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z Scaggs: A Fool to Care
락큰롤 전통으로 돌아간 어느 노인의 서정시
2013년 음반 [Memphis]의 연장선상이라 보면 된다. [Memphis]의 주축이었던 멤버들, (한번 나열해 보자면) Ray Parker Jr.(guitars), Willie Weeks(bass), Steve Jordan(drums&producer), Jim Cox(Keyboards)가 그대로 이번 앨범으로 옮겨왔기 때문이다. [Memphis]에서 걸쭉한 블루스 사운드를 연주했던 만큼, [A Fool to Care] 역시 미국 남부 특유의 정서를 살리는 데 주력했다. 전혀 새로울 건 없지만, 문제는 얼마나 장르 안에서 그 장르에 걸맞는 색채를 제대로 구현해냈느냐는 것일 테다. 그 점에서 본다면 [A Fool to Care]는 [Memphis] 보다 한 발 앞섰다고 볼 수 있다.
엄밀히 하자면 그 울타리는 넓어졌는데, 블루스, 컨트리는 물론 예전 본인의 놀이터였던 팝락, 그에 더해 소울, 재즈, 탱고 등 여러 컨벤션을 끌고 왔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언제나 그렇듯 많은 것을 행한다고 해서 무조건 칭송받아야 하는 것도 아니고, 특히 거장이라고 해서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역으로 말한다면, 그러하기에 ‘구리고 냄새난다’는 이유로 무시하고 넘어가서도 안 된다. 더 자세히 청취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그랬음에도 ‘좋다’는 판정이 나왔다면, 망설이지 말고 그 길을 따라가면 된다. 당신은 정말로 ‘좋은’ 음반을 듣고 있는 것일 테니까.
[A Fool to Care]는 실로 그러한 작품이다. 1950년대 루이지애나 리듬앤블루스 밴드 Li’l Millet and His Creoles의 작품 ‘Rich Woman’을 듣는 순간 직감할 수 있다. 그의 시계는 그 이전으로 계속 흘러간다. 앨범 타이틀과 깊은 상관성을 가질 것만 같은 다음 곡 ‘I’m a Fool to Care’에서 명확해진다(이 곡은 1940년대 컨트리 뮤지션 Ted Daffan의 오리지널이다). 1950년대 R&B 피아니스트 Huey ‘Piano’ Smith의 버전을 재해석한 ‘High Blood Pressure’는 락큰롤 시대의 한 구간을 베어낸 듯한데, 자신이 일련의 이 음반들을 왜 만들게 되었는지를 설명하는 것처럼 보인다. 저기 1950~60년대를 무대로 삼았던 스왐프 송라이터 Bobby Charles의 ‘Small Town Talk’도 슬롯 하나를 차지하고 있다. 원곡의 휘파람은 살리지 못했지만, 그 분위기를 고스란히 가져오면서도 이것이 Boz Scaggs의 음반이라는 점 만큼은 확실히 각인시켜준다. 위대한 소울 아티스트 Al Green의 곡을 커버한 ‘Full of Fire’도 그냥 넘어가기엔 아쉽다. 앨범을 죽 듣고 있자면 락이 어떻게 탄생했고 어떤 성분들을 육화하며 몸집을 키워왔는지 한 눈에 조망할 수 있을 것만 같다. 말하자면 두 음반으로 Boz Scaggs는 ‘락큰롤 소사’를 쓰고 있는 셈이다. 이 음반이 락 역사의 상징인 도시 내슈빌에서 녹음되었다는 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쓰다 보니 음반의 하이라이트 격인 곡들이 뒤로 밀리게 되었다. 이제 그들을 소개하려 한다. [A Fool to Care]가 빼어나다고 생각되는 이유는 적재적소에 그것을 가장 잘 할 수 있는 인물들을 꽂아 넣었다는 점이다. 슬라이드 기타의 비르투오소이자 탁월한 블루스 해석가 Bonnie Raitt가 초빙된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두 장인이 호흡을 맞춘 ‘Hell to Pay’는 두 명인이 만났을 때 어떠한 시너지가 발현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곡으로 틀림없는 앨범의 모멘트 중 하나다. 루츠 음악에서 빠뜨리면 섭섭한 싱어송라이터 Lucinda Williams(진짜 반가운 이름)와 함께 한 The Band 원곡 ‘Whispering Pines’는 앨범을 닫기에 참으로 적절한 곡인데, Lucinda의 텁텁하고 농도 짙은 보컬과 손님의 자리를 충분히 보존하는 Boz의 보컬이 묘한 마주함을 이룬다. 끝으로 로맨틱이 흘러흘러 떨어질 것 같은 탱고 ‘Last Tango on 16th Street’를 빼먹기는 싫다. 그래서 이 곡은 영상으로 링크해 둔다.
Boz Scaggs의 일대기에서 지금도 기억나는 음반은 단연코 [Silk Degrees]다([Down Two Then Left]와 [Middle Man]이 그 아래에 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른 후 [A Fool to Care]가 Boz Scaggs의 커리어에서 중요한 위상을 차지하고 있을 거란 점엔 이견이 없다. 스산하지만 황폐하지 않고, 외롭지만 낭만을 간직하고 있는 작품이다.

올려주신 곡 맥주를 부르는 음악이네요.
덕분에 보즈 스캑스 오랜만에 듣습니다.
이렇게 비오는 날 들으니 더욱 좋군요. 노장은 쉽게 죽지 않는 것 같습니다.
보즈 스캑스..진짜 오랜만이네요…
어덜트 컨템퍼러리 명인이..
자기 세계를 해치지 않은 선에서 다른 장르를 받아들이며..
자기 세계의 깊이를 더해가는…
베테랑 뮤지션의 좋은 예를 보여주는것 같습니다…
말씀하신 그대로입니다. 공력이 느껴지는 음악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