무리 단계에 와서 “이거 어때?”하면서 보여준 이미지가 있는데 정말 멋진 작품이었다. 바로 그 작품으로 가기로 결정했다.

아주 구슬프지는 않은데, 슬픔이 기저에 깔려 있다. 슬픔은 여전히 중요한 창작 모티프로 기능하는가?
그렇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슬픔이나 고통을 타인에게 드러내기는 쉽지 않다. 나는 그걸 음악으로 그려 보고 싶었다. 사람이라면 다 처절함이 있지 않나. 그런 걸 아름답게 표출하고 싶었다. 특히 이번 앨범에서는 슬픔이나 고통 같은 감정을 음악으로 감싸 보여주고 싶었다. 은유를 담아서.

녹음 전반이 궁금하다.
모티프가 되는 곡들을 여러 개 준비해 두고 프로듀서를 찾아갔다. 곡의 콘셉트를 말한 뒤, 거의 매달 1곡씩 녹음했다. 데모를 언니(정현서)에게 가져가면 언니가 그 곡의 이미지가 어떻다고 말해 주는 식이었다. 곡을 듣고 그림으로 나타낼 때도 있었고 떠오르는 영상을 권해 준 적도 있었다. 혹, 줄리 고티에(Julie Gautier)의 단편 영화 ‘AMA’(2018)를 본 적 있나? 5분 정도 되는 짧은 영화로 물 속에서 우아하게 춤을 추는 영상이다. 언니 추천으로 함께 봤는데, 음을 소거한 상태로 감상했다. 저렇게 매끄럽게 흘러가는 느낌으로 가면 좋겠다 싶더라. 물 속에서 유영하는 느낌이 좋았다. 가까이할 수 없는 체념, 위험하지만 아름다운 블루홀을 연상하면서 곡 작업을 했다. 더 찾아보니 실제로 블루홀에 가는 프리다이버이기도 하더라.

그때만 해도 ‘Water’는 제목 없이 남겨져 있었다. 그걸 언니에게 들고 갔는데 이번에는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2018) 이야기를 꺼냈다. 아직도 안 봤냐며. 당장 오늘 보라고(웃음). 어쨌든 영화를 보게 되었는데 스토리는 다르지만 어느 순간 일맥상통하는 느낌을 받았다.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에 공감했고, 곡 제목도 ‘Water’로 붙여야겠다고 마음먹게 됐다.

아까 특별한 비트를 넣고 싶다고 말했는데, 부연할 게 있다. 춘천으로 다 같이 단합대회를 갔다. 그곳엔 상상마당 아트센터가 있는데, 벽돌로 지어져서 울림이 좋은 건물이다. 사람들이 다 빠져나간 후, 우리끼리 남아서 사운드 채집을 했다. 동전도 던지고 이것저것 녹음했다. 스테레오가 강한 헤드셋 마이크로 녹음했는데 눈앞에서 말하는 것처럼 또렷하게 소리가 잡혔다. 그 녹음 소스가 들어간 곡이 ‘검은 숲’이다. 사운드로 벽을 쌓고 싶다는 말을 했는데, 그런 취지에 잘 부합하는 곡이 된 것 같다. 다른 곡보다 목소리가 많이 녹음된 곡이다.

말하자면 언니는 아이디어 뱅크였다. 뭔가를 말하면 언니가 그에 연관된 디테일을 끌어냈다. 제 2의 멤버나 마찬가지였다.

다른 에피소드는 없었나?
이번엔 보컬 녹음에 신경 썼다. ‘Scar’에 녹음된 소리가 마음에 들어서 그 녹음실을 쓰고 싶었다(원래 빌릴 수 있는 공간이 아니다). 열심히 부탁드려 간신히 쓸 수 있게 되었다. 감사한 부분이다.

확실히 다섯 번 정도 들어 보니 EP나 1집보다 ‘이미지’가 더 부각된 것 같다. 노래할 때도 그런 이미지를 연상하고 녹음했는지? 보컬이 예전보다 더 앞으로 나왔다.
보컬의 결이라고 말하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 기존에 냈던 앨범에서는 ‘사운드 중 하나’였을 만큼 보컬의 비중이 작았는데, 이번에는 보컬을 더 살려보고 싶었다. 가사도 더 또렷하게 들리게 하고 싶었고. 가사가 다 나온 뒤에 보컬을 입혔다. 그렇게 느꼈다면 아마 작업이 그렇게 진행됐기 때문일 것이다.

