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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eder: Tallulah

열 번째 치고는 조금 아쉬운.

[Renegades](2010), [Generation Freakshow](2012), [All Bright Electric](2016)으로 이어진 지난 석 장의 앨범은 콘셉트에 충실했다. 피더(Feeder)가 기존에 해왔던 것 말고도 표현할 수 있는 범위를 알려줬고, 분명한 방향으로 밀고 나간 부분이 있다. 물론 덕분에 평단의 호불호도 적지 않았고, 시장에서 확실한 성과를 얻지도 못했지만.

열 번째 스튜디오 앨범인 [Tallulah](2019)의 콘셉트는 ‘종합 선물 세트’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데뷔작 [Polythene](1997)부터 시작한 이들의 음악 여정을 총망라한 기분이다. 그만큼 이번 음반엔 듀오가 해왔던 것들을 군데군데 회상할 수 있는 곡들이 많다.

시작을 여는 ‘Youth’부터 세 번째 트랙 ‘Daily Habit’까지는 생각보다 무기력하다. 록 밴드의 오프닝치고는 얌전하게 지나가는 흐름. 진짜 시작은 네 번째 트랙 ‘Fear of Flying’부터라고 볼 수 있는데, 이 곡의 선명한 기타 리프와 그루브는 [Yesterday Went Too Soon](1999)을 맞이했을 때만큼 살아있다.

이후의 진행은 팬들이라면 익숙하다. ‘Guillotine’에선 [Silent Cry](2008) 때처럼 현악을 동반하며 서정적 분위기를 연출하고, ‘Kyoto’에선 [Comfort In Sound](2002)의 ‘Godzilla’를 다시 마주하게 된다. 이 와중에 ‘Shapes and Sounds’는 신보의 꼭짓점과 같은 존재. 매력적인 기타 리프와 멜로디는 단박에 열 번째 앨범의 인상적인 부분을 연출해낸다.

일반적으로 활동 22년 차인 밴드가 새 앨범을 낸다면 큰 기대를 품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세월이 흐른 만큼 창작력도 예전 같지 않으니까. 그런데도 밴드에게 기대를 거는 건 프런트맨 그랜트 니콜라스(Grant Nicholas)의 집중력 덕분일 것이다. 그의 솔로작 [Yorktown Heights](2014)는 평단을 놀라게 하며 훌륭한 사운드를 들려줬으니까. 그러나 그때 기준으로 5년이 지난 지금, [Tallulah]는 과거의 것들을 다시 썼음에도 전반적으로 피더를 더 얌전하게 만들어버렸다.

록이 죽은 시대에도 존재하는 건 대단한 일이나, 자리만 지킨다면 의미 없지 않을까. 고참으로서, 얼터너티브 록 밴드로서 나아가야 할 방향과 장점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면 현재의 침착하고 단정한 태도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걸 알 수 있다. 반가운 소리가 있음에도 [Tallulah]의 톤이 만족스럽지 못한 건 그 이유일 것이다. ‘Pushing the Senses’(2005) 만큼은 아니더라도 지금 피더에겐 강렬한 로큰롤이 필요하다.

3 out of 5 stars (3 / 5)

About 이종민 (68 Articles)
음악 글쓰는 건 평생 한다는 생각으로 천천히 배우며 쓰고 있다. 50년 배우면 50년 써먹을 수 있으니까. 내가 한 말이 아니라 강레오 쉐프가 한 말 인용했다. 현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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