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ing: Against This Weald
미국에서 태어난 바이킹의 후예들
그렇지만 이 미국 친구들의 데뷔작은 근래의 여느 유럽 블랙메탈 밴드들보다도 이 장르의 미덕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원래 Bathory가 바이킹메탈의 전형을 보여주고 Enslaved 같은 밴드들이 바이킹 블랙메탈의 방향을 제시할 때부터 이 장르는 주절주절 이야기를 풀어나가기보다는 명징한 이미지와 분위기를 만드는 데 주력하는 편이었다. 물론 이들도 이 점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두터운 신서사이저 연주를 통해 앨범 서두부터 보여주는 분위기는 분명히 앞서의 밴드들의 느낌을 재현하고 있다. 굳이 하나를 짚는다면 Enslaved의 [Blodemn] 같은 앨범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밴드는 앨범 처음부터 끝까지 힘있게 이런 분위기를 유지해 나가면서도 드라마틱한 전개를 위해 계속 변화를 가져간다. 4분이 넘어가지만 앨범의 인트로격인 ‘The Sires Beyond Await’가 지나가면 ‘The Stream’이 날카로운 블랙메탈 사운드와 함께 등장하지만 – 이 부분만큼은 초기 Ulver의 리프를 떠올릴 수 있을지도 – , 중첩되어 녹음된 기타 리프들과 역시나 두터운 사운드를 구축하는 신서사이저 연주가 계속해서 곡의 주제를 변주해 나가고, 그러면서도 어쿠스틱 기타와 플루트 연주를 통해서 여유 있는 일면까지 보여주고 있는지라, 전체적으로 사운드보다는 곡의 구조 자체가 더 역동적인 앨범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Realms Forged’가 그 역동성의 정점을 보여주면서 앨범을 마무리한다. 별로 말이 많지 않으면서 확실한(그리고 묵직한) 모습을 보여주는 셈인데, 근래의 ‘바이킹’ 밴드에게는 거의 보지 못한 미덕이다.
그렇다면 핀란드 레이블이 어째서 북유럽 스타일의 밴드를 자기네 동네에서 찾지 않고 굳이 미국에서 끄집어내야 했는지 이해가 간다. 레이블은 봤던 중에 근래에 가장 바이킹메탈의 문법을 잘 이해하고 분위기를 그려낼 줄 아는 밴드를 하필 미국에서 찾아냈던 것이다. 뭐, 세계화 시대에 꼭 국적이 중요한 건 아니지만 그냥 신기해서 그렇다. 그만큼 멋진 앨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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