‘Not OK’만 영어로 불렀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는지.
직접 경험한 감정들이 직설이든 은유든 다 음악에 녹아 있다. 상식이 깨지는 세태에 대한 곡이다. 온도를 조금 조절하고 싶어서 영어로 가사를 적었다. 영어로 쓰려던 것은 아니었다. 그냥 불편한 상황에 대해 “나는 편하지 않다”고 썼다고 보면 된다.

개인적으로는 ‘Storm’이 제일 좋았다.
현서 언니도 좋다고 한 곡이었다. 처절한 아름다움을 담아 보려고 했던 트랙이다. 누구나 다 겪는 감정이겠지만 이를 비유적으로 나타내 보고 싶었다. 처음에는 언니가 “풀기 참 어렵다”고 했다. 변박도 많고, 계속 바뀌는 곡이었으니까. 편곡하기도 난감했고.

가사는 잘 나오는 편인가?
항상 메모를 하는 편이다.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적어 둔다. 그 아이디어를 가지고 발전시켜 곡을 완성하는 편이다. 이미지를 떠올리고 살을 붙여 마무리한다.

편곡 과정에서 가사가 더 붙기도 하나?
그건 아니다. 오히려 줄어들면 줄어든다. 예를 들어 반복되는 가사를 줄인다거나.

트리키네코 본인이 마음에 드는 트랙은?
이번에는 꼽는 게 너무 힘들다. 어렵다. 시작할 때는 ‘흘러가요’가 타이틀감이었는데, 하다 보니 ‘Water’도 잘 만들어지고 ‘Blue Hole’, ‘검은 숲’도 퀄리티가 좋아서 딱히 하나를 고르는 게 불가능하다. 흐름상 검은 숲은 상실 그 자체에 근접한 곡인데, 첼로소리가 들어가니 그런 무거운 감정들이 승화되는 것 같았다. 현서 언니는 ‘수면 아래’가 좋다고 한다. 아, ‘Storm’도 … (웃음). ‘Storm’은 앨범에 들어가기 전부터 모티브로 갖고 있던 곡이었는데 부딪치는 감동의 소용돌이를 폭풍에 비유해서 써 보고 싶었다. 드라마틱한 곡이다.

9곡 중에서 가장 어렵게 나온 트랙은?
‘수면 아래’와 ‘Storm’. ‘Storm’은 박자를 잡는 게 힘들었고, ‘수면 아래’는 소리를 지나치게 낮게 잡아서 키를 여러 번 바꿨다. 한 키 올렸다, 반 키 내렸다… 그렇게 여러 번 반복하느라 시간이 걸렸다.

전반적으로 어떤 악기를 사용했는지 말해줄 수 있을까?
여러 악기를 소장하고 있는데, 이번에 그걸 최대한 활용해 보고 싶었다. 피아노를 포함해 OP-1, Nord Electro, Nord Lead, Roli Seaboard, Virus Ti Snow 등을 연주했다. 가상악기는 Omnisphere와 Keyscape를 썼다. 현서 언니는 다른 악기를 연주했다. ‘검은 숲’엔 일렉트릭 첼로가 들어갔다.

포크트로니카/앰비언트 정도로 분류할 수 있을 것 같다. 본인이 보기에는 어떤가?
누가 정리 좀 해줬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장르는 분명하지만, 내 음악이 어떤 건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녹음 도중 들었던 음악이 있는지 궁금하다.
음악보다는 영상 쪽이었던 것 같다. 음악은 많이 듣지 않았다. 최근에 좀 좋다 싶은 뮤지션은 빌리 아일리시(Billie Eilish). 그리고 줄리아 홀터(Julia Holter)의 라이브 앨범 [In the Same Room](2017). 첫 번째 트랙 ‘Horns Surrounding Me’가 참 좋았다. 다른 곡은 나랑 정서가 잘 안 맞았는데 이 곡은 유독 좋았다. 블론드 레드헤드(Blonde Redhead), 세인트 빈센트(St. Vincent)도 잘 들었다.

주말이나 밤에 일했을 것 같다.
그렇다. 평일 일 끝나고 돌아와서 밤에 진도를 나갔다. 현서 언니랑 이메일로 파일을 주고받으면서 사운드를 보강했다. 내가 음원을 보내면 언니가 구성에 대해 조언해서 다시 보내주고, 그러면 내가 피아노 등 소리를 다시 입혀서 보내고 언니가 최종 마무리하는 구조였다. 잠이 부족했다. 막판에는 한두 시간 정도밖에 못 잤으니.

이메일로 왕래하면 대면 때보다 좀 불편하지 않나?
그렇진 않았다. 수시로 찾아갈 수 있었으니까. 프로듀서랑 친해서 좋았던 점이었다. 한밤중에도, 새벽에도 전화하고 그랬다. 믹싱도 투명 멤버 민경준에게 맡겼다. 아무래도 편곡과 믹싱이 함께 가야 되는 음악이었으니까. 멤버들끼리 논의해서 편곡/믹싱하는 작업이었으니 일반 스튜디오와는 달랐을 거라 본다. 일렉트로닉 음악은 음악가 본인이 편곡과 믹싱까지 손대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다고 내 음악을 일렉트로닉이라 보진 않지만) 내 작업 방식과 비슷하게 나와서 수월하게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꿈의 통로] –[모든 계절의 밤]-[수면 아래]다. ‘꿈’-‘밤’-‘물’로 이어져 온 셈이다. 다음에는 무엇이 될까?
어쿠스틱하면서도 공간감 있는 음악. 후속 앨범에는 그런 방향으로 해 볼 것 같다. 이를테면 밴드랑 협업으로 EP를 공개하는 것도 계획해보고 있다.

라이브 때 스튜디오의 질감을 살리는 게 어렵지는 않은지? 공연장에선 백업 뮤지션들을 많이 쓰는 편인가?
어렵다. 그래도 1집 때보다는 라이브를 생각하면서 작업한 편이다. 1집은 기타 사운드가 많아서, 피아노를 치는 식으로 바꿔 연주하는 지점이 많았다. 이번에는 조금 더 앨범에 가까운 사운드를 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다.

두 번째 질문에 답하자면. 라이브는 혼자 하는 경우가 많다. 마음에 드는 뮤지션이 있다면 부르고 싶은데, 쉽지가 않다. 이런 사운드를 연주하는 뮤지션이 흔하지는 않으니까.

예전 인터뷰 때 밴드 하고 싶었다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다른 사람과 같이 작업하는 게 쉽지 않다고 느끼게 된 건 내 음악을 하고 난 이후다. 서로 부딪히는 경우도 많고. 프런트맨이 되지 않는 한 (내가) 밴드 멤버로 활동하는 건 현명한 선택이 아니라고 판단하게 됐다. 그래서 음악은 혼자 한다. 기회만 되면 다른 밴드로 활동하면서 투-트랙으로 가볼 용의도 있다. 하지만 그런 기회가 잘 없더라. 아직까지는.

하게 된다면 어떤 음악을 하고 싶은가?
모르겠다. 결국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하지 않을까?

간략히 앨범을 요약해 준다면?
안녕하세요. 트리키네코입니다. [수면 아래]는 언뜻 잔잔해 보이지만 그 밑에 잠긴 다양한 감정들, 그리움, 화, 분노, 체념 같은 것들을 담담한 시선으로 바라보려 한 작품입니다. 리듬과 비트를 통해 그런 감정들을 그렇게 무겁지만은 않게 표현해 보려고 했습니다. 잘 들어주세요. 감사합니다.

About 이경준 (147 Articles)
현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여기저기 불려다니며 글을 썼고, 하나둘씩 망해가는 잡지(웹진)들을 볼 때마다 역시 '이런 건 하면 안된다'고 다짐했다. 그런데 무슨 생각인지 또 이렇게 판을 키웠다. 왜 그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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